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5 Europe

9일차, Edinburgh / 150530

lsgwin 2015. 10. 12. 00:45

에든버러에서는 3박 동안 호스텔에서 묵었다

Edinburgh Central Youth Hostel 싱글룸을 이용했는데, 영국이라 그런지 호스텔이라고 딱히 싸지도 않았다

중심가와 약간의 거리(그래봤자 도보 10분 정도이기는 하지만)가 있다는 점도 다소 아쉬움

 

심지어 조식 가격은 따로 받는다... 무려 4.95파운드;;

부페식으로 덜어먹는 방식이었는데 정말 먹을 게 없더라...

 

어제는 도통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오늘은 좀 부지런하게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에든버러의 중앙역인 Waverley Station

여기를 중심으로 관광지들이 대부분 모여있기 때문에 역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숙소를 잡으면 효율적이다

 

 

 

일단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도시 분위기를 파악해보는데, 느낌이 상당히 괜찮다

그 느낌이라는 것이 참 오묘한데,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던 도시를 3개 정도 꼽는다면 에든버러는 꼭 들어갈 듯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입고, 아주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느낌의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아저씨

 

스코틀랜드 작가 월터 스콧을 기념하여 만든 Scott Monument

스콧의 대표작인 Waverley가 역의 이름이 될 정도니 스코틀랜드에서 상당한 위상을 지닌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스콧의 기념비가 위치한 이 곳은 Princes Street Garden이라는 공원이었다

 

월터 스콧의 조각상

 

도시 풍경도 아름답고, 마침 벤치에 자리가 있길래 잠시 앉아서 쉬기로 했다

저건 누구의 조각상인가 봤더니 Adam Black이라는 출판업자라고 한다

 

에든버러 중심가에서 서쪽 방향으로 잠시 걸어가다 보면 에든버러 성(Edinburgh Castle)이 나온다

오래 전 사화산이 된 언덕 꼭대기에 위치하여 6세기에 처음 지어진 성으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런저런 증축이 이루어지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북쪽 지방이라 그런지 런던에 비해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다

겉옷 하나 껴입어도 살짝 선선한 느낌...

 

성 입구를 통해 입장

에든버러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보니 줄이 상당히 긴데, 입구 근처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줄 설 필요 없지롱~" 하는 안내판을 발견하고는 폰을 꺼내서 잽싸게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인발권기로 곧바로 가서 티켓을 받아 유유히 입장하면 된다

 

오전 시간부터 사람들이 아주 많다

 

아주... 많다

 

 

 

성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의 풍경

스콧 기념비는 어디서나 눈에 잘 띈다

 

오후 한 시가 될 때마다 포를 발사하여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One O'clock Gun

지금도 한 시에 쏜다고 하길래 기다려볼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포기...

 

그 밖에 흔하디 흔한(?) 보통 대포들이 좌르륵 깔려 있다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옛날 모습을 음향 효과와 함께 재현하여 보여주는 Military Prison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큰 성은 아니지만 나선형으로 언덕을 끼고 꼬불꼬불한 구조인데다가 이런저런 문이 많아서 은근 길찾기 헷갈렸다;;

 

'개 공동묘지'...?

 

군견들의 공(?)을 기리며 이렇게 묘지까지 만들어준 모양이다

우리의 문화와 비교해보면 참 신선한 발상

 

약간 더 높이 올라오니 아까와는 또 다른 뷰가 펼쳐진다

 

Mons Meg라는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거대한 대포

 

St. Margeret's Chapel, 이것은 12세기에 만들어진 에든버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제법 높이 올라왔으니 기념사진을 하나 찍는다

 

사람들이 저 틈새로 굳이 얼굴을 들이밀고 보고 있길래 나도 따라해 보았다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딱 스콧 기념비를 향하여 조준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대포에서 보아도 같은 위치를 향하고 있어서,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꽤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스코틀랜드식 의상을 입은 남자가 보이길래 그냥 그런갑다 하고 지나쳤는데, 잠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단 성 구경을 계속한다~

 

The Scottish Crown Jewels라는 곳에는 스코틀랜드 왕들의 화려한 보석과 각종 왕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촬영은 불가)

 

The Stone of Destiny - 우리 말로는 운명의 데스티니돌덩어리?

