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막상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도시, 바르샤바(Warszawa)
일단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식민지 시절을 겪고 전쟁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버린 비운의 도시... 이 정도였다
하지만 극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예전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재건되었다고 하는데...
익숙하면서도 낯선 바르샤바라는 곳을 오늘 여행하게 된다
처음으로 간 곳은 민중 봉기 박물관(Muzeum Powstania Warszawskiego)
1944년에 바르샤바에서 일어난 나치에 대한 민중 봉기 운동을 기리는 박물관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수많은 독립 운동이 발생했던 것처럼
폴란드 국민들도 나치에 의해 핍박받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저항 운동을 펼쳤다
민중 봉기 운동에 관한 자료들 뿐 아니라 2차대전 당시에 사용되었던 전투기, 군복, 무기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에 더 와닿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가이드북에 이런 곳이 있다길래 갔던 곳이었는데, 그런 점 때문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둘러보았던 곳이었다
바르샤바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그 문제의 건물, 문화과학궁전(Pałac Kultury i Nauki)이다
스탈린이 폴란드에 선물이랍시고 건설해준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바르샤바 사람들은 이 건물을 악몽같은 소련 시절의 산물로 여겨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분명 이 나라에 YS같은 대통령이 나왔다면 허물어버리지 않았을까...
근데 그런 걸 떠나서 동양에서 온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나름 멋있게 생긴 건물처럼 보이긴 한다
이 나라 사람들도 명품을 좋아하려나
그런건 좀 안 닮았으면 좋겠지만...
지나가던 길에 보였던 Sphinx라는 곳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었다
먼저 Okocim이라는 폴란드 맥주를 시켜 보았는데 맛이 꽤 좋았다
(근데 이 Okocim이라는 브랜드는 Calsberg에서 인수했다고 한다)
치킨 요리를 시켰는데 이건 맛이 그냥 그랬다
그래도 맛있는 폴란드 맥주를 알게 되어 즐거웠다 ㅎㅎ
다음 목적지는 와지엔키 공원(Łazienki Królewskie)
폴란드의 마지막 왕인 포니아토프스키가 30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이 양반이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고 하는데, 왕이 된 것도 예카테리나빨(?)이 컸고 사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의 속국이 되어가는 과정이었기에 폴란드 왕이라 한들 별 힘을 쓰지 못했다
뭐 그런 무력감, 절망, 허탈함 같은 감정 때문에 결국에는 이 공원 가꾸는데에만 정신이 팔렸다고 한다
어쨌거나 공원을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대단히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넓은 공원 여기저기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일단 쭉 올려보겠다
갑자기 장난이 하고 싶어졌던 모양
공원 내에서도 이 건물은 '수상 궁전'이란 별칭이 붙은 곳인데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잠시 여유를 즐기다 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공원에서 또 유명한 곳이 있다면 바로 이 쇼팽 동상
폴란드의 상징과도 같은 쇼팽인지라 히틀러가 이 동상을 뺏어가서 머리만 남기고 녹여버렸다고 한다
나중에 폴란드가 머리 부분을 되찾아와서 복구하여 현재 이 공원에 안착되어 있다
폴란드 하면 역시 쇼팽이지!
이번에는 쇼팽 박물관(Muzeum Fryderyka Chopina w Warszawie)에 찾아가 보았다
쇼팽이 유년기에 사용한 피아노도 있고
쇼팽이 작곡한 악보들도 여러가지 전시되어 있다
잘 생겼구만
이건 쇼팽이 눈을 감기 직전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전시물들만 있는 게 아니라 쇼팽의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었다
어릴때 피아노 배우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쇼팽의 음악은 참 선율이 아름답긴 하나 직접 연주하기에는 난이도가 극악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저것 듣다 보니 그런 옛날 생각도 나고 역시나 쇼팽답게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아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돌아다니다 보니 여러 인물들의 동상이 있는데
다들 폴란드 역사에 무언가 남긴 사람들이겠지만 내가 역사를 잘 모르니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여기가 바로 폴란드 시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재건된 바르샤바의 구시가지(Stare Miasto)!
여기 잠코비 광장(Plac Zamkowy)이란 곳에서부터 구시가지가 나타난다
이 동상이 지그문트 3세의 동상인데
1596년 폴란드의 수도를 크라쿠프에서 바르샤바로 옮긴 왕이라고 한다
구시가지 골목골목마다 이제 전쟁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옛 사진을 하나하나 참조해서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자 노력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구시가 광장에 도착했는데...
여기에는 유명한 인어 동상(Syrenka Warszawska)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인어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인어공주'겠지만, 바르샤바에서 인어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양 손에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강인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동상 주변에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셀카 한 번 찍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여기는 바르바칸(Barbakan Warszawski)이라는 성벽
특이한 점이 있다면 말발굽 모양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건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라고 한다
이런 부분은 복원하다가 만 걸까, 아직 진행중인 걸까, 아니면 오래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만든 모습일까
이것은 바르샤바 민중 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민중봉기 기념비(Pomnik Powstania Warszawskiego)
유럽 강대국에 의해 분할 지배받는 식민지 신세
독립했지만 다시 소련에 의해 사회주의 체제로 편입
민주화 운동을 통해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 쟁취
이렇게 폴란드의 근현대 역사는 우리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닮은 점이 있으니 그 속에서 배울 점도 물론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폴란드 여행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 공부 그 자체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근처에 문화과학궁전이 있어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현재는 영화관, 공연장 등 이름대로 문화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뭐 좀 찜찜하지만 어쩌랴, 이왕 크게 지어버린 거 잘 써먹기라도 해야겠지...
저녁은 대충 어딘가에서 먹고
숙소에 맥주를 사와서 마셨다
프라하에서 느낀 맛이 그리워서 다시 찾은 Staropramen과 폴란드 맥주 Lech
Lech는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다
모처럼 방 안에 TV가 있는 괜찮은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유럽에 있으니 유럽축구 보려고 밤 새지 않아도 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