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를 보지 않고 천국을 논하지 말라"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 말 함부로 들으면 안 되긴 하지만
속는 셈 치고 그 말을 믿어 보자면, 나는 지금 천국의 문에 입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북쪽 문, 부자(Buza) 문을 통해 들어가서 과연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어제 밤에 도착한 숙소는 저 언덕빼기에 위치한 수많은 집들 중 하나였다
지도상으로 보기엔 구시가와 가까워 보였는데...
나중에 깨달은 바이지만 구시가의 플라차 대로에서 숙소로 가려면 끝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일단은 주구장창 내리막길을 따라간다
'나중엔 여기로 다시 올라와야겠네? ㄷㄷㄷ' 이런 생각은 이 때부터 들긴 했다
두브로브니크의 중심가 플라차 대로(Placa ul.)에 도착했다
천국에 너무 일찍 온 것일까, 아침엔 역시 사람이 없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지 평소에 잘 챙겨먹지 않는 아침이 땡기더라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Dubravka 1836이라는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안타깝게도 두브로브니크 물가는 여느 서유럽의 유명 관광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충분히 비싸다...ㅠㅠ
간단한 식사 후, 로브리예나츠 요새(Tvrđava Lovrijenac)에 올라가보았다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요새에 올라갈 수 있었다
절벽 위에 상당히 아찔해보이는 주차장이 보인다
요새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구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중심가인 플라차 대로는 가장 낮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그 양쪽으로는 완만한 언덕을 이루는 모습이다
요새니까 당연히 하나쯤은 있을 법한 대포가 눈에 띈다
'두브로브니크를 한 손에 얹어놓은 듯한 구도로 사진을 찍어 주세요'
내가 잘못 표현한 걸까, 찍어주신 분이 사진을 못 찍은 걸까...;;
요새에서 내려와 이제 본격적인 구시가 여행을 다녀본다
이번엔 서문인 필레(Pile) 문으로 입장하였다
성벽으로 둘러쌓인 구시가지에는 동, 남, 서쪽으로 세 개의 문이 있는데
그 중 여기 필레 문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필레 문을 통해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오노프리오스 분수(Velika Onofrijeva Fontana)
구시가 바로 뒤에 있는 스르지 산에서 물줄기를 끌어와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각기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한 16군데의 물줄기에서 물이 뿜어져나온다
17번째 물줄기가 되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찍어 보았다
플라차 대로에 이제야 좀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플라차 대로가 큰 줄기라면
가지를 치듯 수많은 골목길들이 대로 주위로 뻗어져 나간다
스폰자 궁전(Palača Sponza)
옛 두브로브니크에서 상인들이 모여 거래를 하는 장소로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그다지 끌리지는 않아서 포기...
플라차 대로의 끝에 위치한 시계탑(Gradski zvonik)
워낙 명당 자리에 위치한 터라 낮이건 밤이건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오를란도브 게양대(Orlandov stup)
게양대 속 조각상은 중세시대의 영웅인 롤랑 기사라고 한다
오를란도브 게양대 바로 뒤에 있는 성 브라이세 성당(Crkva sv. Vlaho)
1368년 건설되었다가 지진으로 인해 파괴되고, 1717년에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구 항구(Stara luka)
이름만 '구' 항구이지 지금도 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있다
서양인 관광객에게 사진을 부탁하긴 했는데...
여행 중 몇 차례나 경험해보고 느낀 의문점은, 왜 서양인들은 사람을 찍을 때 어딘가를 잘라서 찍어주는가... 하는 점이다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아서 멘붕이 왔는지 길바닥에 드러누워서 경치를 만끽하고 있는 관광객 이씨
근처에 있던 Lokanda Peskarija라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당연하게도, 이런 곳에서 마시는 맥주는 정말 꿀맛이다!
주문한 요리는 해물 리조또
분명 1인분을 주문했는데 양이 아주 푸짐했다
당연히 가격도 아주 푸짐했다, 여긴 두브로브니크니까... ㄷㄷㄷ
여전히 여기는 구 항구
바닷물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다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이런 좋은 곳이 있었다
멍멍이와 함께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여유로워 보인다
눈이 정화되는 풍경...
날씨가 좋아서 더욱 보기 좋았는지도 모른다
다시 구시가로 돌아와서...
여기는 두브로브니크 대성당(Dubrovačka katedrala)
여기도 7세기에 건축되었다가 지진 때문에 망가지고 나서 재건축된 곳이라고 한다
대성당 내부
렉터 궁전(Knežev dvor)
옛날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총령을 선출하여 1개월간 이 곳에 머무르며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말이 총령이지 한 달 동안 여기를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고 하니 마냥 좋은 건 아니었던 모양...
잠시 여기저기 거리 구경...
뭔진 모르겠지만 이것도 성당인가보다
Ghetto, 유대인 거주 지역이라는 뜻
크로아티아에서도 상당히 혹독한 유대인 박해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이런 것들이 한낱 낙서처럼 보이지만, 당시 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이제 스르지 산(Mount Srđ)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로 간다~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는데 이미 경치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였다
무사히(?) 도착한 기념으로 인증샷 투척
왜 이 곳을 감히 천국에 비교하는지,
왜 이 곳이 지구상 최고의 휴양지라는 극찬을 받는지,
과장된 감은 좀 있지만 올라와서 직접 바라보니 이해가 된다
...근데 천국치곤 너무 작은 거 아닌가? ^^
전망대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발견한 거대한 십자가
이 때는 그저 '왜 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이런 걸 만들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꽃보다 누나 방송분을 보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사실을 이제서야 새삼 느끼게 되어 유감스럽기도 하고;;
뭐 아무튼... 이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여기는 구시가로 향하는 동쪽 문, 플로체(Ploče) 문이다
굳이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세 군데의 문을 모두 이용해보게 되었다~
서서히 해는 저물어 가고...
잠시 여유롭게 바다 구경이나 하려고 한다
두브로브니크를 바로 눈 앞에서 바라보면서, 동시에 불어오는 해풍의 향취는 더없이 인상적이었다
배고프다 저녁 먹어야지
이번에는 Ragusa 2라는 식당이다
Fish Platter를 시켰더니 이렇게 푸짐하게 나온다
두브로브니크의 해물 요리는 어디서나 아주 싱싱하고 맛있다! 너무 비싸서 문제지
유럽에서 손꼽히는 야경 중 하나인 두브로브니크의 야경!
이걸 기다리기 위해 일부러 저녁을 아주 천천히 먹으며 기다렸다
야경... 이제부터 시작~ ^^
밤이 되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플라차 대로 바닥이 조명을 반사시키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낮에 보아도 참 독특하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밤이 되고 나니 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기묘한 곳, 두브로브니크
골목길 분위기도 밤에는 상당히 운치있고 그럴싸하게 변해간다
밤이 되어서야 활기를 찾아가는 듯한 이 곳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면서 배를 불리는 데 여념이 없다
물론 모든 식당에 다 손님이 넘쳐나는 건 아니지만.
기념품 가게에서는 여기가 두브로브니크임을 잊지 않게 해주려는 듯 한쪽 창문을 싸그리 도배하다시피 해버렸다
성 브라이세 성당
밤에 보니 분위기 남다르기는 여기도 마찬가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이미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관광지처럼 되어버린 점이 좀 아쉽긴 하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 두브로브니크는 평생에 한 번쯤 꼭 와 볼만한 가치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 올 수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럴 날이 오려나...
평균적으로 하루에 150~200장 정도의 사진을 찍는데 이 날은 280장을 찍었다
작은 도시였지만, 그럴 정도로 담아가고 싶은 풍경은 많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