스코틀랜드에서 왕의 대관식 때 왕관을 받으며 이 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보물이었을텐데, 이걸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 시절에 빼앗겨 700여년 동안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보관되어 있다가 1996년에 되찾아왔다고 한다

 

여긴 왜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건가 싶어서 나도 일단 줄을 서 보았다

 

여기가 바로 The Great Hall, 대연회장 되시겠다

1639년까지 스코틀랜드의 의회가 열리기도 했던 중요한 곳

 

 

 

갑옷이나 칼이 유독 많이 걸려 있길래 그냥 장식인줄 알았는데...

영국, 그러니까 잉글랜드의 올리버 크롬웰이 1650년에 이 호화로운 연회장을 군사 시설로 바꾸어버렸다고 한다

그 후 1887~1892년에 걸친 복원 공사를 통해 비로소 옛 형태로 복원되었다 

 

이 곳은 1914년 이후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이런저런 전쟁을 통해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곳이었다

느낌으로만 봐도 사진 촬영은 안 되는 곳이고, 들어가보니 거의 말소리도 없이 경건한 분위기였다

우리와는 너무 먼 나라이다 보니 실감이 잘 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안타까운 역사임에는 분명하다

 

성 구경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보니 어떤 가족의 웨딩 촬영 장면이 눈에 띄었다

 

아까 보았던 전통 의상을 입은 남성도 이 가족의 일원이었던 모양이다

신랑과 신부 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의미있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성 하나 둘러보고 왔는데 상당히 볼 게 많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배가 무척 고파졌다

the dogs라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Barney's pale ale라는 에든버러의 맥주

황금빛 에일 맥주라서 외관상으로는 라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향이 아주 진하지는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었는데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맥주였다

 

주문한 요리는 샐러드와 블랙 푸딩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한 음식인데, 영국인이 만들어서인지 느낌이 오묘하다

순대라기보단 함박스테이크 먹는 느낌? 하여간 꽤 맛있게 먹긴 했는데 뭔가 오묘해...

 

 

 

점심을 먹고 나니 날씨도 어느 정도 따뜻해졌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었다

역시 이건 유럽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유럽인의 공통적인 종특인가 보다

 

오후의 첫 코스,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 (Scottish National Gallery)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스코틀랜드의 미술 뿐 아니라 고흐,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도 제법 전시된 곳

 

티치아노, The Three Ages of Man

이건 제목에서 느낌이 딱! 오더라...

 

고흐, Orchard in Blossom

촬영을 제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둘러보다가 '어 이거 괜찮네' 싶은 작품들만 몇 점 찍어두긴 했는데,

막상 제목이 기억나는 작품이 몇 안 되더라... 메모라도 해 두었어야 했는데 ㅠㅠ

 

카페이긴 하지만 그냥 카페가 아닌, The Elephant House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단골집으로, 그녀는 여기에 와서 작품을 쓰곤 했다고 전해진다

 

 

가게 이름처럼 여기저기 코끼리로 장식되어 있다

 

아포카토와 함께 귀엽게 생긴 코끼리 모양 쿠키를 먹었다

뭐 특별히 맛이 끝내준다거나 한 건 아닌데 조앤 롤링 때문에 엄청난 유명세를 타서 손님이 아주아주 많이 오는 곳이었다

 

Royal Mil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길은 에든버러 성에서 홀리루드 궁전까지 뻗어 있는 4개의 길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그 길이가 1마일 정도라고 해서 이렇게 불리우는 곳

 

옛날에는 왕족과 귀족들만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냥 사람들 왕창 지나다니는 번화가 느낌이다

 

 

The Royal Mile 밑에 붙은 Lawnmarket이 바로 이 길의 이름

이런 식으로 4개의 길이 계속 이어진다

 

쭉 걷다 보면 St. Giles Cathedral이라는 성당이 보인다

 

잠깐 들어가서 사진 하나 찍고

 

나와서도 사진 하나 찍고

 

이름 많이 들어본 애덤 스미스의 동상도 찍는다

 

그리 넓지 않은 이 길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까지 벌이고 있는 저 뻘짓은 대체 무엇인가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보니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면서 살짝 재미있기도 하다

무사히 착지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자연스럽게 박수가 나왔다 ㅎㅎ

 

적당히 하고 말지는 굳이 횃불까지 들고 오는 엄청난 뻘짓...

