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5 USA

MLB 직관 (2) St. Louis Cardinals / 250329

lsgwin 2025. 4. 20. 22:29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을 확인했다

 

보슬비가 내리긴 하지만 경기를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일기예보에도 오전 중에 그칠 것으로 나온다

 

힐튼 세인트루이스 앳 더 볼파크 호텔의 이그제큐티브 룸을 이용하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공식 사이트에는 조식과 저녁시간 다과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어제 저녁에 보니 음료 냉장고만 있고 아무 음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당황했다;;

혹시나 하고 아침부터 확인해보았는데 조식은 정상적으로 제공중이었다

 

가짓수가 많진 않아도 퀄리티는 제법 괜찮다

저녁시간 운영은 이제 중단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잊어버렸네...

 

식비가 많이 비싼 나라이고 특히 야구장 물가는 황당할 정도이기 때문에, 이럴 때 든든히 먹어두는 게 좋다

 

커피도 스타벅스로 넉넉하게 준비된 모습~

은근 미국 호텔들이 객실 생수 제공에 야박한 편인데, 여기서 마음껏 꺼내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방으로 돌아와서 야구장 가방을 준비했다

미국 야구장은 가방 반입 규정이 쓸데없이 까다롭다!

상당수의 구장에서는 작은 클러치 정도나 저런 투명한 가방만 허용하고 있어서, 여행자 모드로 바리바리 싸 들고 가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대비하는 게 좋다

각 구단 홈페이지에 bag policy에 관한 공지가 있으니 미리 찾아보면 된다

 

창 밖으로 동태를 살피다가 출동~

어제도 다녀왔던 카디널스 홈 구장 부시 스타디움(Busch Stadium)이다

 

경기를 기다리며 셀카

 

보도블럭도 그냥 깔아놓은 게 아니라,

 

팀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기록해두었다

첫 트리플크라운 타자, 첫 노히터, 첫 우승 이런 것들...

 

버블헤드 나눠주는 날이라 일찍부터 3루측 게이트에서 오픈 시간에 맞춰서 기다렸다

근데 주인공이 인기가 별로 없어서인지, 카디널스 자체가 요즘 시들시들해서 그런지 줄이 너무 널널하다

어쨌든 선착순 15,000명 버블헤드 받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테니 안심되긴 한다

 

알렉 벌레슨(Alec Burleson)의 버블헤드를 받았다

개막전 카 퍼레이드를 즐기는 컨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도 꼭 오고 싶었던 구장이어서 입장하는 순간부터 너무 기대가 되었다

 

경기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찍 들어와야 붐비기 전에 수월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실시간 스코어보드인 줄 알고 확인해봤는데 그냥 컨셉만 잡은 곳이었다;;

 

막상 저 흰 라인은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옛 구장의 파울 라인을 표시해놓았다고 한다

이런 거 깨알같이 챙기는 건 미국이 참 잘한단 말이지...

 

크래프트 비어 파는 곳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부시 스타디움이니까 버드와이저로 가 보자

 

버드와이저는 많이 마셔봤으니까 못 보던 미켈롭 울트라라는 녀석을 마셔보았다

안 그래도 밍밍한 미국 맥주인데, light란 말이 붙어있으면 사실상 탄산수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

농담 아니라 탄산수에 증류주 살짝 섞으면 이 맛일 것 같다

이걸 18달러 주고 마셔야 한다니... 이 이후로 야구장에서 맥주 사는 게 좀 망설여졌다

 

비가 그쳐가는 중이라 방수포도 반쯤 걷은 상황

 

영구결번들의 사진까지 붙여놓는 건 좀 멋있었다

 

구장명에 집어넣지 못한 한을 풀고 싶었는지 여기저기 버드와이저가 가득하다

안호이저 부시에서 처음 카디널스를 인수했을 때 구장 이름을 '버드와이저 스타디움'으로 바꾸고 싶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MLB측의 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부시 스타디움이 되었다고...

 

응?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자 부랴부랴 방수포를 다시 꺼낸다

 

잠깐 내리다 말 분위기긴 하지만 그래도 괜히 불안해진다

 

비도 피할 겸 잠깐 Authentics Shop이란 곳에 들어갔다

실제 경기에 사용된 물건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사인볼도 돈 주고 구매할 수 있는데, 가격이 무척 사악하다

 

이런 거 사는 사람도 있을까 싶다

 

배트는 좀 욕심나긴 한다

미국에 살고 있었으면 관심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진짜... 사는 사람이 있을까? ㅎㅎ

 

오후 1시 경기라 여기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나초 가게가 사람이 제일 많아보였다

El Birdos는 홍관조가 팀의 이름이자 상징인 카디널스의 스페인어 별명이기도 하다

 

야구장 음식들은 셀프로 토핑 올리는 공간이 따로 있으니까 듬뿍 담아와야 그나마 돈 값을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담았는데 올리브라도 좀 더 가져왔어야 했어...

어쨌든 맛은 꽤 괜찮았다

 

오늘 버블헤드의 주인공인 알렉 벌레슨이 그의 아내와 시구를 담당했다

F : 어머, 아주 로맨틱한 이벤트야!

T : 사랑이 출루를 시켜주진 않아...

20홈런을 치는 장타력을 가진 선수이지만 선구안은 개선이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제 세인트루이스 타선에 남은 유일한 스타급 선수인 아레나도

수비력은 아직까지 괜찮지만 타격 생산성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과연 반등할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

나도 나이를 들어가서 그런지 이런 베테랑 선수들이 최대한 오래 기량을 유지하면서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오늘의 미국 국가 연주는 학생 합창단이 맡았다

맨날 초대가수 불러서 지루한 애드립으로 국가 늘어지게 부르는 게 지겹던 차에 상당히 신선하게 들렸다

 

신시내티 구장에서도 이 정도 위치에 앉았는데, 단지 가격이 싸기 때문이었다 ㅎㅎ

 

오늘 선발투수는 KBO 팬들에게도 익숙한 에릭 페디(Eric Fedde)!

