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자체도 하나의 큰 섬이지만,
주변에 바포레토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섬들이 몇 군데 있다
오늘은 무라노와 부라노를 다녀온 후 베네치아로 돌아와서 마지막 밤을 즐기기로 했다
바포레토로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무라노(Murano) 섬
베네치아 뿐 아니라 주변 섬들도 차량 통행은 불가능하고 뱃길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무라노는 유리 공예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유명세를 타다 보니 가격대는 좀 비싼 편
물론 잘 찾아보면 적절한 가격의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네치아에 비해 건물의 색상이 다채롭고 화사한 편
하필 파란색 셔츠를 입고 온 탓에 색상이 상당히 튄다
어떤 이름모를 성당
거리에 놓인 조형물도 유리공예품
베네치아에 비해 조금은 더 여유로운 분위기
평범한 다리지만 기분 탓인지 왠지 느낌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모습
보고만 있어도 좋다
이런 곳에서 살려면 배 한 척은 필수인가보다
집집마다 배들이 주차되어 있다
아마도 무라노에선 가장 큰 성당, 산타 마리아 에 도나토 성당(Basilica dei Santi Maria e Donato)
유리 박물관(Museo Del Vetro)에 들어가보았다
사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공예품 전시관에 가까웠다
무라노에서 유리 공예를 시작하게 된 역사적 배경 등이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름 도움이 되었다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일단 맥주부터 한 잔 시킨다
해물 스파게티
정체불명의 오징어 먹물 요리까지...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다
베네치아 주변 섬을 찾는 이유는, 여유로운 분위기와 함께 이런 화사한 색감이 주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꽃 색깔조차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선택된 것 같다
무라노를 떠나기 전 마지막 셀카
등대 근처에 위치한 바포레토 선착장에서 다른 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린다
여기는 부라노(Burano) 섬
무라노와 이름이 비슷해서 상당히 헷갈리는데
마을 풍경도 상당히 흡사하기 때문에 사진만 보면 도대체 뭐가 다른건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라노가 최근에 유명해진 이유는 사실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 촬영지였기 때문~
여기서 만난 한국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유 때문에 오신거죠?"
"아, 아닙니다;;"
"에이~ 여기 온 남자는 다 아이유 때문이라던데요 ㅋㅋ"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하루 끝 발매가 2012년 5월이었는데 그 이후 부라노 여행 후기가 급증하긴 했다
그 전에는 "이런 아기자기하고 예쁜 섬이 있더라..." 정도였는데... 이제는 필수 답사 코스가 된 느낌?
아이유 팬들은 뮤직비디오에 나온 장소를 일일이 캡쳐해서 직접 밟아보기도 하던데...
소시는 해외에서 안 찍어서 다행이다
아무튼, 난 순수한(?) 목적으로 왔으니 부라노 구경을 시작해야겠다
아마 부라노에서 본 유일한 고층 건물이 저 성당일 것이다
여기도 부라노에 있는 유일한 광장이 아닐까 싶다
... 갑자기 처용가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은 역시 거짓이 아니었다
서양인들이 보기에도 진귀한 장면이었는지 많이들 쳐다본다 ㅎㅎ
부라노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꽃이 참 잘 어울리는 마을이다
아기자기한 감성 때문인지 여성 여행객의 비중이 꽤 높다
이런 데 한국인 남자가 혼자 다니고 있으니 딱 아이유 덕후로 오해받을 만도... 저는 다른 덕후라고요
이런 곳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나의 여행 방식에는 꽤 여성적인 감성이 많이 묻어있는 것 같다
그리 큰 섬은 아니다보니 어느덧 섬의 끄트머리에 이르렀다
지금도 더운데, 여름철이면 불볕더위가 작렬할테니 저런 그늘은 필수로 있어야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노래 한 번 들어보자
무라노, 그리고 부라노
베네치아만큼 볼 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수많은 관광객에 지쳐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함께 정처없이 거닐다보면
...아마 심심해서 다시 베네치아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아무튼 여긴 나에게 대단히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다시 베네치아에 와서...
너무 더워서 허겁지겁 젤라또부터 흡입했다
Grom이라는 나름 유명한 젤라또집인데 두말할 필요 없이 맛있었다
리알토 다리
어제는 밤에, 오늘은 낮에 보게 되었다
무라노와 부라노에 있다가 베네치아를 보니 확실히 분위기의 차이가 느껴진다
곤돌라 한 번 타는 게 베네치아 여행자들의 로망이긴 한데, 160유로 정도 든다 하니 홀로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사치일 뿐이다
마지막 저녁식사
이제와 생각하니 아쉬운 게, 이왕이면 마지막 식사는 근사하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이 스프도 괜찮긴 했는데...
고급 레스토랑에 가 보거나, 차라리 피자 한 판 더 먹거나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마 뭘 선택했더라도 아쉬움은 남았겠지만 말이다
정말, 정말 이제는 마지막
아쉬움에 여기저기 다녀보긴 하지만 허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시 찾아온 산 마르코 광장
베네치아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엔 여기로 올 수밖에 없긴 하다
가만 보니 광장 좌우 건물의 창문 모양이 다르다는 점을 이제서야 발견한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네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이었나보다
여기저기서 광고판을 발견했지만 시간상 관람하긴 어려울 듯 하다
베네치아에서 원없이 타본 바포레토
정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대중교통이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결국 또또 다시 산 마르코 광장
마지막 밤은 여기서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광장의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는 후기 때문이기도 하고...
베네치아 광장 명당 자리에 위치한, 극악의 가격대를 자랑하는 카페 플로리안(Caffè Florian)
저녁시간이 되니 야외에서 음악을 연주해준다
다행히 음악을 감상하는 건 무료^^
베네치아 광장의 야경
좁고 긴 형태의 광장이라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제대로 담기지가 않는다 (내가 별로 못 찍는건가...)
하지만 실제로 이 광장 한가운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웅장한 모습에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아저씨가 찍고 있는 모습은...
아마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LOVE"
이번 여행 초반부였던 빈에서 어떤 서양인 여행객을 만난 적이 있다
트램을 기다리던 중에 잠시 빈이 좋네, 프라하가 좋네, 그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여행 기간이 얼마나 되니?" - 물론 대화는 영어로 나누었다
"두 달."
"That's crazy! 왜 그렇게 오래 있어?"
"Because I LOVE Europe."
맥주광고 들여다보다가 문득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꿈만 같았던 두 달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
그 복잡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은 없을 것 같고, 그냥 한 마디로 정리하고자 한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