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5 Europe

8일차, The Glenfiddich Distillery / 150529

lsgwin 2015. 10. 5. 00:27

시끄럽고 비좁은 야간열차 안에서 어떻게든 잠을 청하려 몸부림치다 보니 어느덧 아침이 되었다

 

침대칸을 이용하면 이런 정도의 아주아주 간단한 아침을 제공해 준다

(일반석에서도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거 가지고는 먹은 느낌도 나지 않아서 애버딘(Aberdeen) 역에 도착하자마자 역 내 카페에서 제대로 된 아침을 먹었다

저 빵이 의외로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무심코 받아든 거스름돈에 새겨진 'Bank of Scotland'를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 여기는 스코틀랜드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파운드화에 관한 아주 시시콜콜한 정보

1. 한국의 은행에서는 잉글리쉬 파운드만 취급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 은행에서 발행된 파운드는 현지에서 전부 쓰고 오는 것이 좋다 (기념으로 하나 가져올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10파운드만 해도 2만원에 가까운 돈이니 좀 아까운 감이 있다)

2. "원칙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파운드는 영국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Bank of England 파운드는 당연히 어디에서나 받아주지만, 스코틀랜드의 Bank of Scotland (간혹 Clydesdale Bank도 있음)라거나 북아일랜드의 Bank of Ireland와 Bank of Ulster에서 발행된 파운드는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간혹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영국 안에서도 파운드를 가려서 사용해야 하는 현실 ㅠㅠ

 

 

 

오늘의 여정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글렌피딕의 본고장인 Dufftown이라는 곳에 찾아가는 것!

다만 거기까지 가는 것이 좀 번거로운데, 일단 애버딘으로 와서 Elgin까지 기차를 타고 간 다음 버스로 Dufftown까지 가야 한다

 

Elgin 역에서 내려 저런 조그만 표지판이 달린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다

이게 한 시간마다 있는 버스라서 미리 시간표를 찾아보고 갔는데 예정된 시각에서 30분이 지났는데 올 생각을 안한다;;

마침 비도 오고 해서 잠시 역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다가 나와야지... 하고 자리를 뜨니깐 딱 버스가 도착하는 바람에 놓쳐버렸다

다행히 한 시간 후에는 제시간에 버스가 도착해서, 좀 귀찮아지긴 했지만 어쨌든 갈 수는 있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글렌피딕 증류소(The Glenfiddich Distillery)에 도착!

싱글몰트 위스키의 상당수가 스코틀랜드 Speyside 지방에서 만들어지는데, 글렌피딕도 이 지역 Dufftown이라는 곳에서 생산된다

 

Explorers Tour라는 이름으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되는 견학 및 시음 코스를 신청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증류소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못 보던 맥주는 일단 먹어봐야 되기 때문에 Spey Valley Stout 맥주를 주문했다

Speyside 지방에서 생산되는 맥주인데 맛이 진하고 독특한 향이 나는 게 아주 일품이었다

 

식사라기보단 안주 개념으로 연어 피쉬케익을 함께 주문

'이런 레스토랑 음식은 맛이 별로겠지' 하는 예상과는 달리, 심지어 여긴 영국인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글렌피딕의 다양한 위스키도 맛 볼 수 있긴 한데, 이따가 시음을 해야 하니 지금은 자제하는걸로...

 

1:15에 시작하는 투어를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런 거 보면서 기다리다 보면 투어 시간에 맞춰 안내해주는 직원이 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 준다

 

 

 

 

 

일단 공장을 돌아보면서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위스키 시음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참아내야 한다! 

 

드디어 시음 시간~

 

시음에 사용되는 술은 글렌피딕 12, 15, 18년산과 Rich Oak라는 이름의 14년산이 되겠다

 

 

 

 

종류마다 맛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고,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이렇게 맛의 차이를 비교해가면서 한 잔씩 마시니 술기운이 올라서인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저런 녀석들도 주면 좋았겠지만, 10파운드짜리 투어에서 이런 걸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

 

처음 보는 스노우 피닉스라는 라벨이 있어서 좀 찾아보니,

폭설이 내려서 오크통 저장고가 망가진 적이 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죄다 섞어서 만들어보자!' 하고는 한정판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2010년 한정판이라 지금 구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증류소 견학과 시음은 마무리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계속 비가 애매하게 오다말다 하는 지극히 영국스러운 날씨

 

위스키 증류소가 밀집된 곳이니만큼 버스정류장에서도 나름 소소한 센스가 발견된다 

 

아침의 동선과 역순으로, 버스를 타고 Elgin으로 일단 간다

이게 원래는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공사 구간이 있어서 엄청나게 시간이 지체되었다

30분 정도는 늦어진 것 같은데, 아마 아침에 버스가 늦게 도착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그렇다 보니 Elgin에서 예정된 기차를 놓치고 다음 편을 타야 하는 상황...

마침 근처에 슈퍼가 있어서 간단한 간식 타임을 가졌다

뭔가 오늘은 예상보다 늦어지는 변수가 자꾸 생긴다;;

 

뭐 좀 늦긴 했지만 애버딘으로 돌아와서 최종 목적지인 에든버러까지 다시 기차 탑승 ㅠㅠ

저녁 8시쯤 에든버러에 도착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여차저차하여 1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딱히 한 건 없는데 하루가 지나가버린 묘한 하루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