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 둘째 날
샤를로텐부르크 궁전(Schloss Charlottenburg)
프로이센 왕국 프리드리히 1세의 아내 Sophie Charlotte의 여름 궁전으로 지어져 그녀의 이름을 딴 이름이 붙었다
입구에 있는 동상의 주인공은 '대 선제후'라고 불렸던 프리드리히 빌헬름이라고 한다
여기도 궁전 내부 사진 촬영은 불가했고, 일단 내부 관람을 마친 후 정원을 보기 위해 나왔다
독일에선 내내 흐리고 춥기까지 했는데, 모처럼 찾아온 맑은 날씨가 반갑다
덕분에 며칠간 존재를 잊고 있었던 선글라스를 꺼내볼 수 있었다
여기 정원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며,
넓은 호수도 갖추고 있다
Belvedere라는 조그만한 건물
들어가보니 왕실에서 사용하던 도자기, 접시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데다 낙서하고 싶은 건 만국 공통인가...
궁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나니 벌써 점심 먹을 시간~
근처에 Brauhaus Lemke라는 맥주 맛이 기가 막힌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우선 가게 이름을 딴 생맥주를 한 잔!
돼지고기 요리도 맛이 꽤 좋았고, 맥주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바이에른 맥주만 맛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맛있는 맥주가 있구나!
다음으로 갈 곳은 전승기념탑(Siegessäule)
19세기 프로이센군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세워진 탑이다
근데 저 핑크색 티셔츠 입은 아줌마들은 뭐지...
모양새를 보아하니 마라톤 대회라도 하는 모양이다
멋있게 잘 만든 것 같긴 한데...
넓은 벌판에 이거 하나만 뎅강 세워져있어서 뭔가 허전하다
여기는 국회의사당(Reichstag)
꼭대기에 올려져있는 유리 돔으로 유명한데, 국민들이 의사당 내부를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돔을 회의장보다 더 높은 곳에 두어 국민이 정부보다 위에 있다는 의미를 담기도 했다고...
이런 걸 보면 선진국의 의식 수준이 참 부럽다!
한 번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예약한 사람만 입장 가능하고 당일 입장은 안된다고 해서 포기 ㅠㅠ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베를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프로이센 왕국 시절 건축한 개선문으로 1791년에 완공되었는데, 독일 분단 시절에는 동-서간의 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독일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꼭대기에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에 올라탄 여신의 동상(Quadriga)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개선문의 개장 첫 손님(?)은 나폴레옹이었는데, 1806년 나폴레옹이 프로이센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이 문을 통해 개선식을 하고 저 사두마차 동상도 뜯어가 버렸다고 한다
그 후 1814년에는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프로이센이 파리 역관광에 성공하고 사두마차도 되찾아오게 되었다
아, 맥주의 나라 아니랄까봐 비어 바이크라는 것도 있구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잠깐 걸어오니 홀로코스트 메모리얼(The Holocaust Memorial)이라는 조형물이 나타난다
공식 명칭은 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이라는 뜻이다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2711개의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추모의 공간이다
돌기둥의 높낮이도 제각각이고 땅바닥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잘 모르겠다
사람 키보다 높은 곳도 있어서,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사람을 마주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인증샷 하나 남기고...
무료 입장 가능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당시 유대인들의 자필 편지를 비롯한 비참한 생활상에 대해 찾아볼 수 있다
읽어보다 보면 절로 분노가 터져나오는 수준이었는데, 이런 전시물들을 심지어 독일의 수도에서 공개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우리 옆 섬나라한테는 기대도 안 한다
갑자기 출출해져서 Curry 36이란 가게에서 커리부어스트를 하나 먹었다
지나가던 현지인이 대뜸 그거 맛있나고 물어보던데, 당신이 더 잘 알 거 아니에요...ㅎㅎ
다음으로 간 곳은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
동-서 베를린을 오가는 관문이었던 곳이다
미국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뒷면은 물론 미국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이건 거다
저 코스프레 알바(?)들이랑 사진 찍으려면 돈을 받더라;;
슬픈 역사의 현장에서 굳이 이런 장사를 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뭐 먹고 사는 게 그만큼 힘드니깐...
마지막으로 간 곳은 Topographie des Terrors
나치 시절의 테러행위에 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결국 이 모든 비극은 저 미대 떨어진 아저씨 때문...
그냥 쭉 둘러본다
여기도 계속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울컥하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엄청나게 길다
처음엔 관심있게 보다가 하루의 막바지이기도 하고 슬슬 피곤해져서 막판엔 보는둥마는둥 했다
2차대전, 나치, 분단... 이런 부분에 대한 역사가 궁금해서 베를린에 오게 되었는데
역사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베를린이란 곳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졌다
한국인에게 핫한 여행지는 아닌 것 같은데,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