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4일간은 영국의 철도를 이용하여 런던 근교 도시들을 여행하기로 했다
서울은 서울역 아니면 용산역이라 간단한데
런던은 Paddington, Euston, King's Cross, Victoria, Waterloo, Liverpool Street 등 쓸데없이 역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상당히 헷갈린다
일단 오늘 가기로 한 솔즈베리(Salisbury)에 가려면 워털루(Waterloo)역으로 가야 한다
영국 어느 역에서나 이런 식으로 생긴 전광판을 통해 운행 스케쥴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인터넷으로도 확인 가능한데, 이게 또 사이트가 여러 군데이고 철도 회사도 더럽게 많고 헷갈리게 만드는데
그냥 http://www.nationalrail.co.uk/로 가면 북아일랜드 지역을 제외한 영국 전역의 열차 운행 스케쥴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몇 번 플랫폼으로 가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주면 좋으련만 거의 10분 남겨두고 뜨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미리 정해진 스케쥴이 있을 텐데 왜 이러는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지만, 뭐 영국인들 행동을 이해하려 들면 피곤하니 포기하자
런던에서 1시간 20분 걸리는 솔즈베리로 가서 다시 스톤헨지(Stonehenge)로 가는 버스를 탔다
솔즈베리 역에서 나오면 바로 근처에서 스톤헨지행 버스와 입장권을 함께 팔고 있으니 찾아가기 어렵진 않다
스톤헨지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꼽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한데 어쨌든 내가 보는 가이드북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몇 단계에 걸쳐서 건설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단 기원전 3100년 경에 원형의 틀을 형성하는 공사를 시작하였고 500년 후 거대한 돌들을 옮겨 와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다리 놓듯이 넓적한 돌을 얹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기원전 1600년 경 돌을 또 가져와서 이것저것 더 만들고 뭐 그랬다고 함...
막상 가 보면 돌보다 사람이 더 많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이게 전부
그 시절에 어떻게 저 돌을 런던에서 상당히 먼 웨일스로부터 운반해 왔는지
어찌어찌 가져왔다 치고 저걸 왜 만든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보니 이에 대한 다양한 설이 난무하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가면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다'라는 평이 많은데 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나름대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니 방문해서 직접 본 것으로 만족...
돌무더기만 빼면 그냥 넓은 허허벌판에서 풀 뜯어먹는 양떼밖에 보이질 않는다
떠나기 전 사진 한 장 찍고~
스톤헨지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들이 잘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영어는 오래 보다보면 피곤해;;
스톤헨지 입구 쪽에 있는 이런 초가집같은 건물들은 당시 스톤헨지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거주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돌을 옮기지 않았겠느냐... 하고 추정된다고 하고
안내판을 읽어 봐도 죄다 '...그렇게 추측된다'라고만 쓰여 있으니, 지금도 스톤헨지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스톤헨지 구경을 마치고 솔즈베리로 돌아와서, 이제부터 솔즈베리를 둘러본다 (그리 볼 게 많은 동네는 아니지만)
여기서 꼭 봐야 할 곳은 솔즈베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
영국 대헌장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가 보관된 곳이기 때문에 꼭 와서 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성당 정면의 모습
성당 자체도 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여기저기 볼 만한 게 많은 편이다
이게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라고 한다
성수대의 모습
뭐 이런 것도 있고...
성당에 빠질 수 없는 스테인드 글라스
하지만 역시 이 성당의 최대 볼거리는 바로 마그나 카르타
이것도 의미를 모르고 그냥 보면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역사적인 의미는 인터넷 조금만 뒤지면 잘 나와있으니 생략하고 (사실 너무 복잡해서 요약하기가 쉽지 않아서...)
왕이 하도 개판치니깐 귀족들이 왕에게 '니 맘대로 하지 말고 여기 적힌 대로 해!' 하는 식으로 강제로 들이밀어서 칙허를 받은 문서인데, 그게 현재는 영국 헌법과 민주주의의 토대로 추앙받는 위대한 보물이 된, 뭐 그런 식으로 나는 이해했다
당시에는 여러 사본을 찍어내서 영국 전역에 보관하였으나 현재 남은 것은 4점 뿐이라고 한다
이런 것도 있던데 뭔진 잘 모르겠다
이 정도로 성당 구경은 마치고 밖으로~
솔즈베리는 대성당 말고는 별로 흥미가 생기는 곳이 없어서, 그냥 여기저기 거리 구경이나 해 보기로 했다
점심은 이런 가게가 보이길래 대충 버거 하나 사서 때웠다
조그마한 강이 흐르는 작고 아담한 도시를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는 재미
이게 한두시간은 재미가 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았는데 갈 만한 곳 없을까 해서 황급히 찾아보니, 한 시간 정도면 바스(Bath)라는 곳을 갈 수가 있었다
바스로 가기 위해 솔즈베리 역으로~
어디 구석에 조그맣게 쓰여있는 표지판을 제외하면 이게 역이 맞긴 한건지 알 수가 없다
바스(Bath)에 도착
저 빨간색 기호가 역이라는 표시니까 저걸 놓치지 않고 잘 보아야 한다
여기도 빨간색 이층버스가 돌아다니네
그다지 크지 않은 조용한 도시 느낌이었다
여기는 바스 사원(Bath Abbey)
역사도 오래되고 유명한 곳이라는데 나는 별 재미가 없어서 대충 보고 나옴;;
바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로마 시절의 목욕탕 Roman Baths
로마 제국이 워낙 거대한 국가였기 때문에 유럽 여러 곳에서 로마 시대의 목욕탕을 볼 수 있긴 한데
그 중에서도 바스의 목욕탕이 가장 보존이 잘 된 편이라고 한다
일단 도시 이름이 Bath... 목욕탕이라는 뜻의 bath라는 단어의 어원은 이 도시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물을 공급했다는 모형이 있다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형도 있고
로마 시대엔 이 목욕탕을 Aquae Sulis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모양이다
욕탕 뿐 아니라 로마 시대의 다양한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형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자상함까지...
