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Europe

44일차, 리기 & 베른 / 130526

lsgwin 2014. 3. 4. 23:37

루체른에 온 여행객들은 대부분 리기 산이나 필라투스 산 중에 한 곳을 방문하게 된다

리기(Rigi)는 약간 여성적이고, 필라투스(Pilatus)는 비교적 남성적인 분위기라고 하는데

나는 약간의 고민 끝에 리기 산에 올라가기로 결정하였다

 

 

 

일단 페리를 타고 피츠나우(Vitznau)라는 곳으로 이동한다

 

옛날 증기선 방식 그대로 운행하고 있는 배였다

 

칙칙폭폭~

잠시 동심의 세계에 빠진 것일까, 무척이나 신기하다

 

이제 배에서 내려서...

 

리기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열차로 갈아타게 된다

 

들뜬 마음으로 열차에 탑승하였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눈이 거세게 몰아치는 불상사가 발생 ㄷㄷ...

 

여기서... 내리라고? ;;

 

어쨌든 정상 Rigi Kulm 역에 도착하긴 했는데

눈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로 절망적인 날씨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전망대라도 한 번 올라가보려 했으나,

 

허허... 이젠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리기 산을 배경으로 멋있게 맥주 마시는 모습을 찍어보겠다는 패기넘치는 발상은 시도도 하지 못했다 ㅠㅠ

 

여기... 리기 맞긴 맞음...ㅠㅠㅠㅠㅠㅠ

 

아쉽긴 하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하고 이만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에, 그래도 좀 아쉬우니 산 중턱에 위치한 Rigi Kaltbad 역에서 내려보았다

 

다행히 여긴 그래도 눈이 심하게 내리고 있지는 않았다

 

아쉬운대로 셀카 하나 찍고~

 

이야... 이런 곳에 노천탕이 있네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놀라운 풍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니!

날씨만 좋았으면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을 것 같다

 

뭐... 5월도 다 지나가는 마당에 이런 눈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한 일 아니겠는가!

...이렇게라도 생각해야지 뭐 어쩌랴...

 

근데 추워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이제 정말로 하산...

 

내려가는 길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해보았다

 

이런 풍경도 날씨만 좋았으면 감탄이 절로 나왔을만한 장면인데

 

이렇게 흐린 모습밖에 볼 수 없어서 아쉬웠고

그래도 이렇게라도 본 게 어디냐, 억지로 위안을 삼기도 하면서

역시 여행은 날씨빨(?)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이 곳은 베기스(Weggis)라는 마을

 

아래로 내려올수록 날씨가 괜찮아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기자기한 산동네 마을인데 꽤 분위기도 괜찮은 곳이었다

스위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보면 될 듯...

 

묘한 곳에 혼자 앉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가 보기에도 이런 풍경이 아름다워 보일까?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그나저나 이 고양이란 놈은 자리를 고쳐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다

하여간 고양이는 희한한 동물...

 

이제 다시 페리를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간다

 

...구름이...점점...걷혀가고 있다...ㄷㄷㄷ

오후에 리기에 올라갔다면 좋았을 걸 하며 이제야 후회해 보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아무튼 페리는 안전하게(?) 나를 다시 루체른으로 데려다주었다

 

도착했는데 오후 2시가 약간 넘은 시각...

리기 산에 올라갔다가 트레킹을 하면서 내려올 계획으로 하루를 짰는데, 스케쥴이 강제로 반토막나버렸다

오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루체른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에 다녀오기로 했다

 

 

 

베른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웬 교회 하나가 떡하니 서 있었다

 

나름 멋있으라고 만든 지붕일텐데...

금이 가 있는 모습이 영 불안해서 근처에 가기 좀 꺼림직했다

 

베른의 상징 곰이 그려진 문양의 깃발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스위스 연방의사당(Bundeshaus)의 모습

여기가 스위스 수도라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난다

 

오늘은 운이 안 따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관광의 중심인 구시가지 도로 대부분이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버린 통에 도시 몰골이 상당히 흉해졌다;;

 

이제야 공사판이 안 보이는구나 ㅠㅠ

베른의 유명한 시계탑(Zytglogge Bern)이 눈 앞에 보인다

 

베른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이런 조각 분수대가 여기저기에 있다는 점이다

 

각각 모양이 다르고 의미하는 바도 다르다고 한다

 

공사중인 곳에는 이렇게 보호막을 쳐 놓았다

 

높은 첨탑으로 유명한 베른 대성당(Berner Münster)의 모습

탑 위에 올라가 도시 전망을 구경해보았다

 

아주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오후에는 그래도 여행하기에 크게 무리없는 날씨가 되었다

 

베른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갈색 지붕

 

동유럽 국가들의 전형적인 오렌지빛 지붕에 비해 다소 우중충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나...

날씨 탓도 있는 것 같고, 베른 구시가지의 모습은 기대보다 상당히 멋있었다

 

다른 건물에 비해 확실히 눈에 띄는 시계탑

도시 규모가 확장되기 전에는 저 시계탑이 도시의 서쪽 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내려와서 걷다가 또 다른 분수대를 발견~

 

베른의 상징은 역시 곰!

곰 공원(BärenPark)이란 곳이 있어서 가 보았는데... 그냥 이게 다였다

 

 

그냥 곰 몇마리 풀어놓고 키우는 게 전부였던 곳...

너무 자유로워 보여서 탈출하는 건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

 

마지막 목적지, 장미 공원(Rosengarten)

 

넓은 정원과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 공원인데... 굳이 여기에 오는 이유는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전망 때문이라고 하는데...

 

보다시피 전망은 대성당 첨탑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광을 마치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베른에서 생맥주가 맛있다는 Altes Tramdepot에 들어가서 일단 맥주를 시켰다

 

한 입 마셔보는데, 오오 아주 훌륭하다

오늘 하루의 모든 불만들이 이 한 모금에 씻겨져 내린다

 

저런 저장고도 있는 걸 보니 맥주 하나는 제대로 만드는 모양!

 

베른 지방의 전통 요리라는 베르너 플라테(Berner Platte)

햄, 소시지,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끓여서 감자 등과 곁들여 먹는 요리인데

그다지 양념이나 향신료를 많이 첨가하지 않아서 먹기에 부담없고 좋다

 

다만 이게 왜 5만원이나 하는지, 스위스에 온지 꽤 됐지만 아직도 적응하기 어렵다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리기에서 삽질을 하긴 했지만 오후 베른 일정은 꽤나 빠듯해서 상당히 피곤한 하루였다

 

도심가 바로 뒷편으로 설산이 떡하니 서 있는 비현실적인 모습

스위스는 이런 걸 보러 오는 곳이 아니었던가!

 

카펠 다리에도 어느덧 조명이 밝혀지기 시작하고...

 

그 뒤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모습은 역시 압권이다!

 

 

 

밤에 보니 더 멋있는 카펠 다리

그렇게 짤막한 루체른 야경 투어를 마치며

여행 내내 비교적 괜찮았던 날씨가 왜 스위스에 와서는 이렇게 엉망인지...

그런 생각에 영 우울해졌다

 

'스위스에서 단 하루만 날씨가 좋았으면' 하는 소망을 빌며, 루체른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담았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이 소망은 아주 정확하게(!)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