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드라이빙 코스는
검은 해변 Dyrhólaey,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펼쳐진 폭포 Svartifoss,
그리고 유빙이 떠다니는 호수 Jökulsárlón을 거쳐 숙소가 있는 Höfn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잡았다
먼저 도착한 곳은 Dyrhólaey
그다지 일찍 출발한 것도 아니었는데 현재 방문객은 우리 팀밖에 없었다
검은 모래가 길게 펼쳐져 있는 해변가의 모습
모래가 검은 이유는 아마도 화산재의 영향이겠지
아이슬란드에서 보는 풍경은 대체로 이렇게 황량하다
각자의 사진 세계에 빠져 열심히 촬영중
참 허접하고(?) 성의없어 보이는 경고 표지판
사실 그것마저도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막상 여기에 있을 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왠지 위태위태해 보인다
빗줄기가 어영부영 흩날리고 바람도 제법 부는 날씨였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날씨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 돌이켜보면 그게 좀 아쉽긴 하다
푸르른 하늘 밑에서 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을텐데
이번에는 내려와서 검은 모래밭을 직접 밟아보았다
주상절리의 형태를 갖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여기서 차를 타고 약간만 더 가면 Reynisfjara라는 주상절리가 예쁘게 펼쳐진 해변이 있다고는 하는데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아서 그랬는지 일행들 반응이 다들 시큰둥해서 Reynisfjara는 건너뛰기로 했다
4명 중 3명이 운전 가능한 분들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간에 들른 슈퍼에서 산 초콜릿인데 속에 든 알맹이의 맛이 오묘하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싶어 일행들에게 나눠줬는데 다들 맛을 보더니 '이 ㅅㄲ가 나한테 이딴 걸 줘?'하는 표정을 짓는 듯 했다;;
여전히 날씨는 우중충한 게 우리에게 썩 달갑지 않다
저 멀리 빙하가 보이긴 하는데... 그림이 영 별로란 말이지 ㅠㅠ
이제 두 번째 목적지인 Svartifoss로 가기 위해 Vatnajökulsþjóðgarður(=Vatnajökull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11%가 빙하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여기는 그 중에서도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엄청난 규모의 빙하지대이다
이상 기후로 인해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Vatnajökull 국립 공원 중에서 남쪽 부분에 해당하는 Skaftafell에서 출발하여 30분 정도 걸어가면 Svartifoss에 도착하게 된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서 30분 정도 차 안에서 동태를 지켜보는데... 아무래도 날씨가 좋아지긴 글렀다 싶었다
오늘 다른 곳은 다 포기하더라도 여기만큼은 꼭 가야겠다는 의지로 비를 뚫고 강행하기로 했다
이런 날씨에 고생스럽게 캠핑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비옷에 방수점퍼에 아이템빨(?)을 최대한 활용한 반면
나는 딱 하나 있는 얇은 겉옷에 의지하여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는 길의 풍경은 참 좋았다
어딜 가나 황량하기 그지없는 아이슬란드에서 이렇게 수풀이 우거진 곳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렴풋이 폭포가 보이기 시작!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
드디어 Svartifoss에 도착
대체로 유명한 폭포들은 웅장한 크기로 방문자들에게 어필하는 곳이 많지만
여기만큼은 비교적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주상절리와 폭포가 함께 빚어내는 오묘한 조화가 눈길을 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절로 따봉!
...나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아재인가보다... 따봉이라니
참 보면 볼수록 독특하고 신기하게 생긴 폭포
물줄기가 흘러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래도 비 흠뻑 맞으며 여기까지 와서 이 폭포를 직접 보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Jökulsárlón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유빙들이 바다로 떠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한 호수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사는 녀석들도 있다
화산재 때문에 빙하 곳곳이 시커멓다
더 다리를 넘어가면 바다가 나온다
유빙은 흐르고 흘러서 저 바다까지 떠내려간다
떠내려가는 모습이 신기해서 영상으로 찍어보았다
저렇게 생긴 수륙양용 보트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는 투어가 있는데
얼어 죽겠구만 보트는 무슨... 사실 걸어다니기만 해도 유빙이 잘 보여서 굳이 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런 곳에다 텐트를 친 작자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도전 정신 하나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다
나도 나름대로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빙하 지대의 풍경을 즐기는 중...
누가 타겠나 싶었는데 그래도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있더라
유빙 덩어리들이 이렇게 떠다니는 모습 또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쭉 걸어내려가서 해변까지 가 보았다
예상대로 모래밭 곳곳에 빙하의 잔유물들이 보인다
독특하게 생긴 게 참 많았는데, 사람이 조각한 게 아닐까 싶기까지 한 것들도 일부 있었다
하루종일 날씨가 참 ㅈ...같아서 여행하기 쉽지 않은 날이었지만, 그래도 의지를 갖고 강행한 끝에 좋은 풍경들을 담아갈 수 있었다
고생길은 이제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 식사를 하며 달콤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오늘 저녁은 대충 이런 식으로...
동네 슈퍼에서 맥주를 샀는데, "LIGHT"라는 뭔가 불길해보이는 단어가 영 거슬린다
2.25%라니 이게 맥주냐 맥콜이지...
*애주가 여행객들을 위한 매우 중요한 팁 :
아이슬란드에서는 Vínbúðin이라고 쓰여진 지정된 주류 판매점에서만 제대로 된(?) 술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저녁 6시 이전에 닫는 듯 하니,
낮에 운전하다가 혹시 Vínbúðin이라는 간판이 보이거든 무조건 멈춰서서 일용할 생명수를 충분히 구입해두길 바란다
보이질 않는다고? 무엇이 걱정인가 구글느님에게 가서 vinbudin 검색해보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