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디어 독일의 수도 베를린(Berlin)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 드레스덴에서 베를린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유럽에서 도시간 이동을 위해 버스를 자주 이용했지만, 독일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철도청(Bahn)의 시스템이 워낙 촘촘한데다가, 독일에서는 장거리 버스 노선에 대해 '철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행할 경우'에 한하여 허가를 내 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정부에서 철도청을 밀어주는 거 아니냐" 하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굳이 철도를 놔두고 버스를 선택한 이유는, 몇 달 전에 예매할 경우 티켓값이 9유로밖에 하지 않기 때문!
아무튼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베를린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베를린 장벽 기념관(Gedenkstätte Berliner Mauer)
우선 이런 건물 안에 있는 전시관을 둘러보게 된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이 맘에 든다
전시관 밖으로 나와 걷다 보면 장벽이 세워졌던 곳을 따라 각종 조형물, 전시물, 기념비 등을 볼 수 있다
읽어보면 유익한 내용들이 많은데, 영어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린 탓에 몇 군데만 힐끔 보다가 가는 수 밖에 없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교회라고 한다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쇠기둥이 바로 옛 장벽의 위치를 나타내주는 표시라고 한다
지금은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한때는 이 곳을 넘어가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것이다
의미있는 장소이니 인증샷 하나 찍어야지
그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허가를 받은 자에 한해서 제한적인 출입이 가능했던 모양이다
야외에 위치한 전시장이라 지나가는 길에 잠깐 볼 수도 있고, 잔디밭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현지인들에게는 전시장이라기보단 공원에 가까운 곳이었다
점심은 베를린에서 즐겨먹는다는 커리부어스트(Currywurst)!
소시지에 카레가루를 끼얹은 단순한 음식인데 사실 식사보단 간식으로 적당하다
일단 소시지가 맛있는 나라니까 뭘 해도 맛있겠지 ㅎㅎ
베를린에서 높이 368m로 가장 높은 건물인 TV 타워(Fernsehturm)
203m 높이에 위치한 전망대가 있어서 가 보았는데, 대기가 많아서 2시간 후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여기까지 와서 허탕치기는 아까우니 일단 티켓을 산 뒤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시청사 건물인데, 이름이 특이하게 Rotes Rathaus (Red City Hall)이다
붉은 색이 딱히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벽돌 색깔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시청사 앞에는 마리아 교회(Marienkirche)와 함께 넵튠 분수(Neptunbrunnen)가 있다
멋있는 게 모여 있어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분수대가 진짜 멋있다
근데 TV 타워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 느낌...
베를린 대성당(Berliner Dom)
여기서도 뒤에 TV 타워가 살짝 보여서 영 거슬린다
성당이라 그냥 들어가보면 되겠지 했는데... 입장료를 받는 데다가 비싸기까지 해서 그냥 나왔다
묘한 곳에 위치한 동독 박물관(DDR Museum)
혹시나 오해할까봐 말해두자면 DDR은 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의 약어이다
(영어로는 GDR: German Democratic Republic)
옛 동독 시절 생활상에 대한 전시가 잘 되어있다고 한다
아주 옛스러운 자동차
극도로 촌스러워 보이는 패션
감옥 아니고... 당시 동독인들이 살던 집이라고 해서 놀랐다
유명한 학자, 예술가, 운동선수 등에게는 서독으로 출입 허가를 내줬다고 하는데
말이 출입이지 나갔다 하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정 날짜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찾아주는 터치스크린이 있어서 내 생일을 넣어보았더니
무려, 레닌의 암살 시도가 발생하였던 날이었다....ㄷㄷㄷ
이 테러로 인해 레닌은 심한 총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꽤 흥미로웠던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이제 예정된 TV 타워 입장 시간에 맞추어 전망대로 올라갔다
구조가 이런 식이라 전망이 시원하게 뻥 뚫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툭하면 수백년, 수천년 된 건물들이 즐비한 여느 유럽 관광지들과는 달리, 베를린은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전쟁의 피해도 입었을테고, 동독 시절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도시가 독일의 수도가 되면서 다소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한 느낌이 좀 든다
그런 면 때문에 베를린에서는 바이에른 지방처럼 고전적인 낭만 같은 건 딱히 느껴지지 않지만, 도로가 깔끔하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돌아다니기 편리한 장점도 있었다
여기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
통일 후, 일부 흔적이 남아있는 베를린 장벽에 이런저런 벽화나 그래피티를 그리면서 형성된 곳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던 곳이었는데, 그냥 사진만 몇 장 쭈욱 나열해 보겠다
전쟁, 분단, 평화, 이런 키워드를 떠올리면서 감상하면 될 것 같다
이제 저녁 먹을 시간!
Prater Garten이라는 비어홀에 왔다
야외에서 생맥주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먹었다
독일의 비어홀 분위기가 난 너무 맘에 든다^^
동양인 하나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기분...
여기 사람들도 맥주를 마시면서 나를 신기하게 보는 느낌이 괜히 든다
유럽은 이래서 재미있다
은근히 할 게 많았던 베를린에서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저가항공 Easyjet과 같은 계열 브랜드인 Easyhotel에서 3박 동안 묵었는데
싱글룸 기준 하루에 30유로 정도로 거의 한인민박 수준으로 싼데, 일본 비즈니스 호텔보다도 좁다;;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는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다 ㅎㅎ
슈퍼에서 사온 맥주를 마실 테이블도 없어서 창가에 두고 침대 위에서 엉거주춤 마셨다
이것도 나름 재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