전시된 유적들만 둘러보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납판에 끄적거린 낙서처럼 보이는 이것은 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고 한다
이 돌무더기가 옛날엔 이런 곳이었다는 걸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욕탕에서 발견된 동전들... 많기도 하다
지금도 따뜻한 물이 콸콸콸 흘러들고 있는 로마 목욕탕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의 탕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미용이나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하니 새삼 신기하다
사진 찍기 가장 좋은 곳, 야외의 노천 대욕탕
주변 관광객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하나 찍고 나서 로마 목욕탕 관람을 마쳤다
여기도 길거리에서 뻘짓(?)하는 사람들 참 많다 ㅎㅎㅎ
바스에서도 여기저기 거리 구경을 좀 해 보았다
펄트니 다리(Pulteney Bridge)라는 곳인데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이 뛰어내려 자살하는 장면이 여기에서 촬영되었다
다리에서 뛰어내릴 때 바라본 모습은 이런 것이었겠지
영화 때문에 제법 유명세를 떨친 건진 모르겠지만 이 주변엔 구경하는 사람이 유독 많은 느낌이었다
별 생각도 계획도 없는 거리 산책을 계속한다
그러다가 바스에서 유명한 Sally Lunn's라는 카페에 가서 간식 겸 차 한 잔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ally Lunn Bun이라는 빵과 크림티를 먹었다
너무 유명한 곳에 가면 실망하는 경우도 제법 있긴 하지만... 여기는 정말 맛있었다^^
영국식 과자 fudge도 지나가면서 하나 구입~
이건 그냥 무지무지하게 달다. 설탕 덩어리를 씹어먹는 느낌이랄까?
어찌 하다보니 솔즈베리와 바스까지 하루에 다 돌게 되었다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 미리 예약해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품위있는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영국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Savoy Grill
Savoy Hotel 안에 위치한 곳이다
이런 차를 타는 사람이 오는 곳이란 말인가... 괜히 위축되는 느낌이 살짝 있긴 하지만 뭐 어때! 당당하게 들어간다
들어가니 손님 응대부터가 아주 깍듯하고 격식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식전 빵과 물이 세팅된 모습... (water 어쩌고 하길래 달라고 했더니 저게 Llanyllyr라는 4.50파운드짜리 고급 물...ㄷㄷㄷ)
전날 먹은 술 때문인지 살짝 해장을 하고 싶어졌다
영국인들은 Bloody Mary라는 칵테일로 해장을 한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어서 주문해 보았다
토마토 쥬스와 보드카를 섞은 칵테일이라는데 후추 맛도 좀 느껴졌다
이걸로 해장을 한다니... 하여간 영국인들은 이해하려고 들면 안 된다. 그냥 포기해야지...
전채요리로 주문한 개구리 다리로 만든 fricassée, 그러니까 스튜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도 먹어보지 않은 개구리를 여기서 먹네? 근데 맛있어?
메인은 등심 스테이크!
medium으로 시켰는데 예상보다 많이 익혀져서 나왔다
칼질 딱 하면 핏물이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느낌을 원했는데 식감이 좀 퍽퍽해서 아쉬웠지만 고기 맛 자체는 수준급~
맛있게 먹긴 했는데... 사실 좀 비싼 곳이다...
슬슬 나가볼까 하던 찰나에 종업원이 와서 아주 깍듯한 말투로 디저트를 강력하게 추천해준다
"오늘의 스페셜 디저트 밀푀유가 있는데 이거 킹왕짱이야! 꼭 먹어봐!"라는데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질러버렸다...
그 종업원의 확신에 찬 추천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였다
안 그래도 비싼데 이건 또 얼마짜린지 하는 걱정은 접어두기로 하자. 뭐 이왕 지르기로 한 거 즐겁게 먹고 가야지!
이건 다행히(?) 돈 안 받고 주는 마지막 주전부리
하지만 워낙 배가 부르기도 했고, 이건 너무 달아서 남기고 나왔다
이렇게 다 먹고 나서 나온 금액은 80파운드 ㅋㅋㅋㅋㅋㅋ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비싼 편이긴 한데, 형편없는 음식도 레스토랑에 가면 20파운드씩 받아먹는 영국이란 나라에서 이 정도의 친절한 서비스와 고급스러운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납득할 만한 금액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일반적인 한국 기준으로 비싼 거지 서울 물가로 따지면 더 나오면 더 나왔지 덜 나오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