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행기로 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다
오늘은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사를 이용했다
미국 저가항공사 중에서는 가장 낫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위탁수하물이 항상 무료라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 온 이후로 채소 섭취가 부족한 것 같아 샐러드를 공항에서 사먹었다
영 맛이 없어서... 여행에서는 영양소고 뭐고 맛있는 거만 집중적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우스웨스트의 가장 특이한 부분은 좌석 지정이 불가하고 선착순이라는 점!
그렇다보니 24시간 전 온라인 체크인이 박터지는데, 체크인할 때 부여되는 번호는 좌석 번호가 아니라 입장 순서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A33이라면 A31-35라고 적힌 구역으로 가서 줄을 서면 된다... 맨 뒤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그렇게 서 있다가 탑승이 시작되면 A1부터 원하는 자리를 골라서 앉으면 된다
언제나 통로 좌석을 지정해서 타는데, 이런 특이한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가에 앉게 되었다
그래도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따라서 진행하는 구간이라 풍경은 아주 멋있었다
저가항공에 단거리 노선인데도 간단한 주전부리 정도는 준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무렵 독특한 원형 건물이 눈에 확 띄는데, 저게 아마 애플 사옥인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 공항(SFO)에서 시내까지 바트(BART)라는 전철이 다니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일단 바트 탑승하는 곳까지 셔틀 트레인으로 이동한다
바트를 타려면 클리퍼(Clipper)라는 교통카드가 필요한데, 구글 월렛을 통해 발급하면 카드 비용이 들지 않는다
NFC 방식으로 인식하니까 탑승시 NFC를 켜고 태그해야 한다
다운타운 파웰(Powell) 역까지 3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11.15였다
다운타운에서 피셔맨스 워프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아주 거대한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었다
LA의 코리아타운처럼 샌프란시스코에는 차이나타운이 아주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버스도 클리퍼 카드로 탈 수 있긴 한데, 뮤니 패스(Muni Pass) 1일권이 $5.50이라 이게 더 경제적이다
뮤니 패스는 MuniMobile이라는 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요약하면 공항가는 바트 탈 때만 클리퍼, 시내에서는 뮤니 패스를 이용하면 된다
다운타운보다 피셔맨스 워프 쪽 치안이 더 좋다고 해서,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피셔맨스 워프(San Francisco Marriott Fisherman's Wharf)에서 2박을 했다
메리어트니까 기본은 하겠지 하고 예약했는데, 몇 가지 희한한 정책 때문에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일단 리조트 피 개념으로 하루에 30달러씩을 받고, 이 금액을 호텔 내 시설에서 이용하게 한다
조식 말고 쓸 곳이 없어 보여서 조식을 먹긴 했는데 이게 30달러를 넘으니 결국 돈을 더 쓰게 된다
그리고 체크아웃 이후 짐 보관을 안 해준다...
이런 요상한 고무 보틀을 주는데, 이걸로 정수기에서 물을 담아 마시라고 한다
뭐... 미국에선 물 안 주는 호텔도 많으니까 이 정도는 그러려니 했다
이제부터 피셔맨스 워프 구경을 시작한다
바다사자로 유명한 Pier 39까지 걸어가는 중
피어 39(Pier 39) 도착!
미국 관광지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으로 꾸며놓았다
점심을 먹으러 부댕 베이커리(Boudin Bakery)로 갔다
기본적으로는 빵집 겸 카페인데 클램 차우더로 유명하다고 한다
사워도우 빵에 담아서 주는 게 특징
클램 차우더도 맛있긴 했지만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사워도우 빵이 정말 훌륭했다
피어 39에 온 목적은 당연히 바다사자!