배경이 멋있어서 그런지 저 뻘짓마저 멋있어 보였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다시 평온해진 로얄 마일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1마일이 그리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여 만든 졸작"이라 평가받는 신축 스코틀랜드 의사당(Scottish Parliament) 건물

 

이 정도로 혈세 낭비라니... 여기 사람들 대한민국 한 번 와보면 게거품 물고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로얄 마일의 종착지, 홀리루드 궁전(Palace of Holyroodhouse)에 도착~

오래 걷느라 지쳤는지 굳이 입장하고 싶지는 않아서(정확히 말하면 입장료를 내고 싶지 않아서) 사진 하나 찍고 패스

 

그 옆에는 Holyrood Park가 있는데, 저 251미터 높이의 언덕을 Arthur's Seat라고 부른다고 한다

높은 곳은 올라가고 보는 본능이 내 몸을 멋대로 떠밀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진 않을거야' 하며 지친 다리를 애써 위로해본다

 

지도를 봐도 참 단순해 보인다

 

저 길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너무 완만하다

빠르게 오르기 위해 약간이나마 더 가파른 길을 선택한다

 

...가다보니 이게 길이 맞긴 한가 싶어진다

 

여기서 보니 홀리루드 궁전이 한 눈에 다 보인다!

역시 들어가지 않길 잘했어... ㅎㅎ

 

점점 올라갈수록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 중~

 

 

 

아! 에든버러 도심의 풍경은 점점 아득하게 멀어져간다

 

 

 

 

이제 딱 여기만 오르면 정상!

 

도착하였다

 

 

누가 돌멩이를 모아서 부질없는 낙서를 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여기도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의 풍경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이 정도면 유럽인이 찍어준 것 치곤 잘 나온 것 같다

 

 

이런 곳에 올랐을 때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왜 여기가 Arthur's Seat라고 불리는지도 모른다

그저 높은 언덕이 눈 앞에 있어서 오르는 것 뿐이다

 

산이라 부르기엔 좀 그렇지만 어쨌든 하산 완료

 

 

 

숙소 근처에 있는 테스코에서 적당히 먹을거리와 맥주를 사서 호스텔로 들어갔다

컵라면인데 영 맛이 없다... 영국산이었나?

 

주방에 와서 보니 FA컵 결승전을 하고 있었다

맛없는 컵라면을 먹으며 거의 끝나가는 경기를 지켜보았다

아스날이 아스톤 빌라를 4:0으로 꺾고 우승... 묘하게 FA컵은 잘 따내는 최근의 아스날

 

지금은 캐피털 원 컵이지만 예전엔 칼링컵이었던 그 대회, 칼링이 맥주 회사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박지성이 활약하던 그 때를 떠올리며 칼링 맥주를 먹어보았는데 이건 술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영 맛이 없었다 ㅠㅠ

 

숙소에서 쉴 계획이었는데 맥주를 먹다가 쓸데없이 힘이 솟아버렸다

야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숙소 근처에 있던 Calton Hill이라는 언덕으로 무작정 올라갔다

 

짓다 만 그리스 신전같은 건물이 있네

 

저 탑은 또 뭘까

 

밤 10시가 지났는데, 런던보다도 해가 더 늦게 지는 느낌이다

 

천천히 어둠이 드리워지고 조명이 켜지기 시작

 

 

 

 

뭐 괜찮은 풍경이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없다 보니 좀 밋밋한 느낌의 야경이었다

사진으로 보기에 애매해서 그렇지 사실 실제로 보면 꽤나 근사하긴 한데, 술김이라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

 

시간도 제법 늦었고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기에 이 정도로 하고 내려왔다

맥주 더 사러 아까 간 테스코에 다시 갔는데 11시까지 오픈... 간신히 시간이 남아서 맥주를 집으니깐 술은 10시까지만 판다고;;

비슷한 고충(?)을 겪은 옆 카운터 백인 손님의 한 마디 : "It's too English!"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제 현지에서 직접 사온 글렌피딕 미니어쳐가 있어서 이걸로 목을 좀 축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