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는 것처럼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구분되어 있다
이번 여행에서 웨일스는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는 게 아쉬워서, 잠시나마 구경이라도 할 요량으로 기차를 타고 카디프로 떠났다
오늘 이용할 기차역은 패딩턴(Paddington)
가만 보니 내가 탈 열차의 종착역은 스완지... 기성용 때문인지 괜히 반갑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웨일스 지역에서는 안내 표지판에 영어 뿐만 아니라 웨일스어를 함께 사용한다
그렇다고 웨일스 사람들이 웨일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굳이 두 가지 언어를 함께 표기하는 건 '명맥을 유지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어쨌든 런던에서 두 시간 기차를 타고 웨일스의 주도 카디프(Cardiff)에 도착!
웨일스어로는 Caerdydd라고 표기되지만 이렇게 읽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웨일스기가 거리에 나부끼는, 아주 웨일스스러운 모습
"여기가 긱스의 나라입니까?"... 다행히 생각만 하고 실제로 저런 드립을 치지는 않았다
일단 카디프 시장(Cardiff Market)으로 갔다
별다를건 없는 전형적인 시장의 모습
대충 둘러보니 저렴하게 점심을 때울 수 있는 먹거리가 몇 가지 보이길래, 잠시 관광을 하다가 여기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요즘 식비를 과도하게 소비한 탓에 한 끼라도 아껴야 될 것 같아서... ㅎㅎ
성 요한 침례교회(St. John the Baptist Church)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아서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카디프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Cardiff)
'국립박물관'이라는 거창한 이름 때문인지 여기는 꼭 보고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2층은 중세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꽤 흥미롭게 보았고
1층은 지구의 역사에 관한... 공룡이나 화석 같은거 나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여기는 대충 보다가 패스
다시 카디프 시장으로 돌아와서 간단한 버거와 음료로 끼니 해결~
2.50파운드라는 헐값으로 식비를 절감하는 데 성공하였다^^
구운 양파에 고기만 들어있는데도 제법 맛이 괜찮았다
오후가 되어 찾아간 곳은 카디프 성(Cardiff Castle)
여러 언어로 환영 인사가 적혀 있었지만 한국어는 없더라
1세기에 로마 시대의 요새로 지어진 곳인데, 11세기에 노르만 족이 침입하면서 그들의 건축 양식으로 바꿔서 건축되었다
성 치고 규모는 작은 편
잔디밭만 보면 드러눕고 보는 유럽인들의 종특 때문인지, 오늘따라 날씨도 화창한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성의 북쪽 문(North Gate)
인공적인 언덕을 만들어서 그 위에 세워진 Norman Keep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르만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이다
올라와서 보니 그럴싸하쥬(?)
저 뒤로 밀레니엄 스타디움이라는 카디프의 대표적인 경기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것은 카디프 성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Castle Apartments
William Burges라는 건축가가 부트(Bute) 가문을 위해 설계한 곳
지나치게 화려함만 강조하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데
적당히 고급지게(?) 화려한 느낌의 내부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카디프 성 한쪽 구석에서 trebuchet이라는 중세시대 투석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책 나오기 참 좋은 곳이란 느낌이 들었던 곳, 카디프 성
물론 혼자 오기에도 좋다...ㅠㅠ
점심을 대충 먹어서 그런지 살짝 출출해진다
맥주나 한 잔 하고 싶어서 The Goat Major라는 펍에 갔다
여러 가지 맥주 중 Brains라는 카디프산 에일 맥주를 선택하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니 살짝 배도 부르고, 살짝 취기도 오르고...
술기운 때문인지 신호등의 모양이 특이해 보인다
지금 보니 별다를 게 없는데 왜 굳이 찍었는지 모르겠다...
잠시 공원에서 쉬었다 가려고 Bute Park로 향했다
이 공원의 남쪽 벽은 여러 동물들의 조각상이 군데군데 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타프 강(River Taff)과 카디프 성 사이에 위치한 Bute Park
18세기경 카디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문이었던 Bute 가문의 소유지였는데 후에 카디프 시에 기증하여 이렇게 이름붙였다고 한다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공원에서 여유를 잠시 만끽하고,
이제 배를 타고 카디프 항구 쪽으로 넘어갈 차례가 되었다
조정의 나라인 영국답게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영국인은 자신들이 만든 스포츠에서 항상 진다'라는 속설이 괜히 떠올랐다... 왜였을까...
잠시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20~30분 정도 배를 타다 보면 Cardiff Bay 지역에 도착하게 된다
항구에 도착
카디프 항구 지역에는 독특한 건물들이 많은데, 이것은 웨일스 의회 건물인 Senedd
붉은 벽돌로 가득한 외관 때문에 특히 더 튀어 보이는 Pierhead
지금은 연회장이나 전시관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시계탑 때문인지 Wales' Big Ben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기도 하다
각종 쇼핑몰과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는 Mermaid Quay라는 곳도 눈에 띈다
아예 작정하고 튀려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 이 독특한 건물은 Wales Millennium Centre
2004년 개장되어 영화관, 공연장 등으로 활용되는 문화 시설이다
그 앞에는 쓸데없이 높게 솟은 쇠기둥(?)이 있는데, 저건 어떤 용도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이런 희한한 건물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나름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다소 산만하고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간식 삼아 피쉬 앤 칩스를 하나 사서 바닷가에 앉아 먹었다
어차피 한국 가면 이런 거 안 먹을 텐데 영국에서라도 많이 먹어 둬야지...
항구 지역은 특이한 몇몇 건물들 빼고는 딱히 할 게 없었다
오늘 관광은 다 한 것 같으니 카디프 시내로 다시 이동하여 슬슬 런던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런던으로 돌아가기 전, 카디프 역 근처에 Millennium Stadium이 있어서 잠시 둘러보았다
74,500석 규모의 럭비 경기장으로 건축되었지만 이게 영국에서도 몇 안되는 초대형 경기장이다 보니 굵직굵직한 축구 경기를 위해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팀이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과의 경기도 이 곳에서 치러졌다
짧은 카디프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기차를 이용하여 런던으로 돌아갔다
사실 볼거리가 그리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웨일스의 느낌을 살짝 맛보고픈 이유로 선택한 곳이었는데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한국인 찾기가 정말 어려운 곳이라는 점도 장점 중 하나!
런던으로 돌아와서, '오늘 저녁에는 영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에 가야겠다'라는 끔찍한 생각으로 Rules라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유서깊은 레스토랑으로 런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영국 요리라... 왠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Smoked Haddock Soup
haddock은 대구와 유사한 생선인데, 훈제된 맛이 강한 편이었고 기대와는 달리 전반적으로 맛은 좋았다
문제의 영국 요리, Steak and kidney pie 등장 ㄷㄷㄷ
소고기와 함께 소의 신장(!!!)을 파이 속에 넣고 익힌,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영국 요리
신장이 고스란히 들어있구나 싶은 게... cortex와 medulla의 단면이 구별되어 보였다...
음식을 보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생전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맛은... 보기보다 그렇게까지 쓰레기같지는 않다 (도저히 이 이상 좋은 표현을 찾아낼 수가 없다;;)
여행기를 혐짤로 마무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식당 풍경이나 다시 올려야겠다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좋은데, 뭐 다른 무난한 요리를 시켰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뭐 하여튼 뭔가 무섭다 영국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