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의 시차를 거슬러 스위스에 도착하다보니, 아침 6시인데 자연스럽게 눈이 뜨였다
한국 시각으로 치면 오후 1시까지 늦잠을 잔 셈이다
침대에서 고개만 돌리면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호텔 후기를 사진으로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테라스에 나가보니 그야말로 장관이고 절경이다
한여름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날씨까지, 정말로 신이 주신 선물이다
이런 곳에서 3박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7시부터 시작되는 호텔 조식을 먹으러 나왔다
종류별로 있을 건 다 있는 합리적인 구성, 특히 스위스답게 치즈와 요거트가 다양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스위스의 관광지 호텔들은 요금이 비싼 대신 대부분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스위스는 외식 비용이 매우 비싸면서도 비교적 요리 수준이 높지는 않아서, 이렇게 호텔 조식을 든든히 먹어두고 점심이나 저녁은 COOP 같은 슈퍼마켓에서 구입해서 간단히 해결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이 호텔은 듣던대로 한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가 롯데호텔 라세느인가... 싶다가도 창 밖을 보면 스위스인게 실감이 바로 난다 ㅎㅎ
선스타 호텔의 외관
바로 옆에 신관도 있긴 한데, 구관 건물이 스위스 전통 가옥 샬레 느낌도 나고 해서 더 마음에 든다
호텔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그 동안 여행 꽤나 많이 다녔지만... 그린델발트만큼 아름다우면서 위압감있는 풍경은 본 적이 없다
호텔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121, 123번을 타면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갈 수 있다
그린델발트 터미널(Grindelwald Terminal)에 도착
융프라우요흐나 멘리헨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다
융프라우 VIP 패스 3일권을 구입했다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할인쿠폰을 신청해서 프린트해가야 하는데, 하프 페어 카드가 있으면 추가 할인을 받아서 CHF 215에 구입할 수 있다
융프라우 지역의 모든 열차와 케이블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니 열심히 돌아다닐수록 이득!
그린델발트 터미널 내 COOP 10% 할인쿠폰 2장을 함께 줘서 쏠쏠하게 써먹었다
이제 멘리헨(Männlichen)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 보자~
흔히 보는 케이블카지만, 아주 깨끗하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
아침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잠깐만 올라왔을 뿐인데 벌써 장관이 펼쳐진다
좀 흐리긴 하지만 경치를 보는 데는 문제 없어서 다행이다
먹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살
일기예보 상으로는 점점 날씨가 갤 것이라 하니 기대해본다
가끔씩 귀여운 젖소가 랩핑된 케이블카도 지나간다 ㅎㅎ
산 중턱쯤 올라오니 여기저기 풀 뜯어먹는 소들이 보인다~
어디서 이렇게 방울 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키우는 소의 목에 방울을 달아서 나는 소리였다
참 평화로운 풍경,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드디어 멘리헨(Männlichen)에 도착했다
알프스의 풍경이 드넓게 펼쳐지는 전망대이기도 하고, 여러 하이킹 코스를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거대한 소!
이런 걸 보면 따라하는 습관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질 않네... ㅎㅎ
물론 여기서도 풀 뜯어먹는 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저기 보이는 멘리헨 산 정상까지 가는 길을 로얄 워크(Royal Walk)라고 하는데, 20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더 긴 하이킹을 위해(!)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산에 올라오니 날씨가 꽤 쌀쌀해서 바람막이가 필요했다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감탄이 멈추지 않는 멋진 풍경이었다
슬슬 하이킹을 시작할 시간!
멘리헨에서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까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융프라우의 절경을 감상하는 1시간 30분 코스를 선택했다
Panorama Trail, 33번 코스라고도 불리는 가장 인기있는 하이킹 코스 중 하나이다
멘리헨 안녕, 거대한 소도 안녕~
6월 초까지도 눈이 덜 녹아서 이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개방되어 있다
구름이 많이 끼었지만 하이킹하기엔 오히려 선선해서 좋은 날씨였다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감탄이 멈추질 않는다
근데 시작부터 소들이 자꾸 길막을... ㅋㅋㅋㅋ
소 님들 식사중에 죄송합니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근데 가만 보니 목에 달려 있는 방울이 거의 옛날 학교종 수준이다 ㅎㅎ
멀리서도 잘 들리는 이유가 있었어...
계속 듣고 있으니 정신이 없으면서 괜히 웃음이 난다
들뜬 마음을 담아 폴짝!
