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보니 오늘도 주룩주룩 비가 오면서 흐린 날씨였다
취리히에서 딱히 한 게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이런 날씨에 여행을 강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도시로 가면 혹시라도 날씨가 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루체른(Luzern)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취리히에서 기차로 50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었다
루체른 중앙역에 도착~
중앙역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다 보면 루체른의 상징과도 같은 카펠 다리(Kapellbrücke)가 나온다
길이가 약 200m로, 유럽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라고 한다
1993년에 화재로 대부분이 파괴되어 버렸다고 하는데, 복원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여론으로 인해 현재는 복원된 상태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Vierwaldstättersee)의 모습
많은 유람선들이 이 호수를 가로질러 간다
2개의 높은 첨탑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는 호프 교회(Hofkirche St. Leodegar)
높은 물가로 악명높은 스위스에서 그나마 싸게 무언가를 구입하려면 COOP을 찾으면 된다
COOP은 스위스의 슈퍼마켓 브랜드인데, 간단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곳도 있다
아무래도 스위스에서는 소비를 약간 자제해야 될 것 같아서 여기서 저렴하게 점심을 먹었다
이 정도면 아껴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2만원 정도는 나오더라
또 다른 루체른의 명물,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
프랑스 혁명 당시에 왕가 사람들(루이 16세라거나,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을 경호하다 죽은 스위스 위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꽤나 싱크로율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에 찔려서 죽어가는 사자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왠지 안쓰러워 보인다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빙하 공원(Gletschergarten)
빙하기에는 루체른이 빙하로 덮여있었다고 하는데, 당시 빙하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지형들을 보존하여 전시해놓은 곳이다
곳곳에 금 간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도 빙하에 의해 만들어진 것...
이런 구덩이도 있다
안쪽에 있는 전시관에서 자세한 내용들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찍진 못했다
여기는 무제크 성벽(Museggmauer)
14세기에 완공된 루체른을 둘러싸는 성벽이었는데, 지금은 상당 부분 파괴되어 약간의 성벽과 9개의 탑만 남아있다고 한다
신기한 조형물을 발견하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충동이...;;
썩 조화가 잘 되는 느낌은 아닌데, 왜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현재까지 남아있는 성벽에 올라가서 루체른 전망을 보기로 했다
호수가에 위치해서 그런지, 좀 심심해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분위기는 괜찮다
다만 여기도 날씨가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ㅠㅠ
스위스는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계속 이러면 어쩌지...
전망 감상 중에 이런 걱정들이 앞선다
성벽에서 시가지로 내려가는 길
루체른에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카펠 다리에 오게 된다
호수에는 백조들이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카펠 다리 위에는 이런 그림들이 줄줄이 붙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옆에 쓰인 숫자 순서대로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한다
왼쪽에 있는 양파같이 생긴 탑이 달린 건물은 예수 교회(Jesuitenkirche)
잠시 들어가서 내부를 살펴보았다
저기 언덕 위에 있는 하얀 성처럼 보이는 건물은 뭔지 궁금하다
또 다시 카펠 다리...
저기 뒤에는 지붕이 달린 또 다른 다리가 있는데, 이름은 슈프로이어 다리(Spreuerbrücke)
이제 구시가지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려던 순간, 내내 찌뿌둥하던 날씨는 결국 소나기로 변하고 말았다
오늘의 여정은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황급히 숙소로 돌아갔다
마침 오늘 저녁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날!
숙소에서 사람들과 함께 TV로 경기를 관전하였다
결과는 뮌헨 2 : 1 도르트문트, 뮌헨이 우승을 차지하였다
루체른에서는 호스텔을 숙소로 정했기 때문에 축구 보기에는 왁자지껄하고 좋았는데
6인실 도미토리를 쓰다 보니 약간의 불편함은 좀 있다
다른거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밤에 코고는 사람이 있으면 상당히 멘붕이다
안타깝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이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