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카고-보스턴-뉴욕으로 이어지는 미국 여행을 위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토론토 공항에서 시카고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했는데, 특이하게 미국 입국 심사를 출발지인 토론토에서 받더라
시카고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20분 정도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만 놔두고 서둘러 찾아간 곳은 바로 시카고 컵스의 홈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
1914년 개장된,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구장인 리글리 필드
(첫 번째는? 물론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
야구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이 곳에 발을 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다
입구 근처에 보이는 저 건물에는 컵스 스토어가 있어서, 경기장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각종 컵스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경기 시작은 오후 1시 20분, 아직 두 시간도 더 남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 이유는
오늘의 이벤트인 선착순 1만명 버블헤드 증정 행사 때문!
구장 입구 근처에는 50~60년대 팀 간판스타였던 어니 뱅크스(Ernie Banks)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였던 재키 로빈슨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던 시기에 활약했던 흑인 선수
그래서 데뷔 무렵에는 야유도 받고, 경기장 안팎에서 이런저런 반칙과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유격수임에도 불구하고 홈런을 40개씩 쳐내는 등 독보적인 타격 재능을 토대로 팀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통산 512홈런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1971년을 끝으로 은퇴,
당연하게도 명예의 전당 첫 턴 입성 및 컵스 첫 영구결번 선수로 기록되었다
기다리다 보니 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드디어 경기장 입장!
야구 보기 좋은 자리를 잘 고른 것 같다
그리고 버블헤드 획득도 성공...
선착순 만 명과 2만 명은 느낌이 약간 달라서, 만 명은 일찍부터 기다리면서도 약간 조마조마한 느낌이 든다
오늘의 주인공은 선발투수 카일 헨드릭스(Kyle Hendricks)
일찍 경기장에 오면 선수들 몸 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통제선 안쪽에 한해 그라운드 레벨까지도 들어갈 수 있는 모양
오늘의 상대팀은 밀워키 브루어스
당시 지구 1,2위를 다투는 팀들이어서 상당히 중요한 경기였다
컵스가 워낙 인기가 있다보니, 외야 뒤쪽 건물 옥상에까지 건물 주인이 관중석을 설치해서 저 자리를 판다고 한다
특히 포스트시즌이라도 하는 날엔 저쪽 자리조차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심심하니 매점 구경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는 치킨~
외야 쪽을 둘러보니 역대 팀 소속 유명 선수들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예전 선수들인지 아는 이름이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렉 매덕스 정도나 알아보겠네... 라인 샌드버그도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타석에서 외야 담장까지의 거리 400피트를 뜻하는 숫자 '400'
리글리 필드에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기념품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올 때마다 "나 처음 왔어요~" 하고 받아가도 상관없는 시스템이긴 한데, 또 오기도 힘들거니와 그러면 의미가 없지
다시 경기장으로!
오늘의 양 팀 라인업이 공개되었다
선발투수 주니어 게라 vs 카일 헨드릭스
버블헤드 주인공이 선발 등판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 그게 오늘 이루어졌다
펜웨이 파크와 마찬가지로 구장의 심볼과도 같은 수동 전광판이 눈에 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경기장만이 부릴 수 있는 고집이 아닐까?
한국에서만 애국가를 부르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도 경기 전에 항상 미국 국가를 부르는 순서가 있다
낙하산까지 동원하며 요란하게도 부르네...ㅎㅎ
경기가 시작되었다
과거 3년간 NC 다이노스에서 맹활약하여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에릭 테임즈
장타력은 여전하지만 좌투수 상대 약점이 두드러지며 출전 횟수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
나름대로 실시간에 가깝게 수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전광판의 위엄
입장 관중 수도 계속 업데이트해서 보여준다
일찍 도착해서 한산했던 경기장은 이제 거의 가득 찬 상황
초반부터 상대 선발을 공략하여 7:2로 리드하며 쉽게 승리하는 듯 했으나 7회에 위기가 찾아왔다
선발 헨드릭스가 주자를 내보내기 시작하자 불펜 투수가 등판, 줄 점수는 다 주고 7:4로 어영부영 막았다;;
7회말에 1점을 더 추가, 그 위기 이후에는 꾸역꾸역 어찌 막아내며 8:4로 승리!
덩실덩실~ 홈 팬들은 축제의 노래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Go, Cubs go!"가 반복되는 신나는 응원가
하여간 홈 팀이 이겨야 분위기가 흥겨워진다
오늘의 경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외부 전광판에도 당당하게 새겨진 컵스 윈!
이런 역사적인 경기장에 발을 딛을 수 있어서 정말 감격스러운 하루
나에게는 단지 한 경기가 아닌, 야구의 역사와 더 나아가 미국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