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Europe

9일차, 빈 / 130421

lsgwin 2013. 8. 21. 01:06

오늘은 빈에서 맞이하는 일요일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빈 소년합창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라는 얘기다!

 

아침 일찍 왕궁 예배당으로 향해 간다

이건 이틀 전에 봤었던 신 왕궁이고

 

여기가 구 왕궁이다

 

아침부터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왕궁 예배당(Hofburgkapelle) 입구를 발견~

 

단복을 입고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과 함께 아침 일찍 출근(?)하는 합창단원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빈 소년합창단은 일요일마다 여기 빈 왕궁 예배당에서 거행되는 미사에 참여한다

나에게는 훈련소때 딱 한 번 경험해본 천주교 예배 이후 두 번째로 참석하는 천주교식 미사가 되겠다

근데... 하도 일찍 간 탓에 줄 서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 곳은 관광객에게도 미사 참석을 허용하는데, 다만 좌석에는 입장료가 부과되고 입석만 무료다...

입장료가 그리 비싸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래도 한 푼이 아쉬운 여행객들에게는 그것도 사치지~

그래서 무료 입장을 위해 일요일 아침부터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나같이 빨리 오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ㅠㅠ

 

중간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지만 꽤 오랜 기다림 끝에 예배가 시작되었다

예배 중에는 합창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천주교식 미사 특성상 설교 도중에 끼어들어서 막 노래하고 그러던데 그럴때 잠시 목소리만 들릴 뿐,

아마 보이지 않는 위층에서 노래를 하는 모양이다

 

약 한 시간 정도의 예배가 끝나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내려와서 노래를 한 곡 불러주고 간다

 

명색이 전 지휘자인지라... 참으로 감격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근데 나도 나름 합창곡 이것저것 많이 들어봤는데 이건 뭔지 알 수가 없네;;

뭔가 20세기 현대합창 같은 느낌이긴 한데...

하지만 사실 무슨 노래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것이 빈 소년합창단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아무튼 소년 특유의 미성으로 부르는 하나되는 합창의 하모니는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그토록 고대했던 빈 소년합창단과의 만남을 마치고

이제 왕궁 밖으로 나간다

간지나게 마차를 타고 나갔으면 좋겠지만 그런게 여행자에게 가능할 리가 없지

여행자에게 허락된 교통수단은 오로지 두 발 뿐이다...

 

이 때가 여행 9일째였는데, '걷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아마 이 날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여기는 이틀 전에 들렀던 왕궁 입구 미하엘 문

 

이건 무슨 동상이더라... 이름을 메모해두지 않아서 잊어버렸다

 

내 나름대로의 여행 철칙 중 하나, '절대 한식은 먹지 않는다!'

음... 아무튼 여긴 일식이니까 괜찮다

빈에서 꼭 먹어야 할 것들을 어제 몰아서 먹어버린 탓에, 오늘은 걍 아무거나 배만 채우기로 했다

 

저걸론 좀 모자라서 만두 추가

요렇게 해서 12유로 정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식사였다

 

 

 

이 간지나는 건물은 빈 시청사(Rathaus)

말로만 듣던 고딕 양식이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건물은 무슨 양식일까요?" 하고 묻는다면 고딕 양식이라고 했을 것 같다

뭔진 모르겠는데, 그냥 고딕같어...^^

 

뭔진 모르지만 멋있으니까 셀카

 

유럽의 건물들엔 이런 숨어있는 디테일이 있어서 좋다

멀리서 보면 그냥 크고 멋있는 건물이구나 싶은데

코 앞까지 와서 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시청사 앞에 마주보고 있는 이 건물은 궁정 극장(Burgtheater)

연극 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이라고 한다

이것도 꽤 멋있는데 시청사가 워낙 스케일이 커서 좀 묻히는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시청사와 궁정 극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큰 공원이 하나 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셀카를 찍어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정도면 셀카로써는 예술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이 공원을 따라 쭉 내려오다 보면 나오는 이게 바로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Parlament Österreich)이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분수가 놓여 있다

 

멋있네?

멋있으면 셀카!

 

 

분수대 구석구석 디테일하게 파고들다 보면 다 뭔가 의미가 있겠지만

그냥 멍하니 보면서 나름대로 감상하고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제 빈에서의 마지막 목적지가 될 그 곳을 향해 메트로 정류장으로~

 

쇤부른 궁전(Schloss Schönbrunn),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우리도 저런 거, 아니 저거보다 멋진 걸로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만든 곳이랜다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꽤 유명한 역사상의 여인들이 이 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궁전 내부를 둘러보는 가이드투어도 있긴 한데

며칠 사이에 하도 여기저기 왕궁, 궁전 이런데를 다녀보니

굳이 잘 알아듣기도 힘든 영어 가이드투어로 딱히 와닿지 않는 내부 전시품들 둘러보는 데에 적지 않은 입장료까지 내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좀 들었다

 

요약하자면, 비싸서 안 들어갔다

사실 여긴 정원만 둘러보아도 규모가 커서...

