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지어진 도시, 베네치아(Venezia)
북유럽의 베네치아라는 스톡홀름, 독일의 베네치아라는 밤베르크와 같은 도시들을 방문한 적도 있지만
막상 가서 보면 그냥 강가에 지어진 도시일 뿐, 전혀 베네치아의 느낌은 나지 않았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도시 베네치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행의 마무리는 꼭 베네치아에서 하고 싶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베네치아 섬이 아닌 내륙쪽의 메스트레(Mestre)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베네치아에 들어갈 때마다 버스를 이용했다
다만 베네치아 안에서는 육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고, 탈 수 있는 건 오로지 배!
수상버스, 수상택시, 곤돌라 등 모든 이동을 배로 하는 재미있는 도시인데~
그 중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이다
시내버스 이용하듯 노선을 보고 골라서 타면 된다
바포레토 정류장은 이렇게 생겼다
2번 바포레토를 타고 바다 위를 쭉 달린다
어째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싶더니... 방향을 반대로 탔다;;
다행히 순환형 노선이라 좀 오래 걸릴 뿐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성당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뭔가 기묘한 조형물이 놓여 있다
베네치아의 경관을 해치는 느낌이라 좀 아쉽다...
좀 돌아가긴 했지만 어쨌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베네치아 여행 시작!
베네치아 하면 역시 이런 모습이 떠오른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의 모습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연결해주는 다리인데, 여길 건너는 죄인들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란 생각에 탄식을 내뱉었던 모습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두칼레 궁전 옆에는 돔 지붕을 가진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이 있다
로마에서 산 티셔츠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두칼레 궁전 앞에 우뚝 서 있는 두 개의 기둥
산 마르코와 산 토다로의 기둥(Colonne di San Marco e San Todaro)이라고 한다
이제 두칼레 궁전에 들어가서 내부 투어를 했다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의 통치자인 도제(Doge)의 관저로 사용되던 건물이라고 한다
베네치아의 로망, 곤돌라!
궁전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해변
여러 개의 돔을 가진 산 마르코 대성당의 모습
탄식의 다리를 직접 건너본다
감옥으로 끌려가며 탄식을 내뱉던 옛 사람들처럼, 나도 그냥 아무 이유없이 탄식을 내어 보았다
딱 봐도 여긴 감옥
그 유명한 카사노바도 이 감옥에 갇힌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궁전과 감옥 구경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성당 앞에 있는 시계탑(Torre dell'Orologio)
높이 98m의 산 마르코 종탑(Campanile di San Marco)
처음에는 등대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망대가 되었다
여기가 바로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나폴레옹이 여기를 너무 좋아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밟아보는 유럽의 마지막 광장이 되겠지...
광장에서 바라본 산 마르코 대성당
이렇게 보면 돔이 겹쳐져서 하나밖에 안 보인다
어쩌다 이런 곳에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들게 되었을까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참 희한한 도시다
이 아름다운 곳에 도착한 기념으로...
좁은 골목길과 다리로 이루어진 베네치아의 거리
여기서는 지도 보고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나가다 Barbanera라는 식당이 괜찮아보여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징어먹물 스파게티와 맥주
예전에 스페인에서 오징어먹물 빠에야를 먹어보기도 했는데, 이 오징어먹물이 참 묘한 맛을 낸다
처음엔 좀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중독성있는 맛인 것 같다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 긴 줄은 산 마르코 종탑에 올라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약간의 기다림 끝에 종탑에 올라가보니,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진다
저 뒤편으로 보이는 조그만 섬에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Abbazia di San Giorgio Maggiore)이 있다
성당이 섬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어서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종탑에서 내려다본 산 마르코 광장
왜 그렇게들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을 하는지, 이해가 되면서 가슴 벅찬 기분이 든다
바다를 등지고 보면 그냥 육지 위에 세워진 평범한 도시 같기도 하다
다시 광장으로 내려왔다
여기 노천카페는 자리값 때문인지 정말 비싸다;;
분위기 좀 내볼까 하다가 커피 한 잔에 8유로... 이런 식이라 포기
곤돌라를 몰고 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손님이 없는지 혼자 몰고 다니네... ㅎㅎ
베네치아에서도 젤라또 한 번 먹어야지!
역시 너무나 맛있다...
뒤집힌 S자 모양으로 베네치아 섬을 가로지르는 대운하(Canal Grande)
바포레토는 쉼없이 이 대운하를 가로지르며 수많은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을 실어나른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e dell'Accademia)
티치아노를 비롯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갔는데, 여행 막판이다보니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보는둥마는둥 하다가 나왔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Basilica Santa Maria della Salute)
여기에 티치아노의 '카인과 아벨'이라는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왜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성당에 들어가보긴 했는데, 그림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없나보다... 하고 잠시 둘러보다가 나왔다
베네치아라는 독특한 도시가 만들어진 배경을 좀 찾아보았다
이 지역은 원래 갯벌이어서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었으나,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무렵 난민들이 늘어나 거주지를 확보할 필요가 생겨서 간척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같은 간척을 했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했는고 하니, 저런 나무 말뚝을 셀 수 없이 촘촘하게 바다에 박고 그것을 기틀로 삼아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인간승리! 저 옛날에 바다 위에 도시를 건설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원래의 지반이 갯벌인데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침수되는 건물이 늘어나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다 언젠가는 베네치아에 오고 싶어도 못 오게 될지도 ㅠㅠ
그런 문제가 있다고는 하나, 베네치아는 여전히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도시임에는 변함이 없다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서 이 경이로운 도시를 오랫동안 보존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발 딛는 곳마다 이런 풍경,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관광객이 정말 많은 베네치아
그렇다보니 이 도시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바포레토는 언제나 초만원 상태였다
오늘도 피자 한 판 먹어야 하니 저녁은 피자를 먹기로 한다
다양한 피자를 먹다보니 다시 기본을 느끼고 싶어서, Ae Oche라는 피자집에서 마르게리타를 주문했다
보기엔 참 밋밋해 보이는데, 도대체 이게 왜 맛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맛있다
딱 기본적인 재료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피자 맛을 낼 수 있다는 이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한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
밤에 불이 켜지니 분위기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
베네치아가 여행의 마지막이어야 했던 이유
이거면... 설명이 될까?
극도의 만족감, 극도의 아쉬움, 극도의 허탈함이 한데 어우러진 기묘한 감정 상태
베네치아의 첫 날은, 뭔가 바쁘게 돌아다닌 듯 했지만 뭘 했는지 기억이 희미한, 그런 묘한 날이었다
내일 하룻밤이 더 있긴 하지만 귀국 전날 술을 마실 순 없는 노릇이니 오늘이 사실상의 마지막 술자리(?)라고 봐야겠다
넬 신보 Escaping Gravity가 나와서 와이파이 잡고 들어보았다
노래 제목이 Ocean Of Light... 베네치아에서 듣기 딱 좋은 노래(?)였다
그렇게 술은 술대로 취하고, 나는 나대로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