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5 USA

세계 최초의 프로야구, 신시내티 / 250326

lsgwin 2025. 4. 13. 21:47

시애틀에서 신시내티로 가는 직항편이 있긴 한데, 오전 10시에 출발해도 4시간 걸리는데다 시차 3시간이 추가되기 때문에 도착하면 오후 5시가 넘게 된다

이동하는 데만 하루를 쓰는 게 아깝기도 하고, 1박 호텔비도 아낄 겸 해서 야간 항공편으로 시카고를 경유하여 신시내티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국내선을 이용하게 되었다

 

시애틀에서 시카고까지 4시간, 이 때 최대한 잠을 자야만 했다

 

환승 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여서 약간 촉박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나이티드 앱에서 환승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줘서 아주 편리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ORD)에서 환승하려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같은 터미널, 심지어 같은 C구역에서 게이트만 바꾸는 환승인데도 걸어가는 시간이 꽤 길었다

 

기본적으로 미국 국내선 환승 항공권은 수하물을 연결해서 부쳐주기 때문에 편리하긴 한데,

환승 시간이 1시간 전후로 촉박한 경우가 많아서 영 불안했다

거기다 미국 항공편은 연착이 잦다고 해서 carry-on으로만 짐을 싸서 다녔는데, 나중에 이게 결국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시카고에서 신시내티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긴 했는데 실제로는 1시간 정도만에 도착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라질 항공기 Embraer E170 기종에 탑승하게 되었는데, 소형기지만 승차감이 아주 좋았다

2-2 배열이라 좁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좌석 간격도 아주 널널해서 웬만한 여객기의 프이코 좌석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신시내티 공항에서 시내로 갈 때는 버스를 이용해보았다

공항버스 역할을 하는 2X 노선 요금이 단돈 2달러! 심지어 이게 올해 인상된 가격이다

현금으로 2달러를 내도 되지만, Transit이라는 앱에서 왕복 3달러로 구입할 수도 있으니 정말 경제적이다

 

드디어 버스가 왔다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라 시간표를 참고하는 게 좋다

 

호텔에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체크인을 바로 해 준다

집 떠난 지 33시간만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걸어서 야구장에 갈 만한 지역에서 고르다가 Hyatt Regency Cincinnati를 선택했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신시내티가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나절 정도 간단히 돌아보려고 한다

일단 도시의 이름이 담겨있는 향토 음식(?) 신시내티 칠리를 먹기 위해 Skyline Chili로 찾아갔다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체인점이라 신시내티에 많은 지점이 있으니 편한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여기 메뉴는 독특하게 3-way부터 5-way까지 있는데

일단 가장 기본적인 스파게티, 칠리 소스, 체다 치즈로 이루어진 게 3-way이고

거기에 양파나 콩을 추가하면 4-way, 둘 다 추가하면 5-way라고 부른다

풍부한 맛을 느끼고 싶어서 고민할 것 없이 5-way로 주문해서 먹었다

 

칠리 소스가 한국인 기준으로는 전혀 맵지 않고 무난 내지는 평범한 맛이었고, 치즈를 잔뜩 올려줘서 아주 맛있었다

거기에 양파와 콩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5-way로 먹는 게 밸런스가 가장 좋아 보인다

저렴한 가격 + 이 지역에서만 파는 특수함을 고려해서 한 번쯤 먹어볼 만한 음식이다

 

신시내티 다운타운의 중심가에 위치한 Fountain Square

 

신시내티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아 분위기가 좀 스산한데, 그래도 여긴 사람이 꽤 있다

 

오래된 야구팀을 보유한 중부지역 도시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 한 때는 산업화로 붐이 일어나 제조업을 기반으로 잘나갔던 도시지만 점점 쇠락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인구도 그리 많지 않고 치안도 다소 불안정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디트로이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신시내티도 데이터상으로 치안이 썩 좋은 도시는 아니여서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신시내티 레즈 구장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고 있는 Great Amerian Insurance 건물이 야구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Great American Ball Park라는 이름이 레즈의 역사와 너무 잘 어울려서, 꽤 오랫동안 구장의 고유 이름으로 착각한 적도 있었다

 

한 때 번영을 누리던 도시인 만큼, Queen City라는 멋들어진 별명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오하이오 강을 경계로 북쪽은 오하이오 주의 신시내티, 남쪽은 켄터키 주의 코빙턴으로 나뉘어진다

오하이오 강을 이어주는 여러 다리 중 이 다리가 가장 멋있고 눈에 띈다

 

찾아보니 John A. Roebling Bridge라고 한다

 

산책하기 좋은 공원도 강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내일 있을 개막전을 앞두고, 먼저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러 왔다

 

개막전이 사람들을 들뜨기 만드는 이유는, 30개 팀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 희망을 놓지 않게 해 주는 대표적인 선수의 얼굴이 역시나 구장을 장식하고 있다

 

이 팀의 찬란했던 과거를 상징하는, 월드시리즈 2연패의 주역이자 신시내티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 중 하나로 꼽히는 자니 벤치(Johnny Bench)의 모습이 나를 반겨준다

