Travel/2023 Aomori

넷째 날 : 오이라세 계류, 네부타 마츠리 / 230804

lsgwin 2023. 9. 30. 21:03

오늘의 일정은
하치노헤에서 버스를 타고 오이라세 계류로 이동해서 짧은 트레킹을 한 후
아오모리로 이동하여 저녁에 네부타 마츠리를 관람하고
다시 하치노헤로 돌아올 계획이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아침거리를 구입했다
생각보다 오니기리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토리메시(とりめし)라고 해서 닭고기를 넣은 간장밥 느낌인데 우엉도 같이 들어있어서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대중교통으로 오이라세 계류를 찾아가려면 JR 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아오모리와 하치노헤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내가 하치노헤 → 오이라세 계류 → 아오모리 동선을 짤 수 있었던 것.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라서 J들은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타는 게 좋다

(홈페이지 : https://www.jrbustohoku.co.jp/route/)

 

*JR 동일본 패스로도 탑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구입한 JR 동일본-미나미홋카이도 패스로는 안 된다고 한다
당연히 될 줄 알고 패스를 보여줬는데 살짝 당황했다;; 뭐 요금 내고 타면 되긴 하니까...

 

하치노헤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중에 한 번 휴게소에서 쉰다


*TMI : 스이카 같은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를 탔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면? 버스 안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잔액이 1000엔 정도 남은 상태에서 이 버스를 탔는데 알고 보니 편도 요금이 2000엔이 넘더라...
상당히 당황해서 부랴부랴 정보를 검색해보니, 기사에게 충전을 요청하면 대부분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또 TMI : 교통카드 충전을 부탁할 때는 차지(チャージ)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 ex) 스이카 차-지 오네가이시마스
충전(充電, 주덴)이라는 단어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충전의 경우에 사용한다고...

이래저래 약간의 돌발상황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도착했다
여기는 아오모리에서 자연 경관으로 가장 유명한 오이라세 계류(奥入瀬渓流)라는 계곡
총 길이는 14km에 이르는데, 전부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딱 2시간만 걸어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에 있는 pdf 지도를 참고하여 각자 주어진 시간에 맞게 코스를 짤 수 있다

(홈페이지 : https://towadako.or.jp/sansaku-map/oirase-nenokuchi/)

 

나는 마카도이와(馬門岩)에서 출발하여 초시오타키(銚子大滝)까지 간다

 

계곡물을 따라서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씨는 더웠지만
숲이 우거져 그 밑으로 그늘이 드리워있기 때문에 걷기에 나쁘진 않았다
다만 한여름에 물가 주위를 걷는 일이라 벌레가 상당히 많다...

 

이런 곳의 장점은, 구글맵 따위 볼 필요 없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걷기만 하면 된다는 것
(사실 전파가 잘 안 잡힌다)

 

지나가다 보면 '어 여기 좀 멋있네'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는데
어김없이 그런 곳은 유명한 포인트여서 나름대로 이름이 붙어 있다
여기는 알고보니 아수라노나가레(阿修羅の流れ)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는데,
이름과는 달리 아수라장 느낌은 아니고 오히려 평화로운 분위기...
어쩌면 비가 많이 와서 물살이 거센 날에 여길 왔던 사람이 지은 이름이 아닐까... 내 마음대로 추측해본다

 

내 느낌으로는 여기가 더 아수라같은데 ㅎㅎ

 

폭포라고 해도 될 지 모를 귀여운 폭포

 

30분 정도 걷다 보니 다음 정류장이 보인다
사이즈 좀 되는 폭포는 이렇게 이름이 붙어있다

 

여기에서 내려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살짝 북적북적하다

 

쿠모이노타키(雲井の滝)
폭이 넓진 않지만 높이는 제법 있어서 물살 소리가 거세게 들렸다

 

다시 트레킹 시작

 

여기도 눈이 갑자기 뜨이는 풍경이어서 뭔가 이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못 찾겠다

 

슬슬 땀이 나고 지치기 시작해서... 멍하니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멍하니 다음 정류장 도착

 

 

 

오... 여기는 멋있다

 

3단으로 흘러내리는 굵은 물줄기의 모습만큼이나 소리도 우렁차다

 

이 정도 폭포는 이제 '음... 멋있네' 하고 휙 지나칠 정도
1시간 가량 자연 속에 있으니 점점 무덤덤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구단노타키(九段の滝), 한국어로도 일본어로도 9단

 

정말 9단 폭포가 맞는지 세어...보진 않았다
물줄기보다는 바위의 형태가 더 특이했던 곳

 

오이라세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은 바로 이게 아닐까
초시오타키(銚子大滝)라는 이름의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

 

2시간 동안 걸으면서 '멋있긴 한데, 확 끌리는 무언가가 없네'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상당히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폭포였다

 

튀는 물줄기에 얼굴이 촉촉해질 정도...

