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
항공편을 그렇게 끊어놓은 탓이긴 하지만, 다른 도시를 하루 둘러보고 싶어서 마쓰야마로 떠났다
다카마쓰-마쓰야마 구간은 버스로 가나, 기차로 가나 3시간 남짓 걸리는 듯 하다
여행에서는 기차를 선호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기차를 선택~
마쓰야마에 도착하였다
다카마쓰에 비하면 작은 편의 도시인데, 시내에 전차가 다닌다는 것이 특징!
대부분의 관광지들은 전차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으면 1일 승차권을 끊는 것도 좋은 방법
일단 밥은 먹어야지.
효타(瓢太)라는 라멘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대표메뉴는 중화소바인 듯 하다
제법 진득한 국물에 차슈가 몇 점 올려져 있다
국물에서 달달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
차슈멘도 시켜보았는데, 거의 비슷한 구성에 차슈가 더 많이 들어있었다
특유의 단 맛이 마쓰야마 지역 라멘의 특징인지 단지 이 집만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도 괜찮고 개성있는 음식이어서 만족스러웠다
마쓰야마에도 성이 있는데,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물론 걸어서 가는 것도 가능...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걸어가는 중
여기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흔한 케이블카(로프웨이)와 1인용 의자에 타고 올라가는 체어리프트가 있다
케이블카는 너무 뻔하니까, 흔하지 않은 체어리프트를 선택
티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제법 무섭더라...
왜 손에 땀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쓰야마 성(松山城)에 올라왔다
다카마쓰 성과는 달리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이 때만 해도 잠바 걸쳐입고 추운 날씨였는데... 여행기를 하도 미루다 보니 무더운 여름에 이걸 정리하고 있다...
뭐 하여간... 마쓰야마 성 앞에서 인증사진을 하나 찍었다
천수각에 올라가보았다
고개를 빼꼼 내밀면 마쓰야마 시내 전망을 구경할 수 있다
작은 도시여서 그런지 눈에 확 띄는 랜드마크같은 건물은 없다
대도시의 번잡함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런 곳도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좋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라멘, 시골과 도시 사이쯤에 있는 이런 여유로운 풍경, 그런 것들 말이다
이놈의 체어리프트를 왕복으로 끊어놓은 탓에 내려갈 때도 이걸 타야만 했다
또 다시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내려와보니 이 곳은 오카이도(大街道), 마쓰야마의 번화가쯤 되는 곳이다
커피를 즐기는 가장 식상하면서 안정적인 방법, 그것은 바로 눈에 띄는 스타벅스에 무작정 들어가는 것
성 하나 보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다
꽤 기대를 많이 했던 도미밥(たいめし)을 비롯한 에히메현의 토속 음식을 파는 고시키(五志喜)라는 음식점
아마 이건 도미튀김이었던 것 같고
도미국수와 사시미가 포함된 세트
그리고 미리 주문해야 먹을 수 있다는 도미밥
여느 일본 식당들이 그러하듯 창렬하게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후기를 읽어보면 밥에서 도미의 향이 진하게 배어나온다고 하는데, 기대보다 그리 진하진 않았다
충분히 맛있는 식사였지만, 먹기 전의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그만큼의 만족을 얻진 못해서 아쉬웠다
참 묘한 일이다. 지금 기억에 남는 맛은 정작 저 도미밥이 아니라 대충 폰 뒤적거리다가 찾은 라멘이라는 점은...
1일권을 알차게 쓰기 위해, 마지막 날이니 아쉬워서, 야경이 멋있을 것 같아서,
이유는 얼마든지 갖다붙일 수 있겠지만... 저녁을 먹고도 여행을 계속했다
아산에 있는 도고온천 말고, 여기는 에히메 현의 도고온천(道後温泉)
일본에서 전통있는 오래된 온천 중 하나라고 한다
이것은 일본의 소설 '봇짱'을 토대로 만든 봇짱열차
뭔진 잘 모르지만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고온천의 상점가
이 경단도 봇짱에 등장하는지 '봇짱경단'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
맛은 매우 평범하다... 가려고 했던 원조집이 문을 닫은 시간이어서 다른 곳에서 먹긴 했지만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이 시계탑도 봇짱과 연관이 있는 모양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족욕탕도 있다
이게 바로 도고온천 본관 건물
이 곳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배경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높은 곳에 올라와서 바라본 모습
생각보다 엄청 거대한 건물은 아니다
이런 곳도 있구나...하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도고온천에서 온천을 즐길 수도 있고, 이 근방 숙소도 몇 군데 있지만
대체로 오래된 편이고, 관광지라서 가격도 그리 저렴하진 않다
온천은 해 보고 싶은데 가성비 좋은 곳을 찾다가 히가시도고에 위치한 소라토모리(そらともり)라는 숙소를 발견!
모든 객실에 노천탕이 딸려 있고, 가격도 아주 착한 숙소였다
부대시설도 있을건 있는 정도로 갖춰져 있고, 온천탕에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아서 재미있기도 했다
고작 4일간 느긋하게 여행했을 뿐인데 상당히 몸이 피곤했다
하지만 마지막날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는 법...
좋은 사케, 닷사이23을 즐기며 아쉬움을 달래보았다
다음날 아침
귀국을 위해 공항버스에 탑승
아마 내가 가 본 국제공항 중에 가장 작은 규모의 면세점이었던 것 같다
딱히 살 것도 보이지 않고...하던 차에 저걸 발견해버렸다
잠시간의 형식적인 고민 끝에, 마지막 건배를 나누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를 우리의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