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3 Aomori

첫째 날 : 아오모리 / 230801

lsgwin 2023. 8. 23. 00:29

여름 휴가로 6일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어딜 가야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지만, 사실 아시아권을 벗어나기엔 어려운 기간이었다

그러다가 휴가 기간에 딱 맞춰서 일본 아오모리라는 곳에서 '네부타 마츠리'라는 축제가 열린다고 하여 관심이 갔다

 

그렇게 아오모리라는 낯선 곳으로 떠난다

코로나 이전에는 직항도 있었는데 아직은 운항이 재개되지 않아 우선 도쿄로 들어가기로 했다

 

여행의 큰 틀은 네부타 마츠리를 체험하고 아오모리 현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인데

도쿄-아오모리 구간 및 아오모리 현 내에서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JR 동일본-미나미홋카이도 패스 (6일권)을 구입했다

패스를 이용하면 신칸센과 일반 열차, 공항철도 N'EX 등 JR에서 운영하는 모든 열차를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다

단 전석 지정석으로 운영되는 열차는 좌석 지정을 먼저 하고 탑승해야 한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예약한 패스를 수령하기 위해 JR 동일본 여행자 센터를 찾아갔다

그냥 가서 구입해도 되지만, JR 홈페이지에서 패스를 예약하면 탑승 예정인 기차 예약까지 미리 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제1터미널의 경우 지하 1층에 여행자 센터가 있는데, 줄이 길고 일처리가 느린 편이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고 한다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스타벅스 뒤쪽에 있는 티켓 발매기를 이용하는 게 좋다

 

도쿄도 오랜만이고, N'EX도 오랜만에 타 본다

빠르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인데, 패스로 이용 가능해서 부담없이 탈 수 있었다

 

비싼 가격 때문인지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

 

극한의 J형 인간이기 때문에 6일간의 일정 동안 예약이 필요한 구간은 전부 예약해 두었다... ㅎㅎ

 

*일본의 열차 티켓은 우리와 달리 승차권+좌석권으로 구분되어 있다

지정석이 없는 노선이나, 신칸센 중에 자유석 칸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승차권만 있어도 되는데

지정석을 타야 할 경우는 승차권과 좌석권을 모두 구입해야 한다

 

JR 패스를 이용할 경우는 패스가 승차권 역할을 하고, 지정석을 예약할 경우 그 좌석권도 함께 발급된다

탑승할 때는 개찰구에 패스만 집어넣으면 된다

처음 보면 뭐가 뭔지 헷갈릴만한 시스템...

 

 

 

1시간 정도 걸려 도쿄역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일본 여행에서 에키벤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한 번 시도해보았다

역 개찰구 안쪽에 위치한 에키벤야 마츠리(駅弁屋 祭)라는 가게를 찾아갔다

(개찰구 안에 가게가 있으면 기차 안 타는 사람은 못 가는 건가? 싶었는데, 기차는 안 타고 개찰구 통과만 가능한 입장권을 따로 판다고 한다)

 

 

 

종류가 아주 다양하고, 손님도 아주 많았다

 

아키타 현의 닭고기 덮밥이 왠지 마음에 들어서 구입.

 

신칸센의 특실을 그린샤(グリーン車)라고 부르는데

그보다 더 높은 등급인 1등석 개념의 그란클라스(GranClass)라는 좌석이 있다고 한다

안그래도 비싼 신칸센 중에서도 무시무시한 가격을 자랑하는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고, 우리나라에는 일단 없는 서비스이다 보니 궁금해서 도전!

 

일단 그란클라스 이용객을 위한 라운지 View Gold Lounge를 이용해보았다

도쿄역에만 있는 라운지이고, 도쿄 출발일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도쿄역에서 야에스 중앙출구(八重洲中央口) 쪽으로 나오면 이런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별로 눈에 안 띈다...)

 

오...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규모가 별로 크진 않지만 이용객도 많지 않아서 이용하기에 쾌적했다

 

간단한 다과가 제공된다

 

라운지에 걸려있는 그림도 구경하고 하다가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아주 대단한 서비스는 아닐지 몰라도, 혼잡하기 그지없는 도쿄역에서 조용히 쉬면서 기다릴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다

 

 

 

라운지에서 나와보니 신칸센 출입구가 근처에 있다

아오모리로 가려면 도호쿠 신칸센을 타야 한다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로 가는 신칸센 하야부사(はやぶさ), 그리고 아키타로 가는 신칸센 코마치(こまち)가 함께 달리다가 갈라지는 구조의 노선이었다

 

플랫폼 안에도 에키벤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사 먹는게 좀 더 현지인스럽긴 했을텐데... 싶긴 하다

 

드디어 신칸센이 도착했다

 

민트색의 하야부사와 빨간색의 코마치가 붙어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한 장 찍고...

