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3 Aomori

둘째 날 : 아오모리, 하코다테 / 230802

lsgwin 2023. 9. 3. 21:56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피로가 몰려온다

분명 '여름 휴가'이거늘... 어째 고행길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한다

 

아오모리 여행객들이 대부분 한 번 씩 먹어보는 놋케동(のっけ丼)이라는 이름의 해물 덮밥

그걸 먹기 위해 아오모리 교사이센터(青森魚菜センター)로 갔다

지금 시각이 아침 7시 30분 정도, 고행은 내가 스스로 자초하고 있었다...

 

놋케동 먹는 방법이 재밌는데,

원하는 만큼 식권을 구입한 후에 먹고 싶은 해산물들을 직접 골라 식권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12개를 사는 게 딱 한 세트로 모양이 예뻐서... 12개에 2000엔짜리 식권을 구입했다

 

하마치(はまち)라... 처음 보는 이름인데 맛있어 보여서 선택.

찾아보니 방어 새끼라고 한다

 

아오모리는 가리비(호타테, ほたて)도 유명하다길래...

근데 어떤 해산물은 식권을 2장 또는 3장씩 받기도 한다

2장짜리도 충분히 커 보여서 이걸로 선택했다

 

이쿠라도 빠지면 섭하지

 

타마고도 맛있어보인다

 

시지미(しじみ)가 들어간 미소시루도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재첩된장국인데 이게 맛이 기가 막히다

 

야리이카(やりいか), 요건 한치

 

우니도 하나 넣고 마무리

이제 보니 새우도 먹어볼걸 그랬네...

 

이렇게 완성된 놋케동

밥도 식권 한 장을 받기 때문에 식권을 잘 배분해야 마음에 드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만들어먹는 방식도 재미있고, 해산물이 아주 신선해서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 아침(!!!)을 먹으러 쿠도라멘(くどうラーメン)으로 갔다

아오모리 전통 방식으로 맑은 니보시라멘을 파는 오래된 식당이라고 한다

어제 먹었던 진한 니보시라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이 곳은 한 가지 라멘만 파는데 사이즈를 정할 수 있어서, 소짜리로 하나 주문했다

중화소바 스타일보다 면이 가늘고 꼬들꼬들했고, 국물도 듣던대로 맑았다

하지만 맛은 상당히 짭짤하면서 멸치 맛이 깊게 배어있었다

색깔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쇼유가 들어가는 것 같다

 

어제 먹은 라멘과 비교해볼 때 둘 다 맛있었고, 가게가 다른 만큼 추구하는 맛도 다르겠지만

개인적 취향으로는 맑은 쿠도라멘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었다

 

완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잠시 근처 바닷가 구경을 했다

 

뒤에 보이는 배는 세이칸 연락선(青函連絡船)인데, 아오모리(靑森)와 하코다테(函館)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오하코가 아니고 세이칸... 일본의 한자 독음은 참 헷갈린다)

과거에는 아오모리와 하코다테 사이의 바다로 인해 떨어진 철도를 이어주기 위해 기차를 태우고 운행했다고 하는데

해저터널이 개통된 이후로는 운행을 중단하고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오모리 명물인 사과 모양의 벤치

 

잠깐 앉아보았다

 

아오모리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과쥬스

아주 달달하고 진한 사과맛이 느껴져서 맛있었다

 

 

 

고작 아침만 먹었을 뿐인데 벌써 글이 길어지고 있다...

아무튼 다음으로 간 곳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青森県立美術館)

 

다소 뜬금없이 샤갈의 작품이 입구 부근에 전시되어 있다

발레 '알레코'의 배경화로 제 1막부터 4막까지 4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에서 제 1막, 2막, 4막을 소장하고 있고 제 3막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대여해왔다고 한다

일단 제 1막 <달빛 아래의 알레코와 젬피라>

 

제 2막 <카니발>

 

제 3막 <어느 여름 오후의 보리밭>

 

제 4막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환상>

이렇게 4작품 모두 볼 수 있었고 자세한 해설이 적혀있는 종이도 비치되어 있어서 세세한 부분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다른 전시실은 일본 작가들의 전시로 채워져 있었는데, 사실 아는 작가도 없고 그리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다만, 아오모리 현 출신의 유명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이 10여점 정도 전시되어 있어서 좋았다

 

 

미술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을 듯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제법 크기가 큰 조형물도 있었고

 

방 하나를 통째로 작품으로 꾸며놓기도 했다

 

