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체르마트 호텔도 조식이 아주 평이 좋아서 기대가 된다
단순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구성
빵이 다양해서 좋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치즈가 전부 스위스산! 비교해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아주 고급스러운 테이블 느낌~
객실 수가 많지 않아 조식 레스토랑은 항상 여유로웠다
뷔페 종류만 보고 약간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테이블에서 주문 가능한 요리가 이렇게나 많다!
3일간 전부 먹어볼 기세로 열심히 주문해 보았다
일단 가장 평범한 메뉴, 오믈렛을 시켰더니 아주 곱게 만들어서 나온다
와이프는 후라이를 선택... 이건 세계 어딜 가나 똑같구나 ㅎㅎ
다만 달걀 자체의 맛이 한국산보다 약간 더 진하면서도 전혀 비린 맛 없이 깔끔했다
팬케이크가 생각보다 두툼하고 정갈하게 나온다
물론 메이플 시럽과 함께~
프렌치 토스트, 대부분의 메뉴들이 예상했던 비주얼과 조금씩 다르긴 한데 다 맛있다
마무리로 차도 한 잔 마시니 아주 좋다^^
이렇게 점심을 걸러도 될 만큼 충분히 조식을 먹고 나왔다
(실제로 걸렀다...)
호텔이 높은 지대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체르마트 시가지로 나오게 되는데
호텔 바로 앞으로도 내리막길이 나 있어서 걸어가 보았다
뭘 그렇게 찍고 있나 했더니... 달팽이가 있네?
고양이도 있네?
관심을 받고 있다 생각하는 모양인지 대뜸 발라당 드러눕는다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주는 팬서비스 가득한 고양이...
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본다
금방 내려오긴 했는데, 약간 돌아가는 느낌이 있으니 그냥 호텔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 게 편했을 것 같다
정말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익숙한 이 거리
(사실 체르마트엔 이 길 밖에 없긴 하다...)
그 땐 그저 식비를 아끼면서 하나라도 더 보려고 돌아다니던 시절이라, 저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때우던 기억이 난다
(맥도날드라고 싼 것도 아니었다...)
여기저기 매장들마다 체르마트 느낌이 가득~
11년만의 방문이니만큼 그 때 가 보지 못한 곳들로 여행을 하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딱 한 번 예외적으로 고르너그라트(Gornergrat)에 다시 가 보려고 한다
사방으로 눈 덮인 모습만 보고 내려왔던 처절한 실패의 기억을 되돌려, 아름다운 기억으로 바꿔보고 싶어서...
(2013년 5월의 고르너그라트 방문 : https://dentravel.tistory.com/68)
성수기 요금이 132프랑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간다
다행히 하프 페어 카드가 있어서 66프랑, 이것도 사실 까무러칠만한 비용이긴 한데...
다행히 마터호른 꼭대기까지 잘 보이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사실 요즘엔 전망대 홈페이지마다 라이브 웹캠이 있어서, 현재의 모습을 확인하고 올라갈 수 있으니 예전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줄어들긴 했다
11년 전에는 내가 이걸 몰랐던건지, 이런 시스템이 아직 없었던건지... 아무튼 좋은 세상이다
그래, 그 때도 이런 걸 보고 싶었던거지
33분 정도 걸려서 고르너그라트 정상까지 올라왔다
조금씩 구름이 생기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풍경이다
멋진 포즈 하나 부탁합니다~
...그거 말고 다른 걸로...
스위스 국기!
어서오세요~
...에휴 여기까지
우와, 융프라우에서보다 빙하가 더 가까이 보여서 시원한 느낌이 훨씬 더 컸다
고르너그라트도 높이가 3089m로 만만치 않다
보기에만 시원한 게 아니라 실제 날씨도 상당히 시원하다 ㅎㅎ
고르너그라트 역의 모습
이런 시설물을 보면 식상하긴 한데, 막상 안 찍으면 괜히 숙제 안 한 느낌처럼 찝찝한 기분이다
대충 반올림해서 3100미터라고 치는 듯...
저 건물은 호텔로 이용되는 것 같고, 공사중이기도 해서 딱히 볼 게 없었다
1층에 기념품 샵이 있긴 했다
마터호른 반대 방향의 풍경도 꽤 멋있다
고산병까지는 아니지만 호흡이 아주 개운하지는 않으니 중간중간 쉬어가야겠다
라는 핑계로 와이프를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한 장만 더 찍어달라고 했다
돌무더기(?) 위로 올라가보았다
빙하가 좀 더 잘 보인다
고르너그라트는 이런 곳이었구나...
이제야 고르너그라트에 가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도 이 교회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거 빼고는 죄다 눈에 덮여 있었으니까...
