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델발트에서 3일, 체르마트에서 3일간 머물렀으니 자연 여행으로는 더 이상 즐길 게 없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일출 시간에 맞춰서 일어났다
해 뜨는 마터호른을 보고 싶다고 호텔에 요청했더니 친절하게 양털 깔개까지 깔아주면서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게 준비해주었다^^
따뜻한 차도 함께 제공해주는 무한 친절 서비스...
소위 '황금호른'이라 불리는 이 모습, 흐린 날에는 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다행히 산 꼭대기부터 점점 노르스름한 빛이 드러난다
하필 호텔 바로 앞이 공사중이어서 크레인이 영 거슬리긴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말 그대로의 황금빛은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산에 햇빛 비춘다고 순수한 황금빛이 될 리가 있나!
이 정도면 황금호른을 보았다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별 생각 없이 잠옷 바람으로 나왔더니 상당히 쌀쌀했다는 점 빼고는, 흠잡을 데 없는 황금호른이었다
(추워보였는지 담요도 갖다주는... 모든 서비스가 아주 세심해서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숙제를 끝마친 느낌으로, 개운하게 마지막 조식을 먹는다
이 집 팬케이크 참 잘하네
마지막이니 안 먹어본 메뉴, 크레페도 먹어보았다
콜드컷 플래터는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주문했는데
퀄리티가 좋아서 그런지 육가공품 특유의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 않고 아주 깔끔한 맛이었다
시원한 차도 한 잔 마셔보고
커피도 빼 놓을 수 없지
지난 6일간 조식은 항상 퀄리티가 좋아서 든든히 먹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체르마트를 떠나기 전, 어제 가려다 포기한 곳 하나가 남았다
다행히 오늘은 마터호른 주변에 구름 한 점 없어 보인다
다른 전망대와는 달리 타는 곳이 체르마트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나타나 새롭게 느껴졌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3883m의 마터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에 간다
융프라우요흐보다도 높은 곳이라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후지산 정상도 올라가본 사람인데 설마 별 일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도전해보았다
이번 여행 마지막 케이블카가 되겠다...
그 동안 탔던 케이블카에 비해 거칠고 황량한 느낌이 느껴지는 웅장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그러나... 싶을 정도로 끝없이 올라가는 느낌도 든다
트로케너 슈테크(Trockener Steg)라는 곳에서 내려서 다른 케이블카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는 2939m, 웬만한 산 정상보다도 높은 곳이지만 여기서는 중턱 정도밖에 안 된다 ㅎㅎ
두 번째 케이블카를 타고 나니 곧바로 마터호른의 모습이 보인다!
다른 전망대보다 마터호른이 훨씬 가까이 보이고, 정면보다는 약간 옆통수(?)를 보는 느낌이다
빙하의 모습도 아주 크고 웅장하다
'도대체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거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절경들을 보았지만,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받아본다
이렇게 험한 곳에 가는데 이렇게 케이블카가 깨끗한 것도 놀라움 중 하나
드디어 마터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에서 국경을 넘어서 올 수도 있는 모양이다
케이블카로 국경을 넘는 체험, 솔깃하긴 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왕복요금 120프랑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케이블카 탑승 기념사진 (물론 하프페어로 60프랑에 이용했다)
관광 포인트는 융프라우요흐와 거의 유사하다
규모는 약간 더 작고, 방문객 수도 더 적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관광 순서는 아주 간단하니 가볍게 쑥 훑어본다
365일 스키 타게~
정겨운 우리말(?)로 안내해주니 반갑다^^
(TMI : 독일어 tage는 영어로 days)
8월에도 눈이 쌓여있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
여름에 눈을 밟다니, 너무 시원하고 짜릿하다
스키 타는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심조심, 미끄러지지 않게 또 조심...
마터호른을 보면서 스키를 타면 참 재미있겠지만, 탈 줄을 모르니 아쉽다
전망대는 딱 봐도 그렇게 크진 않아 보인다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덩이가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ㅎㅎ
여기서도 패러글라이딩을 하는구나...
인터라켄에서는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혼자 전세내고 즐기는 모습이 너무 자유로워보여 부러웠다
근데 어디까지 가는거야 ㅎㅎ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이 참 좋다
8월에 추위를 느낄 수 있다니, 이게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
매점 구경 잠깐 하고,
다음 코스는 얼음 궁전
귀여운 양이 반겨준다
융프라우요흐의 얼음궁전과 크게 다를 건 없는 모습
그래도 왔으니 사진은 찍어야지
크레바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건 좀 신기했다
얼음 조각이 참 많긴 한데, 그렇구나 하고 쓱쓱 지나갔다
아무래도 여행 마지막 날엔 이런 인위적인 관광에 흥미가 떨어지긴 하지...