귀여우면서 약간 기괴한 느낌도 드는 전시였다

 

아마도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이 아오모리켄(あおもり犬)일 것이다

높이 약 8.5m에 달하는 거대한 개의 형상인데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졸려 보이기도, 시무룩해 보이기도 하면서 입꼬리는 실룩 웃고 있는듯한 오묘한 표정의 거대견이었다

사실 이거 하나 보려고 미술관 입장료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굳이 미술관에 입장하지 않아도 야외에서 들어가는 길이 있어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었기에 다소 허탈하긴 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샤갈 작품을 볼 수 있기도 해서 510엔의 입장료가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하코다테(函館)로 이동하기 위해 신아오모리 역으로 왔다

 

역 안에 있는 기념품점이 제법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몇 가지 사과 기념품을 구입했다

 

이제부터는 JR 패스를 이용하여 일반석을 이용했다

한국 KTX와는 달리 3+2로 좌석이 배열되어 있다

차량 폭이 한국보다 넓다고 하고, 그래서 생각보다 답답한 느낌은 아니었다

 

방금 구입한 사과 간식거리들을 먹어보았다

 

사과 쿠키는 약간 마가렛트 비슷한 느낌이었고

 

말린 사과는 묘하게 감자칩 비슷한 식감이 느껴졌다

사과니까 당연히 맛은 달달하다 ㅎㅎ

 

신아오모리 역에서 종점인 신하코다테호쿠토(新函館北斗駅) 역으로 1시간 정도 이동했다

이 구간은 아까 언급했던 해저터널을 이용하게 되는데, 사실 이렇게 캄캄하기만 해서 아무 감흥이 없었다

(이 터널의 이름은 이것 때문에 강제 은퇴하게 된 연락선의 이름 그대로, 세이칸 터널이다)

 

 

 

아오모리와 비슷하게, 신칸센 역인 신하코다테호쿠토 역에서 시내 중심인 하코다테 역까지는 일반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쾌속 열차로 16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무튼 하코다테 역에 도착!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호텔 Century Marina Hakodate에서 1박을 하였다

비교적 신식 건물이고 온천과 조식 등의 서비스가 평이 좋아서 예약하게 되었는데

일본 호텔예약 사이트 자란넷(jalan.net)에서 체크인 오후 7시 조건으로 1박 15,000엔으로 가성비 있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일본 호텔은 라쿠텐이나 자란넷 같은 일본 사이트를 뒤져보면 한국 가격비교 사이트에서는 나오지 않는 할인플랜이 나오기도 하니 귀찮더라도 검색해보는게 좋다

 

제법 고급스러운 로비의 모습~

토요코인만 이용하면 경비는 많이 절감되지만 좀 답답한 느낌이 들긴 해서, 좋은 호텔도 한 번씩 이용하는 게 좋더라

 

하코다테에서는 글로벌 체인 호텔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 지역에만 있는 이런 호텔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

체크인 늦게 하는 조건으로 예약을 해서 그런지 얄짤없이 7시 이후에 오라고 해서 짐만 맡기고 다시 나왔다

 

 

 

하코다테는 노면전차가 다닌다

동선도 효율적인 편이고, 아무래도 버스보다 타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여행객을 비롯해서 승객이 항상 많았다

(사실 그래서 나중에는 버스를 이용하는게 더 편했다)

 

전차에 타고 보니 하코다테도 지금이 축제기간이라 전차 요금을 전 구간 200엔으로 할인 중이라는 정보 발견

기본 요금이 230엔이라 딱히 큰 할인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할인이라니 기분이 좋다

 

하코다테 미나토 마츠리(函館港まつり)라는 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하코다테는 시오라멘이 유명하다고 해서 아지사이 본점(あじさい本店)을 방문해 보았다

오후 3시 20분쯤 도착했는데도 서너팀 정도 대기중이었다

귀찮다기보단 오히려 맛집이구나! 싶어서 안심이 되는 상황... 일본에서는 그렇게 되더라

 

워낙 유명한 곳이라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모양이다

 

메뉴 주문은 자판기에서 받고 일단 착석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생맥주부터... 이건 술이 아니라 생명수다

 

라멘만 먹자니 좀 심심해서 교자도 시켜보았다

아직까지 일본 라멘집에서 교자를 아주 맛있게 먹어본 적은 없다... 여기서도 그랬다

기본은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이드 메뉴 정도 느낌?

 

드디어 시오라멘 등장!