못 보던 ZOOOM이라는 시설이 생겼다
2021년에 개장한 멀티미디어 영상관인데, 고르너그라트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다
요런 곳에서 일단 영상을 보면서 시작한다
마터호른의 4계절
오호... 7월에는 블랙노즈 양을 꼭 봐야 되나보다
망원경으로 마터호른을 볼 수 있다
마터호른 꼭대기에 매달린 종을 울릴 수도 있다
마지막 순서는... VR 패러글라이딩 체험 ㅎㅎ
남이 하는 걸 볼 때는 참 바보같아 보이는데, 내가 하는 걸 보아도 역시 그렇다
뭐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었다
구름이 점점 커지는 걸 보니 일찍 오기를 잘 한 것 같다
충분히 성공적이었으니 3번째 여기 올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려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곧바로 체르마트로 돌아가는 대신 로텐보덴(Rotenboden)에서 내려서 하이킹을 해 보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리펠제(Riffelsee) 호수를 거쳐 다음 역인 리펠베르크(Riffelberg)까지 걸어가는 1시간 정도의 코스이다
호수는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보인다
융프라우와는 다른 느낌의 하이킹이다
약간 더 거칠고 야생적인, 북유럽이나 아이슬란드 느낌이 살짝 나기도 하는 대자연의 위엄이 느껴진다
닭다리처럼 생긴 구름이 하필 꼭대기를 가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기다린다
조금만 기다리면 구름이 사라지지 않을까... 다들 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기대와는 달리 구름은 오히려 점점 커지는 중
여기서도 호수에 비친 모습을 찍어보려고 하는데 쉽진 않다
거의 카메라가 땅에 닿을 정도로 바짝 내려서 겨우 한 장 건졌다
갈 길이 머니, 구름 걷히는 건 포기하고 이제 출발해야겠다
등산로를 표시하는 방법은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하다
또 다른 호수가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한적해서 사진 찍기에는 오히려 더 편한 곳이었다
우연히 찾아낸 사진 맛집!
구름이 점점 모여들면서 먹구름이 생기는 것 같으니 이제부턴 열심히 내려가야겠다
걷다가 걸음을 자꾸 멈추게 만드는 절경의 향연
그래서 멈췄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색감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이 하이킹 코스에서 블랙노즈 양을 볼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어쨌든 하이킹은 무사히 종료, 양은 이렇게라도 봐야겠다 ㅎㅎ
꽤나 많이 걸었으니 일단 호텔로 가서 휴식
잠옷을 가지런히 개어놓는 충격적인 서비스!
심지어 속옷까지... 대단한 서비스이긴 한데 살짝 민망하기도 하다
스위스 전통 요리 라클렛(Raclette)의 기원이 바로 여기 발레(Valais) 지역이라고 한다
라클렛을 먹기 위해 옴니아 호텔 바로 맞은 편 Grand Hotel Zermatterhof의 saycheese!라는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
호텔 정문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오른편에 보면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는 쥐구멍같은 입구가 있다
이 지역 요리를 제대로 된 곳에서 먹고 싶어서 찾아본 결과 평이 괜찮은 곳이었다
조그마한 아뮤즈부쉬가 하나 나온다
점심을 거른 관계로 허겁지겁 집어먹었다
발레 지역 요리는 물론 와인도 스위스에서 생산된 것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화이트 와인 스프라는 이름에 끌려 먼저 주문해보았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크루통을 어떻게 만든 건지 아주 기가 막혔다 ㅎㅎ
발레 주의 재료들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3가지 종류의 치즈를 맛볼 수 있는 'Raclette Journey'라는 이름의 코스
치즈를 녹여서 덜어주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부드럽다가 점점 굳어가는데, 그런 식감의 변화도 재미있고
일단 치즈가 너무 부드럽고 고소하다~
두 번째 치즈는 약간 더 풍미가 강하다고 설명을 해 준다
약간 더 짭짤하고, 치즈 특유의 쿰쿰한 냄새도 나면서 개성있는 맛이었다
기분 탓인지 감자가 더 커진 것 같다
세 번째 치즈는 가장 강렬한 맛이라고 한다
역시나 냄새부터 만만치 않았는데 그렇다고 정도가 심하진 않고 입맛에 잘 맞았다
감자도 가장 큰 걸 준다... 치즈의 강한 맛을 감자로 잡아주려는 의도인가 싶기도 하다
치즈 살짝씩 떨궈주는 걸로 배가 부를까 염려를 했지만 3접시째 먹으니 포만감이 상당했다
감자도 참 맛있게 잘 익혔는데 남기기 아까울 정도였다
호텔 레스토랑다운 고급스러운 플레이팅, 무엇보다 전통 요리를 전통 방식으로 내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인 레스토랑이었다
호텔 근처에 있던 마멋 분수
양도 봐야 되고, 마멋도 봐야 되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와 보니, 난데없이 길거리에서 라클렛을 썰어서 팔고 있네...?
아침에는 보지 못했던 노점이 곳곳에 열려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다음 날인 8월 1일이 스위스의 국경일인 건국기념일이어서 전야제 행사로 열리는 이벤트라고 한다
라클렛 먹으려고 어렵게 레스토랑 예약해서 먹었는데, 이렇게 길거리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니!
길거리 라클렛도 궁금하긴 했지만... 배가 너무나 부른 상태였다
축제에 모여든 인파로 인해 안 그래도 좁은 길인데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여러 업체들이 노점을 열어서 전통 음식을 팔고 있다
미리 알았으면 잠시 앉아서 먹어보았을 텐데 좀 아쉽다
나름대로 흥겨운 음악도 틀고 북적북적하다
흥의 민족 입장에서 보기엔 좀 약하긴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이 정도 텐션이면 적당한 모양이다
빵집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 기념 빵을 만드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사람 많은 곳에 있었더니 재밌긴 한데 기가 빨린다
호텔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게 최고지~
음악 소리와 사람 소리를 들으며 테라스에서 함께 축제를 즐겨보려 한다
체르마트 맥주가 있길래 함께 먹어보았다
마터호른이라고 쓰여있어서 이게 오리지날인 줄 알았는데... 강한 향을 억지로 집어넣어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이게 오리지날인 것 같다
빛깔도 전통적인 맥주 색이고 맛도 무난하다
이 동네는 밤이 참 늦게 찾아온다
10시 정도는 되어야 이 정도
하루하루 정말 알차게 즐기고 있다
스위스는 아름답기는 해도 좀 심심할 줄 알았는데, 이거 뭐 쉴 틈이 없을 지경이다
이틀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쥐어짜내서 원없이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