이제 전망대로 올라가보자
짜잔~ 여기도 생각보다 별로 크진 않다
여기서는 이 십자가가 랜드마크인 것 같다
일단 인증사진 찍고 나서 경치를 감상해본다
마터호른 뿐 아니라 이 곳에서 바라보는 모든 산들의 모습이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웅장하다
브라이트호른(Breithorn, 4164m)의 모습도 보인다
마터호른을 볼 수 있는 3군데의 전망대 중에서, 여기가 가장 있는 그대로의 마터호른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예쁜 모습이라기보단 웅장하고 위압감있는,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끼게 만드는 장엄한 풍경이었다
여기서도 크레인이 약간 산통을 깨긴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무슨 산악회 정모사진같은 포즈를...
아무튼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많은 커플들도 이런 감동을 느꼈던 모양이다 ㅎㅎ
love lock... 모두 예쁜 사랑 하세요~
마지막 코스는 마터호른 영상을 보여주는 시네마 라운지
의자는 재미있게 만들어놓긴 했다
이미 날 것 그대로의 마터호른을 실컷 즐기고 나서 그런지 별 감흥은 없었고, 10분 정도의 영상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
스위스 대자연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올라오면서 보았던 풍경이 너무 충격적인 감동을 주어서, 내려갈 때는 영상을 남겨보았다
여긴 날씨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미뤄두었고, 오늘도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았고,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은 곳이었다
단지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는 점에 끌려서 오게 된 곳이라 정보를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고 생각보다 후기도 많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래서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내려오면서 발견한 루프탑 케이블카! 신선한 아이디어이긴 한데 너무 춥진 않을까...
이제 호텔로 돌아가서, 취리히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호텔의 모습도 마지막으로 담아본다
잠시 시간이 남아 서비스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스키 리필은 정말 대단한 서비스였다... ㅎㅎ
돌아갈 때도 요청하면 전기차로 체르마트 역까지 데려다준다
체르마트 올 때의 역순으로, 테쉬(Täsch) 역까지만 기차로 이동하고 나서
피스프(Visp)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버스가 피스프 역 바로 앞에서 내려준다
여기서 취리히까지는 직행 열차도 있긴 한데, 시간대가 맞지 않아 베른에서 한 번 환승했다
슈퍼마켓에서 생수를 하나 샀는데 바닥이 마터호른 모양으로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ㅎㅎ
취리히 공항(Zürich Flughafen) 역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에 귀국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 호텔에서 숙박하려고 한다
공항 바로 건너편에 있는 The Circle이라는 곳으로 가면 호텔이 나온다
The Circle은 각종 쇼핑몰,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모여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공항 바로 옆이라 위치가 정말 좋다
여기 하얏트 호텔이 두 군데가 있는데, 우리는 Hyatt Regency Zurich Airport The Circle을 이용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끗하고, 공항 주변이지만 소음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취리히 시내 관광은 할 시간도, 할 생각도 없었다 ㅎㅎ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저녁은 근사하게 먹고 싶어서 일단 취리히 중앙역(Zürich HB)으로 나왔다
공항에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멋들어진 중앙역 앞으로 트램이 다니는, 아주 전형적인 유럽 도시의 모습
취리히 하면 생각나는 음식들을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먹어볼 예정이다
일단 취리히의 유서깊은 초콜릿 가게 슈프륀글리(Confiserie Sprüngli) 본점에 방문했다
초콜릿을 좋아하긴 하지만, 마지막 날이라 아무리 조금만 구입해도 다 먹기가 어려워서 고민을 하던 중...
룩셈부르겔리(Luxemburgerli)라는 취리히식 마카롱이 유명하다고 해서 조금만 구입해보았다
마카롱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약간 더 작고 제조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취리히의 명물인데 왜 룩셈부르겔리인가 찾아보니, 룩셈부르크 출신의 요리사가 이 과자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는데 이름이 딱히 없어서 그냥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다양한 맛과 색깔, 앙증맞은 크기
저녁 먹고 나서 디저트로 딱 좋아보인다
그렇게 10개짜리를 귀엽게 포장해서 구입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걸어가는 중
도시의 명성에 비해 딱히 볼거리는 없는 심심한 도시
11년 전에도 그랬는데 오늘도 날씨가 영 좋지 않다...