2023 시즌 NC 다이노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1년만에 메이저에 복귀해 성적도 우수했던 선수다

 

상대팀 미네소타에서는 조 라이언(Joe Ryan)이 나선다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닌 구속에 비해 삼진을 꽤 잘 잡고, 제구력이 매우 우수해서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될 것 같다

 

한 때 '건강하면 트라웃'이라 불렸던 벅스턴

거의 매 시즌 절반 정도는 결장하는 절망적인 내구성을 지닌 선수...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내구성이 떨어지는 선수는 신뢰하지 않는다

야구 선수가 한 시즌의 반을 누워있는데 뭘로 평가를 하라고 ㅎㅎ

 

구장마다 스크린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이 부시 스타디움은 스탯도 상세하게 보여주는데다 여러가지 상황의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점이 매우 인상깊었다

 

타자 스탯을 3줄에 걸쳐 보여주는 구장은 다른 곳에도 있다

 

각 투구마다 수평, 수직 무브먼트를 곧바로 보여주는 시스템도 다른 팀에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걸 다 해주는 구장은 여기 말고는 아직까지 못 본 것 같다

 

고해상도의 대형 스크린에 통계분석 데이터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구장 자체의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상당히 중요하다

세인트루이스의 두 랜드마크를 이렇게 잘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날이 흐려서 아쉽긴 하지만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저기 고층 건물 테라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다

 

좌석 열번호 위에 깨알같이 집어넣은 홍관조 ㅎㅎ

 

주말 경기에 버블헤드 주는 날인데도 빈 자리가 많다 싶더라니...

오늘 관중 수는 카디널스 치고 부진한 3만명 정도였다

매년 관중 동원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이었지만, 현재 구단 운영진은 팀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이고, 올 시즌 라인업은 NL 중부지구에서 경쟁력이 부족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로 충성스럽기로 유명한 카디널스 팬들조차 어느 정도 등을 돌린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상대팀 미네소타의 상태도 영 헤롱헤롱한 편이라, 오늘 경기는 무난하게 잡아가는 중이다

특히 라스 눗바의 타격감이 상당히 좋아보였다

딱딱 맞아나가는 타구음이 아주 경쾌하고 6회말에는 2타점 적시타도 날려서 아마 오늘 경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지 않을까 예상되는 중이다

 

아니 그런 선수한테 왜 야유를 하지? 싶은 오해를 잠시 했는데

사실 눗바(Nootbaar)를 응원하는 누~~~~~~~ 소리였다 ㅎㅎ

이 단순한 미국인들은 이름에 'oo'가 들어가기만 하면 이런 응원을 한다 (ex. Mookie Betts)

 

8회말 공격, 3점차 리드중이니 마무리 헬슬리가 준비중이고, 보통 투수(?) 메이튼도 함께 준비중이다

이런 정보까지도 불펜 위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불펜이 잘 보이는 구장이라 이런 재미도 있다

 

만국 공통의 응원법, 파도타기!

 

오늘 팀 10안타 중 9개가 하드 힛(hard hit)

타구음이 경쾌하다는 나의 느낌을 아주 T스럽게 증명해주는 모습이다

 

8회말에 점수를 추가해서 4점차가 되자 은근슬쩍 헬슬리는 쉬러 들어간다 ㅎㅎ

오늘 경기는 메이튼이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이틀 전 카디널스 개막전 행사 모습을 보여준다

카디널스의 개막전도 상당히 유명한데, 특히 버드와이저 맥주공장의 Clydesdales라는 말들이 이끄는 그라운드 행진이 별미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세인트루이스의 독특한 개막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잠시 1:1 상황이 이어지긴 했지만 오늘 경기는 긴장감이 전혀 없다

아무래도 이 선수가 오늘 완벽하게 잠수타버린 게 큰 몫을 했다

 

신시내티에서의 불안했던 기억과는 달리 오늘 경기는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세인트루이스의 승리였다

오늘 최고의 활약을 펼친 눗바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승리 후, 역시나 팬들은 즐거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경기장 바로 맞은편에 Cardinals Nation이라는 곳이 있는데, 아무래도 카디널스 팬들의 공식 뒷풀이(?) 장소인가보다

 

흥겨운 음악과 디제잉,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카디널스 팬들은 경기가 끝나도 경기장 주변에서 노는구나...

어찌보면 이것도 충성스러운 카디널스 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모습 같다

 

나는 구석에 있는 버드와이저 브루하우스(Budweiser Brew House)에서 맥주나 한 잔 하고 가야겠다

 

작은 컵이긴 해도 6달러 정도!

야구장에서 비싸게 주고 마실 필요가 없었네...

그리고 버드와이저는 본고장에서 마신다고 딱히 맛있진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정말 가까이에 있는 힐튼 호텔의 모습

좀 오래된 곳이긴 하지만 야구장 뷰 하나는 최고로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다시 한 번 이 모습을 눈에 담는다

음... 아직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네?

참 야구 사랑이 남다른 곳이구나, 세인트루이스라는 도시는

 

오늘의 득템, 벌레슨 버블헤드

이게 뭐라고 그렇게 줄을 서서 받는건지

(줄 별로 안 섬)

 

세인트루이스 윙이라는 말도 있으니 한 번 윙을 시켜보고 싶었다

...알고보니 그건 캐나다에 있는 체인점 이름이었다

야구장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주문했는데 맛은 그냥 평범한 수준... 그래도 저 콩 수프는 상당히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