소 먹방 구경을 마치고 이제 차분하게 하이킹을 계속한다
군데군데 눈이 덜 녹은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하이킹 구간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뒤쪽으로 보이는 설산,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거의 하이킹이 마무리되는 시점
아침부터 출발하니 날씨도 시원했고, 경치를 보면서 걸으니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갔다
클라이네 샤이덱에 거의 도착할 무렵 Chaletbar라는 조그만 가게가 보인다
맥주를 파는 것 같다
스위스 맥주 루겐브로이(Rugenbräu)를 하나씩 마셨다
평범한 맛이지만 이런 멋들어진 풍경을 곁들이니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진다
마침 산악열차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시원하게 한 모금...
캬~
융프라우에서 자주 보이는 부리가 노란 까마귀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클라이네 샤이덱 역에 도착해서 하이킹을 마쳤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보니 소시지와 각종 먹거리를 판다
아담한 역의 모습
여기서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거나 그린델발트로 내려갈 수 있다
아무리 모바일로 다 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매표소에 사람이 없더라
일요일이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구름이 많아서 융프라우요흐 올라가기 좋은 날씨는 아닐 것 같아 오늘은 이만 내려가기로 했다
기차는 40분 정도 느릿느릿 그린델발트까지 내려간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인터라켄까지 이동했다
인터라켄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하더 쿨름 전망대에 갈 예정이다
도시 양 쪽으로 호수가 있어서 Interlaken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두 호수 사이로 아레(Aare)강이 아래로 흐른다
어쩜 강물이 이렇게 찐 에메랄드빛인지... 스위스에는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구글 맵으로 부랴부랴 찾은 Restaurant Bären이라는 레스토랑
스위스 전통 요리를 이것저것 판다고 한다
뢰슈티(Rösti)와 소시지
뢰슈티는 독일식 감자전인데, 미국에서 감자튀김 주듯이 웬만한 독일권 요리에 다 곁들여나오는 음식이다
한국식 전처럼 형태가 잘 잡혀있진 않고 쉽게 바스러지는데, 맛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아니다 ㅎㅎ
감자를 기름에 볶았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와이프가 시킨 라클렛
이렇게 푸짐하게 주는 라클렛은 처음 봤다 ㅎㅎ
정통 방식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맛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아니다
막상 먹어보니 스위스 음식도 맛있다!
재료가 워낙 좋아서 그런지, 요리법은 좀 투박하지만 대부분 먹을만하다
비싸서 그렇지...
패러글라이딩으로 유명한 인터라켄답게 많이들 날아다닌다
여기는 인터라켄의 하더 쿨름(Harder Kulm) 전망대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는 곳
작은 열차 하나가 쉴새없이 오르내린다
그렇다보니 대기시간이 긴 편이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겨우 탑승
1323m라는 아담한 높이에 있는 하더 쿨름
올라오니 인터라켄의 모습이 한 눈에 잘 보인다
요런 게 있어서...
또... 참지 못하고...
하더 쿨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돌출된 전망대여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 많은 사람들 무게를 잘 버티려나 하는 생각을 하니 살짝 무섭기도...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소!
인도와는 다른 의미로, 스위스에서 소는 아주 중요한 동물인가보다
아무튼 전망대에 올라 인터라켄을 바라본다
아레 강이 아래에 있다
전망대에서 볼 때 왼쪽은 브리엔츠 호수(Brienzersee)이고,
오른쪽은 툰 호수(Thunersee)가 되겠다
작은 전망대여서 딱 이 정도 풍경만 보이니 약간 단조롭긴 하다
융프라우의 어마어마한 모습을 방금 보고 와서 그런지 좀 아기자기해 보이긴 하는데
하더 쿨름도 융프라우 VIP패스에 포함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둘러보고 왔다
내려갈 때는 맨 앞에 탔는데 풍경도 잘 보이고 제법 재밌었다
잠시 강가에 앉아 강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고 있길래 따라해봤는데 물이 엄청 시원하다
낮이 되니 점점 더워졌는데, 때마침 이렇게 시원할 수가~
표정이 애매하지만 상당히 즐기고 있는 중이다 ㅎㅎ
오리들도 지나다니는 평화로운 아레 강
11년 전에도 왔었던 인터라켄에서, 그 때 즐기지 못한 컨텐츠들을 뽑아내서 알차게 즐기고 왔다
호텔로 돌아와서 곧바로 수영장으로 직행
수영장 자체는 평범한데...
바깥 테라스 풍경이 아주 끝내준다
수영은 안 하고 여기 누워있는 사람도 좀 있다
오늘 저녁은 COOP에서 사 온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하기로 한다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꽤 괜찮았다
분명히 이번 여행은 여유롭게 쉬면서 자연을 즐기는 컨셉이었는데
어째 첫 날부터 쉴 틈이 없는게... 습관을 바꾸기가 이렇게 힘든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