 

이번 야구여행은 바로 이 곳, 신시내티 레즈의 Great American Ball Park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바로 이 도시에서 세계 최초의 프로야구 팀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1866년 창단된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Cincinnati Red Stockings)는 1869년 프로페셔널 야구 팀이 되기로 선포한다

즉 야구를 본업으로 삼고 야구로 돈을 버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탄생한 것이다

다만 혼자만 프로였던 탓에 전국을 떠돌며 양학을 한 결과 57승 0패로 첫 시즌을 마쳤다고 한다 ㅎㅎ

지금처럼 안정적인 프로 리그가 없었기 때문에 경영난에 시달린 레드스타킹스는 2년만에 해체하고 만다

 

안타깝게 팀을 잃고 만 신시내티, 하지만 드디어 1876년 내셔널 리그가 설립되면서 프로 팀 간의 리그가 시작되었다

신시내티 레즈(Cincinnati Reds)라는 팀이 1875년 새로 창단되어 이듬해부터 내셔널 리그에 합류하여 제대로 된 프로야구 경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1880년에는 레즈조차 내셔널 리그에서 퇴출되어 해체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규정 위반이었는데, 일요일에 경기를 하면 안 되고, 구장에서 맥주를 팔면 안 되는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는 신시내티, 드디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세 번째 팀으로 다시금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Cincinnati Red Stockings)라는 이름을 걸고 1881년 창단 후 1882년부터 리그에 합류하게 된다

아무래도 악감정 때문인지 차마 내셔널 리그에 합류하진 못하고,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지금의 아메리칸 리그와는 별개)이라는 새로운 리그 소속으로 경기를 하다가 1890년부터 팀명을 레즈(Reds)로 바꾸고 다시 내셔널 리그로 돌아가 지금에 이른다

 

요약하면, 신시내티는 1869년 최초의 프로야구 팀이 탄생한 도시이고, 지금의 신시내티 레즈는 1881년에 창단된 별개의 팀이다

그렇다보니 현재 가장 역사가 오래된 팀이 신시내티 레즈는 아니다. 최초의 레드스타킹스는 해체되어 역사가 단절되었으니까...

"뭐가 이리 복잡해요, 그럼 가장 오래된 팀은 어딘데요?"

1870년 해체되어 백수 신세가 된 선수들 중 일부가 주축이 되어, 1871년 보스턴 레드스타킹스(Boston Red Stockings)가 창단되었고 그 후 여러 차례 팀명이 바뀌다가 1912년 브레이브스(Braves)가 되었다

이제야 나오는 익숙한 이름... 그 브레이브스는 밀워키로 옮겼다가 다시 애틀랜타로 옮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팀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시내티라는 도시의 야구 역사를 기리는 차원에서 매년 레즈는 개막전을 홈에서 치르는 특혜를 받는다

 

이런 신시내티 레즈의 역사는 오하이오 주의 역사로도 남아서 기록되어 있다

 

닫힌 철창 너머로 개막전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신시내티의 유서깊은 시장 Findlay Market에서는 개막전마다 퍼레이드 행사가 개최되는데

그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다

 

영구결번 레전드들의 동상도 놓여 있는데

테드 클루셰브스키(Ted Kluszewski)

 

조 모건(Joe Morgan)

 

피트 로즈(Pete Rose)

 

토니 페레즈(Tony Pérez)

 

그리고 경기장을 마주보며 타격 중인 프랭크 로빈슨(Frank Robinson)까지 만나보았다

이 선수는 MLB 역사상 단 2명 뿐인 양대리그 MVP를 모두 수상한 선수로 유명한데, 그렇다면 다른 한 명은 누굴까?

현재 가장 핫한 사나이, 바로 오타니 쇼헤이!

 

신시내티 레즈 팀 스토어에 들어가보았다

 

 

 

그래도 개막전인데 굿즈 하나는 몸에 두르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티셔츠 한 장 구입했다

 

다음으로 Cincinnati Reds Hall of Fame and Museum에 방문했다

처음이라 모든 구장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방문한 구장 중 신시내티와 세인트루이스에만 있는 거였다

 

입장료가 $15인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니 그만큼의 볼거리는 충분하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5번 뿐

하지만 1970년대에는 최강의 전력을 과시했고 1975-76 시즌에는 2연패를 달성하는 황금기를 누렸다

그 영광의 시절을 Big Red Machine이라고 부른다

 

상대팀도 화려한데, 75년에는 레드삭스와 명승부를 펼친 끝에 우승했고

 

76년에는 양키스를 4연승으로 스윕해버렸다

 

 

그 시절을 추억하는 물건들과 자세한 기록이 나와 있다

레즈 팬들에겐 대한민국의 2002년 신화처럼 두고두고 우려먹어도 지겹지 않은 스토리일 것이다

 

 

그 전설적인 8명의 라인업은 The Great Eight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따로 기념하고 있다

내셔널 리그에 지명타자가 없던 시절이니 8명이 맞다 ㅎㅎ

 

The Great 8의 일원이자, 역대 최다안타 1위인 4256개의 안타를 때려낸 레전드 피트 로즈(Pete Rose)

하지만 은퇴 후 감독 시절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적발되어 영구 제명된 인물이기도 하다

당연히 MLB 측에서는 결코 명예의 전당에 받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이 팀 레전드이긴 하니 팀 차원에서 어느 정도 대우는 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2024년 사망하여 이 팀 팬들에겐 동정표를 받는 분위기이다

 

그의 안타 개수를 상징하는 4256개의 야구공이 벽면에 걸려 있다

 

아까 봤던 멋진 다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는 바로 야구장이었다!