 

땀과 물이 섞여 상당히 초췌해졌다

 

 

아까 본 폭포들은 졸졸졸... 이 정도는 되어야 콸콸콸

 

옆에서도 볼 수 있다

 

옆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이제와 보니 하이라이트에서 딱 끝나는 코스였네!
여기까지 오이라세 계류를 둘러보고 트레킹을 마쳤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아오모리로 2시간 정도 이동

 

 

 

축제가 7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지노삿포로 아사리(味の札幌 浅利)라는 라멘집인데, 메뉴가 아주 독특하다
식당 이름은 왜 '삿포로의 맛'인건지, 이게 왜 아오모리 대표음식 중 하나인지, 그 또한 희한하다

 

이 곳의 대표 메뉴는 미소카레규뉴라멘(味噌カレー牛乳ラーメン)
이름만 들으면 군침이 돌기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원래 삿포로에서 라멘집을 운영하던 분이 아오모리로 와서 삿포로식 라멘을 팔다가
어린 학생들이 여기에 이것저것 섞어먹게 되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오히려 좋아? 하면서 시작된 음식이라고 한다

 

유명한 식당의 클리셰처럼 느껴지는 수많은 싸인들
사실 이 장르에서 아오모리 2등 가게이긴 한데, 1등 가게는 줄이 너무나도 길어서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미소, 카레, 우유,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투머치인데 하나 더 들어간다... 버터!

 

면은 약간 굵고 노르스름한데 식감은 꼬들꼬들하다
국물 맛이 중요한데, 정말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그리 이질적이지는 않다
카레는 별로 느껴지지 않고 맛을 카라이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라면도 치즈나 우유를 넣어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
(아직까지 학창시절 신촌에서 먹은 신계치의 맛을 잊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
생각보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지 않을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모리 전통의 맛을 원한다면 당연히 니보시라멘을 먹으러 달려가야겠지만
머무를 시간이 넉넉하고, 개성있는 음식에 도전하고 싶다면 충분히 추천하고 싶은 라멘이었다

 

 

 

아오모리 시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물, 네부타 박물관 와랏세(ねぶたの家 ワ・ラッセ)
1시간 후면 네부타 마츠리를 직접 즐길 예정이라 굳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노점들이 늘어서 있고,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잠시 시간이 나서 들르게 된 A-FACTORY
아오모리 특산물인 사과와 관련된 제품들을 파는 곳이다

 

1층은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이고,  2층에는 사과주 시드르(cidre)를 시음할 수 있는 곳이 있다

 

7종류를 마셔볼 수 있고, 원하는 종류만큼의 카드를 먼저 구입한 후 시음하면 된다

 

25ml가 이렇게 적은 양이었던가

 

이렇게 서서 먹는 테이블이 서너개 정도 있어서 적당히 서서 마시면 된다
4종류를 마셔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어서 1층에서 병을 구입했다
사과로 만든 쥬스, 과자, 파이 등등 아오모리 사과 제품은 거의 다 있는 듯 하니 관광객이라면 방문할 만 한 곳이다

 

7시가 되어가니 슬슬 축제 현장으로 움직여야겠다

 

축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축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유료 관람석을 예약할 수도 있긴 한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놓아주고 가격은 3천엔 정도 하니 가성비가 썩 좋진 않다

 

 

 

드디어 시작!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青森ねぶた祭り)
매년 8월 2일부터 7일간 개최되는 아오모리시의 축제
뚜렷하진 않지만 중국 칠석 축제를 기원으로 보고, 거기에 이 지역 전통 문화가 섞여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매년 200만명 정도가 방문하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축제이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시내 호텔은 전부 매진!

 

초반에는 일단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

 

오늘은 총 19대의 네부타가 등장한다고 한다
각 네부타들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시민단체 같은 스폰서에 의해 제작된다
그렇다보니 스폰서가 빵빵할수록 네부타도 화려한 느낌이 좀 있고, 기업 홍보도 곳곳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선두에는 스폰서를 알리는 쪼꼬미 네부타들이 등장한다
저 고양이가 스폰서의 상징인 모양

 

그 다음으로 전통 의상을 입은 하네토(はねと)라 불리는 참가자들의 행진이 뒤따른다

 

하네토들이 이렇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다
"랏세라~ 랏세라~ 랏세 랏세 랏세라~"
규모가 정말 엄청난데, 하루 20대 정도의 네부타가 등장하는데 그 사이사이마다 이 정도의 하네토들이 참여하니...
하네토로만 만 명은 넘게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북 치는 사람들까지,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 한마당!

 

한 무리의 행진이 끝나면 잠시 통제를 풀고 건너갈 사람은 건너가게 해 준다

 

드디어 첫 번째 네부타 등장
야마토 운수(ヤマト運輸)라는 회사의 네부타였다
이런 대형 네부타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하여 제작된다고 한다
네부타를 만드는 장인이 따로 있다고 하고, 아무래도 스폰서가 빵빵해야 더 화려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ㅎㅎ

 

뒷모습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네부타도 있고, 살짝 완성도가 떨어지는 네부타도 있더라
이 정도면... 보통?