국물을 우선 먹어보았는데, 우와 정말 예술이었다

아주 맑고 개운한데 육수를 뭘로 냈길래 이런 맛이 나는지 궁금했다

지금껏 먹은 시오라멘은 다 엉터리였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여지껏, 그리고 앞으로도 최고의 시오라멘으로 기억될 것 같다

 

완멘.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 바람도 애매하게 들어오는데다가 창가여서 미칠듯이 땀을 흘리며 먹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모든 게 용서되었던 곳이었다

아, 물론 생명수가 큰 몫을 했다

 

 

 

하코다테에서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아서 관광은 딱 두 곳만 하기로 했다

일단 아지사이 바로 앞에 있는 고료카쿠 타워(五稜郭タワー)

고료카쿠라는 별 모양의 요새를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원래는 요새를 걸어서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너무 더워서 포기했다

홋카이도마저 폭염일 줄은 예상을 하지 못해서...

그래도 전망대에 올라오니 별 모양이 한 눈에 들어와서 구경하기엔 더 좋았다

 

누군진 잘 모르겠지만 동상이 하나 있었고,

 

전망대는 이런 식으로 생겼다

 

이런 곳에 으레 있기 마련인 조감도나 모형 같은 것들도 있다

이런 오각별 모양의 요새는 유럽에서 보던 건축 양식인데... 생각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해설을 읽어보니 역시나 유럽의 양식을 받아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시내 전망은 아주 평범

 

고료카쿠의 역사를 이런 식으로 모형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었다

 

하코다테 전쟁이란 게 있었는데, 아까 그 동상도 전쟁에 참여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간단히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멀찌감치 성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어서 금방 나왔다

 

다음으로 야경 맛집이라는 하코다테 산으로 가기 위해 하코다테야마 로프웨이(函館山ロープウェイ)를 타러 갔다

 

아무래도 해가 지는 모습을 천천히 보고 싶어서 기상청 일몰 예상시각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사람이 많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 많더라

 

바다가 양쪽으로 파고 들어오는 듯한 잘록한 모양의 독특한 지형이 인상적이었다

 

음...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들린다

안타깝게도 중국인에게 야경 맛집으로 소문이 다 나버렸나보다 ㅠㅠ

 

앉아서 볼 수 있는 명당 자리는 이미 늦은 것 같고,

그냥 적당한 자리에 서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과정은 언제나 늘 지루하다

 

예전에는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찍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새로 산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설렁설렁 찍었다

그래도 봐 줄 만큼은 찍히는 것 같다

 

오... 이제야 좀 야경같다

 

멋있다

멋있긴 한데... 이 정도로 중국인사람들에게 치이면서 와서 볼 만한 정도인가 하는 의문은 좀 든다 ㅎㅎ

 

 

 

야경을 보고 나서 약간 늦은 저녁으로 럭키 삐에로(ラッキーピエロ)라는 하코다테에만 있는 햄버거 체인의 본점을 향했다

지점마다 인테리어가 다르다고 하니 꼭 본점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장 인기 메뉴라고 해서 시킨 차이니즈 치킨버거 세트

묘하게 여기서는 우롱차가 기본 음료라고 한다

감자튀김도 소스와 치즈를 끼얹어서 컵에 담아 주는데 이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버거도 평범하게 생겼는데 제법 맛있었다

그래도 개인적인 이 집의 최고 메뉴는 감자튀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가네모리 아카렌카 창고(金森赤レンガ倉庫)

개항기 하코다테 시절 사용된 건물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쇼핑몰로 사용되고 있다

밤이라서 가게들은 전부 문이 닫힌 상태였다

 

이젠 폰카로도 야경이 그럭저럭 찍히니, 여행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닐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드디어 호텔 도착

좋은 호텔인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좋았다 ㅎㅎ

낮에 체크인을 하지 못해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는데, 호텔 온천탕을 이용하고 나니 피로가 많이 풀렸다

특히 압권은, 인피니티 풀은 봤어도 인피니티 노천탕은 처음 경험해보는데 그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링크만 첨부 : https://www.centurymarina.com/spa/)

 

오늘은 밤에 쉴 계획이었는데, 호텔 분위기가 상당히 맘에 들어서 부랴부랴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삿포로 맥주와 함께...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하이볼 캔에 왠지모를 관심이 생겨서 하나 집어왔다

아, 이제와 이 사진 속에서 기억나는 건 저 하이볼 뿐이니 참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