피부가 윤기나는 게 아주 좋아 보인다
너무 평화롭고, 너무 시끄럽다 ㅎㅎ
공존하기 힘든 단어인데, 여기에서는 둘 모두 맞는 말이다
맨몸으로 부두에 올라가는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ㅎㅎ
코어 힘이 상당히 좋아야 할 것 같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녀석들도 많고, 서로 몸을 부비대면서 모여있는 모습이 아주 귀엽다
날씨도 좋고 바다사자를 많이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따로 떨어진 아이들도 보인다 ㅎㅎ
다음 목적지는 금문교 방문자 센터(Golden Gate Bridge Welcome Center)
금문교 전망을 볼 수 있고 직접 건너가볼 수도 있다
금문교는 케이블에 의해 지지되는 현수교인데, 그 케이블의 굵기가 이렇게 어마어마하다
사진이 자꾸 흔들려서 내 눈에 문제가 있나 잠시 걱정했는데, 연도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었다
금문교 뷰포인트는 여러 곳이 있는데, 여기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가장 편한 곳이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이렇게 다리가 잘 보인다
바닷가이다보니 안개낀 날도 많다고 한다
이 사진 하나면 샌프란시스코 다녀왔다고 할 만 하지... ㅎㅎ
여기까지 왔으니 다리를 건너봐야겠다
날이 좋긴 한데 바람이 많이 불고 차도 많이 다녀서 다리의 흔들림이 상당히 느껴졌다
그 와중에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정말 일품!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덜덜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저기 보이는 섬이 바로 유명한 감옥이 있던 알카트라즈
내일 방문할 예정이다
다리가 계속 흔들려서 불안하긴 했지만... 굵은 케이블을 믿고 계속 간다
한참을 건너다 보니 저 멀리 시내 전망이 보인다
끝까지 건너려면 30분 정도 걸리는 아주 거대한 다리
다리를 건너면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 마린 카운티에 접어들게 된다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소살리토가 이 카운티에 있다
굳이 끝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갔다
너무 흔들려서 정신없기도 하고, 차량 통행이 너무 많아 매연 냄새가 극심했다
그 여파였는지 다음 날부터 목감기에 걸렸다...
다리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왔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케이블카가 보인다
이 도시에서 케이블카는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노면 위를 지나다니는 저런 옛스러운 전차를 말한다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타서 지연되는 경우가 많으니, 교통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재미삼아 한 번 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보던 꼬불꼬불 도로,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
유명 관광지여서 와 보긴 했는데, 여긴 직접 봐도 큰 감흥은 없었다
오늘의 관광은 이 정도로 마치고 마지막 목적지로 이동~
오늘 여행도 결국엔 야구로 끝난다
이정후가 활약중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an Francisco Giants)를 빼 놓을 수가 없지!
오늘도 버블헤드 데이여서 일찍부터 줄이 길었다
오늘은 선착순 15,000명만 주기 때문에 이런 날은 늦게 오면 받기 어렵다
팀 최고의 레전드 윌리 메이스(Willie Mays)의 동상이 입구에 놓여 있다
팀을 넘어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도 손색이 없는 위대한 선수였는데, 보통 베이브 루스에 이어 역대 2위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통산 660홈런, 3293안타, 신인왕, MVP 2회 같은 기록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중견수로 골드글러브를 무려 12회나 수상할 정도로 최고의 수비력을 겸비했고 통산 도루도 339개나 기록한 그야말로 만능 5툴 타자였다
2000년 개장한 홈 구장 오라클 파크(Oracle Park)
올드 팬들에겐 3회 우승, 배리 본즈의 홈런쇼 등을 함께한 AT&T 파크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월드시리즈 8회 우승을 게이트 정면에 동판으로 기념하고 있다
영혼의 라이벌인 다저스도 작년에 8번째 우승으로 기어코 동률을 맞췄는데, 양키스-레드삭스, 컵스-카디널스와 함께 MLB 3대 라이벌로 꼽히는 두 팀 간에는 비슷한 역사가 참 많다
두 팀은 뉴욕 자이언츠와 브루클린 다저스로 함께 뉴욕에 있다가, 1958년에 함께 서부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뉴욕 시절에는 자이언츠의 우승이 5회로 다저스의 1회를 압도했지만, 이전한 후로는 다저스가 야금야금 우승을 추가하며 1988년 6번째 우승으로 앞서가게 된다
그러다가 2010년, 자이언츠는 56년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2012년과 2014년 우승까지 추가하며 다시 8회 우승으로 앞서나갔고, 앞서 말했듯 다저스도 작년 우승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뉴욕 양키스에게 최고의 우승 도우미이기도 하다
다저스는 8번, 샌프란시스코는 5번 양키스에게 패배하며 27회의 양키스 우승 중 거의 절반을 만들어주었다
경기장 내부는 우리나라에도 한 때 유행했던 노출 콘크리트 스타일이다
2000년에 지어진 구장이니 한참을 앞서갔구나...