창 밖으로 이런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정말 수많은 야구 관련 아이템들이 눈길을 끌어서, 지친 와중에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최초의 프로야구 팀 레드스타킹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지

 

혼자만 프로니까, 첫 시즌에 57승 0패를 달성!

 

당시엔 이런 유니폼을 입었다고 한다

 

5번의 우승과, 팀 레전드들의 모습

 

빅 레드 머신 시절을 제외하면 팀 성적이 그다지 화려하진 않다

영구결번이 넘쳐나는 양키스와는 달리, 이 팀의 영구 결번은 단 11명 뿐이라고 한다

 

옛 구장의 모형을 전시해둔 부분도 재미있다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 펜웨이 파크나 리글리 필드가 정말 대단한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보다도 더 예전 구장, 모형으로만 봐도 조촐해 보인다 ㅎㅎ

 

최고의 레전드 자니 벤치(Johnny Bench)의 모든 것, 계약서부터 MVP 상패까지 한 곳에 모아두었다

 

레즈의 또 다른 황금기, 1990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유격수 배리 라킨(Barry Larkin)

아직까지도 영구결번 중 가장 막내다

다음 신입 회원으로는 조이 보토가 유력해보인다

 

야구 카드 아카이브

미국인들은 그렇게 야구 카드를 좋아하는데, 다행히 이거 모으는 취미는 없다

 

중계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직접 중계 멘트를 읽고 영상을 이메일로 보내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어서 재미있었다

너무 어설퍼서 차마 올리진 못하겠다

 

팀 명예의 전당, 뭐 이렇게 수가 많나 했더니

 

애덤 던이나 브론슨 아로요까지 들어갈 정도면 문턱이 너무 낮은거 아닌가 싶긴 하다 ㅎㅎ

 

 

월드시리즈 5회 우승은 정말 지겹도록 우려먹는 중이다

 

남은 양념에 밥 볶아서 기어코 바닥까지 긁어먹는 느낌으로, 5개의 우승 트로피까지 보고 나면 박물관 관람이 끝난다

 

최초의 프로야구 팀이 탄생한 도시, 그 자부심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레드스타킹스 원년 멤버는 단 10명이었다고 한다

부상당할 권리가 없는 선수들, 아마 부상 당해도 뛰어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내일 오프닝 데이 퍼레이드와 개막전을 즐기는 일 뿐! 야구장 구경은 이렇게 마쳤다

 

 

 

이번에는 신시내티 미술관(Cincinnati Art Museum)에 방문했다

 

입구에서부터 재미있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관람료가 무료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잠을 못 자서 체력이 완전 바닥난데다 작품 전시의 구성이 다소 난잡해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나왔다

 

고대 시절 작품이 나오다가

 

갑자기 마르셀 뒤샹이 나오고

 

앤디 워홀도 나온다

 

그러다가 동양 미술도 보게 되고

 

빠지면 섭할까봐 서양 미술 명작들도 끼워넣는다

 

 

 

 

누가 봐도 앤디 워홀인데, 그래도 신시내티니까 이 작품 하나는 신선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열심히 작품 감상하는 것보다 호텔에서 1시간이라도 누워있는 게 나을 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낮잠을 자니 약간 컨디션이 올라왔다

신시내티에서 유명한 바베큐 립 가게 Montgomery Inn을 예약해서 방문했다

 

가게가 꽤 넓은데도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강변가에 있어서 분위기도 아주 좋다

이 지역 유명 브루어리 Rhinegeist의 맥주를 한 잔 마셔보았다

 

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가게의 대표 메뉴가 립이라고 해서 시켜보았다

기대를 하고 먹어보는데... 맛있긴 하지만 소스가 내 입에는 너무 달았다

사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파는 립을 싫어하는 이유가 너무 달기만 한 소스 때문인데, 이 가게의 고기 자체는 크고 실해서 맛있었지만 양념은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차라리 사이드로 시킨 감자가 한국 감자보다 훨씬 크고 식감이나 맛도 약간 달라서 만족스러웠다

 

주문하기 전에 이거 내가 혼자 먹을 양인지 물어보니, 아마 갈비뼈 7~8개쯤 나올테니 적당할 거라고 했다

그 설명 하나는 정말 정확했다...

 

분위기도 좋고, 소스가 좀 달다는 거 빼고는 그래도 전반적인 음식 맛이 좋아서 괜찮은 식당이었다

 

귀여운 돼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드디어 이번 여행 첫 호텔 취침을 하러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