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Europe

40일차, 블레드 / 130522

lsgwin 2014. 2. 12. 22:42

초기 계획 단계에서의 동선은 자그레브에서 취리히로 이동하는 것이었으나,

지도를 가만 보니 크로아티아 바로 옆에 '슬로베니아'라는 나라가 있다

찾아보니 자그레브에서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까지는 기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낯선 나라에 가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 아니 확신이 들어서 슬로베니아에 이틀간 머무르게 되었다

 

자그레브-류블랴나 구간인데, 오스트리아 철도청 ÖBB 마크가 찍혀있는 기차가 도착했다

아마도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출발하는 구간인 듯 하다

동유럽의 후줄근한 열차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ÖBB를 만나니 믿음이 간다

 

* 경험상 유럽 국가별 열차 중 깨끗하고 효율적인 곳은 오스트리아의 ÖBB, 독일의 Bahn, 스위스의 SBB 정도였다

  이탈리아의 Trenitalia나 스페인의 Renfe는 상습적인 지연과 악명높은 서비스 등으로 평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타 본 동유럽쪽 열차들은 썩 나쁘진 않지만 약간 오래되고 불편한 느낌? 무궁화호 타는 느낌과 비슷했다

 

 

 

아무튼 기차를 타고 일단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에 도착하였다

우선 이 곳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류블랴나 근교의 호숫가 마을인 블레드(Bled)에 우선 가기로 했다

버스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곳이다

 

기차 2시간에 버스 1시간 반을 타다 보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Gostilna Pri Planincu라는 레스토랑이 평이 좋아서 찾아가보았다

 

슬로베니아 맥주 Union 한 잔을 일단 마셔보았는데, 평범한 맥주였다

 

이건 세르비아 음식인 플레스카비차(Pljeskavica)

함박스테이크 비슷한 고기에 카이막(Kajmak) 치즈를 얹어서 나오는데, 고기에 불맛이 제대로 들어가서 아주 맛있었다

 

 

 

식사 후 블레드 호수를 둘러보기 시작~

 

호숫가에 백조 한 마리가 앉아있는데 상당히 크다

 

일단 호수를 전체적으로 내려다보고 싶어서 블레드 성(Blejski grad)에 올라갔다

Grad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그다지 높은 성은 아니어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곧바로 도착할 수 있다

 

깃발에도 적혀있는 Grad

 

 

 

날씨도 괜찮은 편이었고, 풍경도 아주 아름다웠다

 

호수 가운데에 콩알만하게 떠 있는 블레드 섬(Blejski otok)

저 조그마한 땅덩어리의 대부분을 성당 하나가 점유하고 있다

 

전망 좋은 곳에 카페가 하나 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서 한국인 만날 줄은 몰랐는데 의외로 한국인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단체로 관광 온 모양인데, 이러면 이국적인 느낌이 살짝 깨는 건 사실이다 ㅎㅎ

 

덕분에 카페에 들어가려던 생각은 접어버리고 성 구경이나 더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호수 구경하는 것 말고 성에서 딱히 할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성에서 내려와서, 블레드 호수를 한 바퀴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도로 보니 조그만해 보여서 30분이면 되겠거니...했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리더라 ㅠㅠ

 

슬로베니아의 조정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떨어져 나온 게 1991년이니 역사가 아주 짧은 나라임을 감안하면 조정 하나만큼은 잘 하는 나라인가보다

 

아예 노 젓는 동상까지...

 

날씨가 괜찮았었는데 점점 구름이 많아지는 듯 하다

 

블레드 섬에 가려면 저런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섬 안에 있는 성당 내에 '행복의 종'이라는게 있어서, 거기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데

난 소원같은 거 없으니까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한 바퀴 돌아보니 블레드 섬과 블레드 성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그거 말고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도 되겠다...

 

풍성한 볼거리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한적하고 아담해서 나름 괜찮았던 블레드 호수였다

 

곰돌이 간판이 달린 ŠMON Slaščičarna라는 카페인데

블레드의 전통 케이크 Kremna Rezina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크림처럼 부드러운데 달지도 않고 아주 맛있었다

디저트 하나를 먹더라도 유명한 곳은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이제 류블랴나로 돌아와서, 약간 남은 오후 시간 동안 가볍게 시가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류블랴나 구시가지의 중심지인 프레셰르노브 광장(Prešernov trg)

 

시청사의 모습과, 그 앞에 있는 Robbov vodnjak라는 분수상

 

 

 

분수상을 둘러싸고 있는 상당히 다이나믹한 포즈의 세 사람은 슬로베니아의 3개의 강을 의인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저녁식사!

Gostilna Sokol이라는 레스토랑

 

레스토랑 이름을 딴 Sokol 생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아주 훌륭하다!

맛에 깊이도 있고 향이 상당히 독특했다

 

요리는 작은 오징어 구운 게 나왔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

이왕 이렇게 된 거 야경이나 보고 돌아가야지~

 

프레셰르노브 광장 앞에는 Tromostovje라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

가운데 다리가 가장 커서 차들이 지나다니고 양쪽 다리는 사람만 지나다닌다

 

류블랴나를 가로지르는 강, 이름은 단순하게도 류블랴니차(Ljubljanica) 강이다

 

어느 나라를 가나 이런 짓은 꼭 하는구나...

 

거의 밤이 다 되어갈 무렵

길거리에서는 여느 유럽 도시와 마찬가지로 음악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그다지 화려한 야경은 아닌데, 강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제법 좋다

 

노천 레스토랑에는 식사와 함께 맥주를 곁들여 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뭐한다고 길거리에 신발을 매달아놨어...

 

거리의 음악인을 또 발견!

 

좀 짧긴 하지만 분위기를 기억하고 싶어서 영상을 찍어 보았다

 

 

'이게 한 나라의 수도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류블랴나의 모습은 번화한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데 다행히 내 취향에는 장점에 가깝긴 하다

 

당연히, 슬로베니아어는 무슨 소린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용의 다리(Zmajski most)까지 보고 나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나름 국경도 넘고 기차에 버스에 이것저것 타다 보니 꽤나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은 좀 여유롭게 류블랴나에 머물며 여기저기 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