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야구 여행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홈 구장인 코메리카 파크(Comerica Park)로 떠난다
일단 디트로이트와 국경을 맞닿고 있는 캐나다의 윈저에서 가볍게 아침 산책을 나섰다
여기는 윈저, 창문 밖으로 바로 그 악명높은 디트로이트가 보인다
조식은 딱히 먹을 것도 없고 맛도 없고...
숙소 근처에 산책로도 있고 걷기 좋을 것 같아서 잠깐 둘러보았다
이 지역은 디트로이트 강을 기준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나뉜다
강 건너편 디트로이트는 소문대로 분위기가 음침해보인다
이 곳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 6.25전쟁에 참전한 캐나다인들에 대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한국전쟁에 대한 추모비를 따로 이렇게 마련해두기도 했다
이것도 Pray for peace라는 글귀가 적힌 추모 목적의 조형물인 것 같다
산책하러 왔다가 괜시리 숙연해지는, 그런 분위기의 아침이었다
윈저 구경은 짧게 끝내고 이제 야구장을 향해 출발!
국경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터널 하나만 건너면 디트로이트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게 간단할 것 같아서 윈저까지 오게 된 것인데...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은 국경 심사가 간편하게 끝나지만 외국인은 약간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국경에서 심사하는 직원들이 매우 불친절하고 무례하다
(후에 찾아보니 미국 육로 국경이 원래 그런 편이고, 특히 이 동네가 심하다고 악명이 높더라)
뭐 어쨌든 디트로이트에 도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직원들 태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기분은 살짝 잡쳤다
피플 무버(People Mover)라는 무인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경기장으로 향한다
인적이 전혀 없어서 살짝 무섭더라...
진땀을 흘리며 코메리카 파크(Comerica Park)에 도착!
다행히 경기장 근처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아, 벌써부터 분위기 너무 좋다
죄송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경기장 외부 모습은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 약간 난다
실제로 놀이기구도 약간 있다
디트로이트에 오게 된 이유, 내가 좋아하는 미구엘 카브레라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말았기에 만날 수는 없었다 ㅠㅠ
이 날은 과거 디트로이트에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도 함께 경험했던 잭 모리스의 영구결번식이 있었다
선착순으로 유니폼 증정하는 행사가 오늘도 있었지만 망할 놈의 국경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바람에 실패...
그래도 한 시간 쯤 먼저 도착했던 것 같다
코메리카 파크는 2000년 개장된 곳이라 비교적 깔끔하고 좌석 배치도 야구 보기에 편리하게 이루어져 있다
야구 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맥주
그리고 리틀 시저스의 창립자이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전 구단주였던 일리치 옹을 추모하는 의미로 피자 한 조각.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 말년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지만 우승을 놓치고, 지금은 애매한 전력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결국 우승을 못 보고 2017년 돌아가셨다고... (NHL 팀인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의 구단주이기도 했고, 거기서 우승을 경험하긴 했다)
어쨌든 오늘의 주인공은 잭 모리스!
내가 야구 보던 시절보다 앞선 시대에 활동하던 분이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1955년생, 1994년 은퇴)
찾아보니 1977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하여 1990년까지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1984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이후 1991년 미네소타, 1992~93년 토론토에서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행운도 따른 선수
특히 91년에는 월드시리즈 완봉승 경력도 있어서 빅 게임 피쳐 이미지가 있는 듯 하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13경기 7승 4패 3.80, 정규시즌 성적은 254승 186패 3.90이니 딱히 가을에 강한 것도 아닌데...
일단 오늘의 행사는 명예의 전당 입성 기념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영구 결번을 시켜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성적으로 보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임팩트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고, 실제로도 기자단 투표에서는 명전행 실패!
하지만 베테랑 위원회라는 것이 있어서 기자단 투표에서 탈락한 명전 후보 중에서 심사를 통해 합격시켜주기도 한다
이 선수도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된, 어찌 보면 선수 경력 내내 행운이 가득한 느낌이 강하다
(실제 활약상을 본 적이 없어서 데이터에만 의존하여 판단한 결과이니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이런저런 선물을 준비해서 증정하는 모습
그리고 행사의 마무리로 외야 벽에 새겨진 새로운 영구결번의 탄생을 공개하며 은퇴식은 막을 내렸다
행사는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경기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기존 영구결번 선배들(?)의 아랫줄에 자리잡은 47번 잭 모리스
가만 보다가 "타이 콥이 영구결번이 아니야?"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사실 그 당시엔 등번호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
어쩐지 덥더라니, 화씨 80도의 무더위가 내리쬐는 날이었다
...가만, 섭씨 26.7도가 무더위라고?
드디어 경기 시작!
모리스 할배는 시구까지 직접 던지는 노익장을 발휘하셨다
삐융~ 나이는 속일 수 없나보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이제 퇴근하시는 중
오늘의 선발은 매튜 보이드
상대팀 미네소타 트윈스 선발은 콜 스튜어트
오늘도 매치업은 그냥 그렇다
다저스에서 건너간 포사이드가 미네소타 1번타자로 등장
승패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경기도 약간 루즈해서 중간에 경기장을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
어느 방향에서도 경기장 시야가 확보되는 형태의 구장
한국에서도 최근 지어진 구장은 이런 구조를 적용시키고 있다
외야 쪽에 있는 과거 유명 선수들의 동상
불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타이 콥 앞에서는 사진도 찍어보고...
외야에서도 하나 찍어보고...
잭 모리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축하하는 동판
어쨌든 이렇게 늦게나마 들어가게 되었으니 선수 입장에서는 참 기쁜 날일 것이다
득점 장면
외야 중앙의 분수대에서 물이 뿜어져나오는 것이 이 구장의 특징인가보다
어느덧 경기는 후반으로~
디트로이트의 고질적 불안이었던 불펜 문제!
오늘은 셰인 그린이 4:2의 리드를 과연 잘 막아줄지...
조 마우어까지 대타로 등장했지만 결국 오늘 경기는 디트로이트의 승리로 끝났다
아무래도 홈팀이 승리해야 집에 돌아가는 분위기가 편안하고 즐거워진다
Tigers Win!
한국의 타이거즈도 앞으로 더욱 기운내길 기대해본다
디트로이트 국경과는 달리 윈저로 돌아오는 국경 심사는 간결하고 직원들의 태도도 훨씬 호의적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캐나다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뭘 먹을지 구글링을 해 보니 윈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꽤 괜찮다고 해서
Spago라는 곳을 찾아가보았다
하여간 이 나라는 식전 빵이 참 크다
전채 요리도 양이 참 푸짐하고...
사실 파스타가 먹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파스타는 약간 남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