 

이제 기차를 타 보자!

그란클라스는 10호차 한 칸에 배정되어 있었다

 

한 칸에 18석만 배치되어 있어서 아주 넓고 쾌적했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좌석 조절도 세밀하게 가능하고...

어떻게 보면 그란클라스에서 가장 중요한 버튼인 승무원 호출 기능도 있다

 

출발하자마자 제공되는 개인 물품

 

물티슈, 물, 살라미, 식사 메뉴가 들어 있었다

 

양식과 일식 중에 선택하여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고, 파운드케이크는 요청할 경우 제공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주류와 음료 무제한 서비스! 무제한! 술!

아아 벌써 정신이 혼미해진다

 

제공되는 슬리퍼는 가져가도 된다고 한다

비즈니스 호텔에서 주는 슬리퍼보단 퀄리티가 훨씬 좋으니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비행기의 스튜어디스처럼 그란클라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이 있어서, 원하는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일식을 선택했으니 사케가 어울릴 것 같아 일단 주문. (결국 다 시킬거잖아...)

카츠야마 준마이긴죠 켄(勝山 純米吟醸 献)이 180ml의 작은 병으로 나왔다

센다이의 사케라고 하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일식 메뉴의 구성

양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승무원에게 에키벤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안된다는 답변에 살짝 당황했다

그래도 기차인데 에키벤을 못 먹다니...

외부 음식은 먹지 못하는 규정이 있나보지 뭐

 

그렇다면 술로 배를 채우는 수 밖에...

레드와인을 시켜보았는데 일본산 와인이라고 한다

음... 이건 맛이 좀 애매하다

 

처음에 줬던 살라미는 요네자와규(米沢牛)로 만들었다고 한다

살라미라 하기엔 너무 탱탱한 질감이긴 했는데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이번에는 꼬냑으로~

헤네시가 나왔는데 아무래도 독한 술이다보니 병은 50ml로 더 작다

만약 다음에 탈 기회가 생긴다면 꼬냑만 계속 시키는 게 가성비는 제일 좋을 듯?

 

달라고 해야 준다고 하는 파운드케이크도 야무지게 챙겨먹었다

아오모리 사과가 들어있다고 하니 괜히 더 반가웠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서 보니 객실 문도 일반실과는 다르게 생겼다

 

제공되는 4가지 술은 다 먹어보아야 하니, 이제 화이트와인을 사과쥬스와 함께 주문했다

이것도 일본산인데... 와인은 어째 다 애매하다

 

마무리로 우롱차까지, 아주 알차게 뽕을 뽑은 기차 여행이었다

3시간 가량의 신칸센 탑승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본인 특유의 깍듯한 인사와 정갈한 서비스가 돋보였고, 제공되는 음식과 음료도 훌륭했는데

딱 하나 아쉬운 부분이라면, 이왕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갈 거면 와인을 해외 유명 제품으로 선택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싶긴 했다

어마무시한 가격은 좀 압박이지만 (도쿄-신아오모리 그란클라스 28,780엔), 그렇지만 일반석도 17,470엔이나 할 정도로 신칸센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한 번쯤은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신아오모리(新青森)역에 도착했다

아오모리의 특산물 사과가 반겨주는 모습~

 

숙소는 역 근처 토요코인

 

아주 전형적인 토요코인의 모습이다

 

짐만 풀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시골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리의 풍경이었다

 

아오모리의 대표 음식인 니보시라멘을 파는 나가오 쥬카소바(長尾中華そば 西バイパス本店)

 

니보시라멘은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라멘인데, 원래는 국물을 맑고 은은하게 내는 방식이었으나 후에 돼지육수나 닭육수를 섞어서 걸쭉하고 진하게 내는 방식도 생겨났다고 한다

이 가게는 두 가지 라멘을 모두 먹어볼 수 있는 집인데, 맑게 먹고 싶으면 앗사리(あっさり) 진하게 먹고 싶으면 코쿠니보시(こく煮干し)로 주문하면 된다

면의 굵기도 4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고, 나는 추천이라고 쓰여진 코쿠니보시에 수타면으로 주문해 보았다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멸치 국물의 비릿한 향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진하다

맛도... 정말 진하고... 정말 짜다! 그런데 맛있다!