 

들어가진 않더라도, 사진은 좀 찍고 가자...^^

 

저~ 위에 보이는 저기까지 올라가면 전망이 좋다길래

매우 멀어보이긴 했지만 일단 올라가보기로 했다

올라갈까 말까 망설여질 떈 올라가는 게 여행자 정신!

 

이런... 나뭇가지를 바가지머리 자르듯이 뎅강 잘라놨구나...

 

사실 이렇게 잔디밭에서 돗자리 깔고 느긋하게 구경하라고 있는 곳인데

굳이 꼭대기까지 올라가겠다고 혼자서 숨 헐떡이면서 가야 하나... 싶긴 했다

 

다들 여유를 즐기는 중인데 나만 땀흘리며 바삐 올라간다

 

막상 올라오니 기분이 좋네~ 기분 좋으면 셀카다!

 

조금만 더... 뭔가 멋있어보이는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

글로리에테(Gloriette)라는 이름을 가진 건물이다

 

 

날씨가 좀 흐리고 사진으로 보기엔 느낌이 잘 안오는데

여기에서 느껴지는, 뭔가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관광객이 사진을 찍어주긴 했는데 이것도 뭔가 느낌이 안 온다;;

 

에휴 모르겠다 내려가야지

잔디밭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짝을 지어 나뒹굴고(?) 있었다

 

...그러고 나니 다음 사진이 이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서역 앞에서 캔맥주를 하나 사서 마셨다

아마 처음 보는 맥주여서 그랬던 거 같긴 한데...

근데 왜 이런 짓을 꽤 먼 거리에 있는 서역까지 가서 했을까...

 

뭔가 여행 초기의 사진들은 지금 보면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많고 메모도 부실하게 해 놔서 참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해하기 힘든 서역 앞 캔맥주 시음(?)을 아무튼 마치고

한국인에게 아주아주아주아주 유명한 rib 요리 전문점 Ribs of Vienna에 갔다

개인적으로 립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유X 카페에서 '이거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다...' 이런 식으로 다들 호들갑스러운 후기를 남기길래 속는 셈 치고 가 보기로 했다

 

'맥주 한 잔 일단 시키고' 이런 부연설명 하기도 이제 지겹다

왜 시켰을까? 안 먹어본 맥주라서!

60일 내내 '오늘은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죽을 것 같다' 싶은 날을 제외하고는 매 끼니마다 맥주를 한 잔씩은 마셨다

그냥 앞으로 먹는 사진에 맥주가 있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바람

 

드디어 그 맛있다는 립 스테이크 도착

하필 옆모습(?)만 찍혔는데 이게 넓적하게 생겨서 혼자 먹기에 양이 매우 많았다

립을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갔기 때문에 '맛없기만 해봐라...'이런 독기를 품고 있었는데...

근데...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다 ㄷㄷㄷㄷㄷㄷ

근데... 정말 양도 너무너무 많다 ㄷㄷㄷㄷㄷㄷ

 

한국인에게 극도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알바가 기본적인 한국말 몇가지는 구사할 줄 안다 ("맛있어요?" "맥주?" 이런 거)

약 2/3 정도 먹고 한숨을 푹 쉬며 고민에 빠진 표정을 알바가 보더니 깐족거리는 뉘앙스로 한 마디: "Don't give up!"

여기에서 추진력을 얻어 단숨에 접시를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승리하였다!

깐족거리던 알바도 한 마디 얹는다: "You win!"

오죽 마음을 독하게 먹었으면 빵에는 손도 안 댔을꼬...

아무튼 이 집 또한 빈에서 빼놓으면 섭할 훌륭한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저녁식사에 힘을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밤이 되었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자연스럽게 야경 감상 시간이 되었다

 

슈테판 대성당

 

아직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저 조각상

 

신 왕궁

 

국회의사당

 

시청사

이렇게 쭉 걸어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에서 보았던 곳들을 색다른 밤의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흔히 동유럽 삼대장으로 프라하, 빈, 부다페스트를 꼽는데

사실 동선을 짤 때 거쳐가기 편해서 그렇지 빈, 그리고 오스트리아를 동유럽 문화권에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정도가 아니라 오스트리아는 동유럽이 아니지

동유럽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풍경을 기대한다면 프라하

거기에 약간의 웅장함, 그리고 살짝 투박한 느낌을 얹어서 보자면 부다페스트인데

빈은 어찌보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일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도 침략받기보단 침략하는 쪽에 가까운, 동유럽보다는 독일에 가까운 분위기를 지닌 곳이기에

'동유럽 여행'이라는 컨셉을 잡고 빈을 보다보면 '여긴 뭐 이래?' 싶은 느낌이 들 수도 있으리라

 

다만 그만큼 풍부한 역사적, 문화적 컨텐츠를 갖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런건 패자보다는 승자의 편에 있어야 누릴 수 있는 부분인지라...)

얼핏 보면 지루해보일지 몰라도 빈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에 전시된 작품들만 관심있게 들여다보아도 빈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흥미로운 여행지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뭔가 또 사족이 길어졌는데

그만큼 빈이라는 도시는 3일을 온종일 돌아다녔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훌륭한 여행지이자 그 자체가 박물관인 유익한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