여기까지가 첫 번째 네부타의 행진, 이렇게 19팀이 참여하게 되니 시간이 제법 걸린다
선두 쪼꼬미 - 하네토 - 북치는 사람들 - 대형 네부타 이 순서로 모든 팀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다음 네부타는 青森市PTA連合会인데, PTA가 뭔가 하니 학부모 연합회라고 한다
교육적인 느낌인가... 했는데 딱히 그래보이진 않는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름의 기업들이 많고

 

하네토도 정말정말 많다
구경하는 관람객들도 같이 구호를 따라불러주며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대형 네부타보다 귀여운 쪼꼬미가 더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귀여운 쪼꼬미보다 세 글자가 더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아사히라는 세 글자... 저녁에도 덥고 인파도 많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너무 땡긴다

 

두둥~ 등장하면서 맥주 나눠주는 퍼포먼스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ㅎㅎ

 

메인 네부타도 잘 만든 것 같고

 

뒷면에도 성의를 보인 아사히 네부타의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본통운, 다른 곳들보다 색의 농도가 연하고 밝은 느낌이었다

 

뒷면도 약간 독특하고

 

메인 스폰서가 아니더라도 작은 네부타로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도후쿠전력의 네부타
푸른 도끼가 인상적이다

 

일본풍력발전그룹... 이런 식으로 대형 네부타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스폰서마다 크게 다른 점은 없어서 중간쯤부터는 살짝 지루한 느낌도 없지않아 있다

 

 

 

오호... 대한항공도 작은 네부타로 참여했구나

 

이번 네부타는... 영 눈에 띄는 게 없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私たちのねぶた自主製作実行委員会, 해석하면 우리들의 네부타 자체 제작 실행위원회라는 집단이다
대기업 스폰서 없이 순수하게 참여한 사람들의 힘으로 만드는, 아마 대형 네부타 중 유일한 집단으로 보인다

 

보고 있을 땐 '뒷면을 저렇게 때우다니 뭐 이리 성의없어?' 하고 생각했었는데
스폰서가 없어서 그랬구나...
열심히 땀방울을 흘려가며 만든 작품일텐데 그런 생각을 했던 것에 괜히 미안해진다


하지만 눈에 띄게 완성도가 떨어졌던 건 사실.

 

바로 뒤에 NTT도코모가 붙는다
아까 본 네부타보다 이게 훨씬 더 눈에 띄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이랄까

 

메인 네부타도 완성도가 확실히 높다
우리들의 네부타 분들의 대진운이 안 좋았던 걸로...

 

뒷면 디테일도 살아있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제야 이 구조가 이해된다
선봉부터 귀엽고 완성도가 높으면 스폰서도 만만치 않겠구나!

 

역시나 히타치 등장

 

파나소닉은 네부타를 빙글빙글 돌려주며 보여주는 팬 서비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조차 대기업의 힘...?

 

 

 

 

그 뒤로도 몇몇 네부타들이 계속 등장했고,

 

나는 산토리에 열광했다

 

마지막 순서, 아오모리 청년회의소(青森青年会議所)
느낌이 온다...

 

스폰서가 빵빵하지 못하면 뒷면이 후지다(???!!!)
결론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렇게 오늘의 네부타 마츠리는 마무리되었다
이번 여행을 아오모리로 결정하게 된 메인 컨텐츠였고,
일본의 축제는 어떤 분위기일지 기대가 되면서도
여러 영상이나 후기를 찾아보면 '이거 보자고 200만명이 와?' 싶긴 했는데

감동적이었다
2023년 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축제가
최신의 기술과 유행을 배제하고 오롯이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게 일본의 강점이자, 맹점이 아닐까

 

하치노헤로 돌아가기 위해 아오모리역으로 갔다
아오모리 → 신아오모리는 재래선, 신아오모리 → 하치노헤는 신칸센으로 이동한다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하치노헤로 떠나기 전,
지금이 아오모리에서의 마지막임을 문득 깨닫고 마지막으로 자판기에서 사과 쥬스를 하나 뽑았다
역시 맛있다

 

신아오모리역에서 내려가는 신칸센 막차
예상은 했지만 완전 만차 상태로 떠나게 되었다

열차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되었는데
안내방송을 일본어로만 해줘서 그게 좀 아쉬웠다
분명 네부타 마츠리 때문에 인파가 너무 몰려서 그렇긴 하겠지만...
영문도 모르고 기차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니 괜히 불안한 마음도 들고 그랬다

계획대로라면 하치노헤 역에서 내려 근처 이자카야에서 야식을 먹으려 했으나
기차가 지연된 탓에, 혹시나 하고 가 봤지만 이미 라스트오더 시각이 지났다고 한다
술집에 11시에 닫는다니! 일본이 이래서 문제다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야끼소바와 맥주를 사 와서 호텔방에서 먹었다

이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
하치노헤 역에서 내리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고 다들 그 편의점에 간 건지...
계산하는데 줄을 서야 했고 한 15분쯤 걸려서 계산을 할 수 있었다... ㄷㄷㄷ

이 축제 하나 때문에 신칸센으로 30분 걸리는 도시에서 이런 난리를 겪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