외야 쪽으로 나가면 코앞에 바다가 나타난다
야구장에서 이런 풍경을 보다니, 알고 갔는데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스트레이키즈 콘서트도 여기서 한다고 하네
실제로 예전에 사용되었던 케이블카를 경기장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외야석 방향 게이트로 입장하는 관객들
입구부터 풍경이 범상치 않은 구장이다
자이언츠에게 아주 소중한 2010년대 3회 우승
이 때의 이미지 때문인지 자이언츠는 잠시 부진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올라올 것 같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구장 최고의 맛집으로 꼽히는 크레이지 크랩(Crazy Crab'z)
게살이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가 인기라고 한다
야구장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 하고 먹었는데 의외로 정말 맛있었다
태평양에서 잡은 Dungeness crab이라는데 식감이 아주 좋고 제법 신선한 맛이었다
특히 레몬이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꼭 뿌려먹어야 한다
Gilroy 갈릭 프라이도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보았다
이건 기대보단 평범했다
음료를 souvenir cup으로 주문했는데, 기념품으로 가져갈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었다
여기서는 일부러 꼭대기 정중앙 좌석을 선택했다
바로 이 끝내주는 풍경을 보기 위해!
팀 영구결번은 좌측 방면에 가지런히 배치해 놓았다
하나같이 대단한 선수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꼽자면 역시 24번 윌리 메이스와 25번 배리 본즈가 있다
본즈는 약물 의혹 때문에 한동안 보류되다가 결국 2018년에 입성했다
그래도 홈팀에서 업적을 남긴 선수를 모른척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44번 윌리 맥코비의 이름을 따서 경기장 밖에 보이는 바다의 이름을 맥코비 만(McCovey Cove)이라고 부른다
코카콜라 모양 미끄럼틀과 대형 글러브도 구장의 특징 중 하나
자이언츠 선수가 우측 방향으로 장외홈런을 날려 맥코비 만에 떨어지면 스플래시 히트(Splash Hit)라고 불린다
이 날 기준으로 105개 뿐이었고, 며칠 후 야스트렘스키가 106번째 스플래시 히트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두 선수
오늘 버블헤드의 주인공 맷 채프먼은 3루수로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
두 선수에 대한 축하 행사가 이어진다
오늘도 3번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작년 부상으로 활약이 저조해서 현지 민심이 어떨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많은 환호를 받는 모습이었다
오늘의 상대팀은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진이 아주 훌륭해서 만만치 않은 팀이다
이 구장의 우측 담장은 정말 독특하다
높이도 높은 데다가 해풍이 불어서 이 방향으로 홈런 치기가 상당히 어려운 구장이다
이정후 등장!
하지만 첫 타석은 아쉽게 아웃
해가 점점 저물어가니, 이 구장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돋보인다
이정후의 두 번째 타석
정후리! 정후리! 하는 응원이 크게 울려퍼진다
딱히 스타 선수가 없는 팀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열띤 응원을 받는 게 참 신기했다
2루타로 응원에 화답하는 이정후
확실히 작년에 비해 타석에서 적응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이정후가 출루하면 채프먼이 해결하는 경기
또 쳤다!
잘 못 보고 홈런인 줄 알았는데 원바운드로 넘어간 인정 2루타였다
밤이 되니 또 다른 모습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이정후는 3번째 안타까지 만들어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8회까지 4:1로 앞서며 무난한 흐름
4만명 넘는 관중 속에서 숙소로 돌아가려면 미리 나와있는 게 좋을테니 슬슬 준비를 했다
얘네 이 3회 우승 아니었으면 상당히 다저스한테 열등감을 느꼈을텐데, 정말 팀을 살린 우승이라고 볼 수 있다
자이언츠 승리!
잠시 승리의 분위기를 즐기고 재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과정이 순조로웠다
LA와는 달리 구장 주변에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어서 수많은 관중들의 동선이 잘 분산되는 것 같다
호텔에 코인세탁 시설이 있어서 빨래를 했다
좀 요상한 호텔이긴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맘에 드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