취리히 전통 요리를 파는 Restaurant Kindli라는 레스토랑
구글 맵에 나온 위치로 찾아갔더니 간판이 잘 안보여서 헷갈렸는데 여기가 맞았다 ㅎㅎ
알고보니 여기가 Kindli라는 호텔이었다
고급스러운 느낌~
가져간 옷 중 그나마 가장 격식있는 옷으로 갖춰입었다
딱히 드레스코드가 엄격하진 않은 것 같고, 해수욕장 놀러가는 수준의 옷차림만 아니면 될 것 같다
와인도 한 잔 곁들여보았다
취리히의 대표 요리, 게슈네첼테스(Geschnetzeltes)
예전에도 먹어본 적 있는 송아지 스튜 요리인데 맛이 아주 좋다
일반적으로 뢰슈티와 함께 주는데 이것도 역시 아주 맛있었다
와이프는 스테이크와 Taglierini라는 얇은 파스타 요리를 선택했다
트러플을 아낌없이 넣어주는 게 마음에 든다 ㅎㅎ
평범한 선택이긴 했는데, 아는 맛이 무섭다고 이게 아주 맛있었다... 특히 파스타를 상당히 근본있게 요리한다
서비스로 주는 디저트까지 맛있게 먹고 나왔다
11년 전에는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먹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계산서를 보니 서울에서 먹어도 이 정도는 나왔을 듯한 가격이었다
아무튼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식사로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레스토랑 바로 근처에 있는 린덴호프(Lindenhof) 구경을 잠시 해 보았다
취리히 전망이 잘 보이는 구시가지의 언덕에 위치한 공원이다
예전에 여긴 와 보지 않아서, 잠시라도 한 번 밟아보고 싶었다
여행이 끝나서 아쉽긴 하지만, 계획한 것들을 빠짐없이 모두 원없이 즐겨서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앉아서 여유를 즐겨보고 싶었지만, 비도 오고 그래서, 사실 피로에 찌들어있어서 곧 호텔로 돌아갔다
룩셈부르글리를 호텔에서 먹어보았다
맛 자체는 마카롱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ㅎㅎ
다음날 아침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항 호텔답게 로비에서 항공편 현황을 볼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취리히 음식 탐방!
취리히의 전통 과자 Zürcher Tirggel을 마침 호텔 기념품 매장에서 팔고 있었다
약간 딱딱하고 퍽퍽한 식감이고, 꿀과 각종 향신료가 들어가서 상당히 이국적인 맛이 나는데... 아주 맛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ㅎㅎ
공항에도 슈프륀글리 매장이 있네~
나는 핫초코,
와이프는 시원한 초코를 한 잔씩 마셔보았다
초콜릿이 아주 진하게 들어있어서 맛있고, 같이 주는 초콜릿도 역시 맛있다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스위스에서 초콜릿 좀 더 많이 먹고 올걸~
루프트한자 그룹의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 공항 기차역 건물 내에 있는 체크인 3 구역에서 바로 수하물을 부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탑승 게이트는 체크인 1, 2 구역 방향에 있어서 어차피 이동해야 하긴 하지만, 짐을 미리 맡겨서 훨씬 편하다
스위스답게 아주 깔끔한 공항의 모습
대기하기 아주 좋은 명당을 발견!
커피 자판기에서 삼성페이 해외결제를 시도해봤는데 아주 잘 된다
귀국할 때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서 가게 되었다
1시간 걸리는 취리히-프랑크푸르트 구간
그래도 물은 주네~
초콜릿도 준다!
당연히 스위스 초콜릿은 아니고 독일 초콜릿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환승하러 이동하는데 정말 오래 걸어간다
3시간으로 넉넉하게 잡아서 다행이었지, 환승시간 촉박하게 잡으면 안되겠다 싶은 공항이었다
여기서부터 비쉥겐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여기서 출국심사가 이루어진다
이제 인천행 비행기만 타면 되는데, 뭔가 재미있는 가게가 보인다
가게 이름이 그냥 The Bar
오... 독일 맥주를 판다! 그것도 생맥주로!
뢰벤브로이 한 잔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샌드위치도 맛있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랜만이다 너... 한국에서는 생맥주로 먹기 힘든데, 여전히 맛있구나~
잔까지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 지극히 독일스러운 공항 맛집!
이제 프랑크푸르트-인천 구간 탑승
이번에도 프이코 바로 뒷좌석을 사전 구매했는데, 스위스항공만큼 레그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프이코는 창가측이 2열인데 이코노미는 3열인 구조여서, 가운데 낀 나는 앞에 저 그물망(?)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메인 요리는 뭐가 나오나 보는데, 아니 저렇게 1번만 성의있게 적어놓으면 누가 2번을 골라 ㅋㅋㅋ
'독일 맥주', 이름만 들어도 흐뭇해진다
취리히-프랑크푸르트 구간과 다른 종류의 물이 나왔다
독일 맥주 Beck's와 함께 갈비찜을 먹었다
두 번째 기내식, 그냥 그럭저럭한 기내식 맛이었다
환승하면서 제대로 된 독일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루프트한자 환승편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스위스 여행을 마쳤다
오로지 자연만 보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너무 심심하거나 단조롭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날씨 운이 많이 따라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다행히 대부분 좋은 날씨 속에서 원하는 풍경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한여름에 추워서 외투를 껴입고, 눈밭에서 뒹구는 경험은 정말 꿈만 같았다
스위스도 올 여름이 이상고온이라길래 어느 정도인가 했더니 겨우 28도 정도...ㅎㅎ
그리고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서 훨씬 견딜만했다
정말 이보다 완벽한 여름 휴가를 또 즐길 수 있을까? 다음 여행지를 정하려면 꽤나 머리아플 것 같다
그래도 좋다, 언젠가 또 행복한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스위스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