니보시라는게 꼭 멸치만 얘기하는 건 아니고 정어리나 다른 생선들을 말린 걸 통칭하는 용어라고 하는데

확실히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멸치 국물에 비해 훨씬 더 깊은 맛이 난다

좀 더 꾸릿하면서 짭짤한 맛도 있고, 다소 텁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쨌든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호불호는 다소 갈리겠으나 아주 개성있는 지역 라멘이라고 느껴졌다

 

첫 날이라 다소 피곤하긴 하지만, 2차로 예약해놓은 이자카야가 있어서 발걸음을 옮기는 중

신칸센이 통과하는 신아오모리역에서 구시가지인 아오모리역으로 일반열차를 타고 6분 정도 이동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주송정역과 광주역, 천안아산역과 천안역 같은 관계라고 보면 된다

 

어쨌든 이 동네가 아오모리의 핫플인가보다

 

 

유독 눈에 띄는 A자형 건물은 아오모리 특산물 판매점 아스팜(アスパム)

 

내일(8월 2일)부터 네부타 마츠리가 시작되는데, 알고보니 오늘 전야제 행사가 있다고 한다

얼떨결에 오게 되어서 잠시 구경해 보았다

 

네부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속에 목재로 프레임을 만든 후 겉을 종이로 씌워서 채색하여 만드는 구조물을 네부타라고 한다

꽤나 거대하게 생겼는데 이걸 끌고 다니는 퍼레이드형 축제가 네부타 마츠리인 것이다

 

내일부터 5일간 진행될 네부타 마츠리를 앞두고, 각각의 네부타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약 20개 정도의 대형 네부타들이 있고, 뭐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 초반에는 어두워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네부타 아래는 죄다 술판이었던 것!

축제 전후로 술이 빠질 수 없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이 다시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런 귀여운 소형 네부타들도 있더라

 

 

바로 근처에 바닷가를 끼고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뭔지 모를 기묘한 동상도 보이고...

 

축하공연도 하면서 전야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밤 9시로 예약한 이자카야, 오료리 하타젠(御料理 はた善)

타베로그에서 선술집으로 검색해보니 평점이 높아서 방문하게 되었다

일본 식당 전화로 예약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었는데

비자 컨시어지를 처음 이용해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세상 참 좋아졌어...

 

혼슈 최북단의 도시이니만큼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서 해산물이 풍부한 도시이기 때문에

해산물 요리를 푸짐하게 먹어볼 생각이다

추천 메뉴를 손글씨로 적어놓은 메뉴판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진다

 

날이 더우니 일단 나마비루

 

아오모리의 향토요리 카이야키미소(貝焼き味噌)

말 그대로 가리비에 미소 양념을 해서 구운 요리, 맛 없기가 힘든 조합이다

가리비가 정말 커서 식감이 아주 좋았다

 

아오모리 현의 니혼슈를 몇 가지 찾아봤는데

우선 호우하이(豊盃) 다이긴죠를 마셔보았다

병을 보여주지 않고 대나무통에 담아줘서, 개성있긴 했지만 좀 아쉬웠다

꽤 시원하게 서빙되었는데 그게 잘 어울리는 청량한 향의 사케였다

 

사시미모리아와세(刺身盛わせ), 말 그대로 모듬 사시미

왼쪽 두 개는 누가 봐도 마구로

나머지를 주방장님께 물어보니 친절하게... 일본어로 설명해주시는데

마츠카와카레이(노랑가자미), 이시나기(돗돔), 소이(볼락), 호보(성대), 히라마사(부시리)라고 한다

 

뭔가 다른 날 것을 먹고 싶어서 추천을 부탁드리니 아와비(전복)를 먹어보라고 한다

플레이팅에 제법 신경을 쓴 모습... 내장까지 나오는데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먹어본 전복 내장 중 최상급이 아니었을까 싶다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니혼슈 하나 더!

이번에는 키쿠이즈미(喜久泉) 다이긴죠

호우하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구수하고 진득한 느낌인데 그렇다고 과하지는 않은,

아무튼 둘 다 맛이 깔끔해서 만족스러운 사케...

일본의 지자케를 맛보는 일은 우리나라의 각 지방 막걸리를 먹어보는 것 만큼 흥미로운 경험이다

 

이제 다시 신아오모리 역으로

 

역 안의 통로에 네부타 로드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아오모리는 정말 어딜 가도 사과, 아니면 네부타더라

 

기차에서 먹으라고 파는 에키벤인데 기차에서 먹지 못한 그 에키벤

상당히 배부른 상황이지만 이걸 들고 다니면서 여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호텔로 돌아와서 살짝 맛을 보았다

에키벤 잘 못 고르면 상당히 맛없다는데, 이건 꽤 먹을만 했다

배고픈 상황이었다면 허겁지겁 먹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일본에서만 판다는, 생맥주처럼 거품이 나오는 맥주캔이 있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하나 집어왔다

 

저렇게 캔 뚜껑이 통째로 열리는 방식인데

따자마자 거품이 엄청나게 쏟아지기 때문에 받침을 대고 따는게 좋을 것 같다

겉보기엔 요란하지만 사실 맛은 별 감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