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패러글라이딩 하는 날!
전날 패러글라이딩 예약을 했는데, 오늘 오전 10:30에 출발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잠시 인터라켄 산책에 나섰다
인터라켄에서는 어떤 이름모를 거리를 거닐더라도 저 너머에 있는 알프스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인터라켄의 중심가라고 볼 수 있는 회헤 거리(Höheweg)
패러글라이딩하기 딱 좋은 날씨네~
(패러글라이딩은 바람의 영향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액티비티이기 때문에, 강풍이 부는 날에는 시도조차 할 수가 없다)
이 넓은 공터는 바로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난 후의 착지점!
후후...
이제 막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을 발견하였다
나도 곧 저 느낌을 만끽하게 되겠지! ^^
10시 30분이 되어, 예약했던 패러글라이딩 업체에서 나를 데리러 왔다
잠시 업체 사무소에 들러서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Run! Just run, run and run! Don't stop! OK? - 이륙할 때 겁먹지 말고 무조건 뛰기만 해라, 뜨고 난 후엔 뒤에 탄 아저씨가 알아서 해 준다...라는 내용)
그리고는 무작정 나를 봉고차에 태우더니 저 높은 산 위로 쭉쭉 올라간다
패러글라이딩은 난생 처음인지라 나름 큰 도전이라 생각하고 꽤나 겁을 많이 먹고 갔는데...
뭔가 교육이 부실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이제와서 우짜겠노;;
일단 나를 날려보내줄 아저씨를 믿고 가는 수 밖에! ㄷㄷㄷ
글라이딩 도와주는 아저씨 3명, 관광객 3명
은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소는 홀로 풀을 뜯는다
나는 홀로 하늘을 난다
출발점에 도착!
패러글라이딩과 행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본인의 출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헬멧 착용...이라기보단 헬멧을 가까스로 얹어 놓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Skull anatomy상의 이유로 나는 평생 제대로 헬멧을 써 본 적이 없다
"Sorry, but this helmet is too small for me."
"No problem!"
...
...
"Um, um..."
그 당황하던 아저씨의 말투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ㅋㅋ
"솔직히 안 써도 무방하지만, 안전 수칙상 의무적으로 착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합시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인의 영어라서 썩 잘 들리진 않았지만 대략 저 정도로 이해하였다
아무튼 장비를 착용하고 나서 이륙 준비에 나섰다
이 아저씨는 그저 Run! Run! Run!만 외칠 뿐이다
"급내리막길을 그저 달려가기만 해라, 겁먹지 말고 다리를 계속 휘저어라, 그러면 알아서 날게 된다"
이게 지시사항의 전부였고, 실제로 그랬다
이제 뛰기 직전!
그냥 뛰라길래 눈 딱 감고 계속 발을 굴렸다
내리막 정도가 아니라 거의 낭떠러지 수준인데 그냥 계속 달리랜다
그냥 뒤에 탄 아저씨 믿고 무작정 뛰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너무 자연스럽게 이륙에 성공하였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데 그다지 속도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뭐야, 싱겁잖아...' 싶을 정도였는데,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니 황홀해서 넋을 잃을 지경~
뒤에 탄 전문 조종사는 긴 막대기 끝에 카메라를 붙여놓고 사진까지 찍어준다
사진은 패러글라이딩 마친 후에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고, 비용은 4만원 정도 들었다
구매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대략 사진 15장 정도와 5분 가량의 동영상을 CD에 담아서 준다
살래 말래...하는 질문은 사실 형식적인 것이고,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사진을 구입하더라
내가 목에 매고 간 카메라로는 이런 사진을 찍었다...
여행 다니면서 참 많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하늘에서 사진을 찍은 적은 처음이었다
하늘에서 찍어본 영상~
강줄기며, 호수 하며, 어쩜 하늘 위에서 보아도 저렇게 청명한 빛깔일 수 있을까!
스위스의 대자연이란 정말 놀라웠다
'저런 거 나도 한 번 해 볼 수 있을까?'
부러워만 하던 이 경험, 정작 큰 맘 먹고 도전했는데 의외로 승차감은 기대와는 달리 너무 안락(?)했다
과장 전혀 없이 회전목마 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착륙을 하게 된다 ㅎㅎ
착륙하고 나면 이렇게 사진을 보여준다
"질러! 질러! 이래도 안 지를꺼야?" 하는 유혹의 손길... 하지만 결코 호구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다가
막상 보니 사진을 상당히 잘 찍으셨네?
그렇게 기분좋게 CD까지 구입하였다
패러글라이딩을 마치니 웬 마차가 한 대 서 있다
물론 나를 위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었는데, 괜찮은 가격이었다 (22,000원 정도)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여객선을 타고 호수 건너에 있는 툰(Thun)이라는 곳에 가 보았다
툰 호수의 끝자락에 위치한 툰이라는 곳
하늘에서 보았듯이 어쩜 이렇게 맑은 에메랄드빛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인터라켄에 비해 관광객이 적어서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저 하이힐 조형물은 뭐지... 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한 시간쯤 후에 와서 보니 사라져버렸다
뭔가 작품 전시중이었던 모양
자, 이제 저 위에 세워져 있는 툰 성(Schloss Thun)에 올라가 보자~
나름 높은 곳에 위치한 툰 성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아,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넋 놓고 잠시 감상에 빠졌다
나름 잘 찍었다고 생각해서 이 사진은 유랑 카페 2014년 캘린더 사진으로 응모해 보았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긴 한데, 당첨되지는 않았다 ㅠㅠ
내려가는 길조차 너무 멋있었던, 여기는 툰 성~
여기도 한쪽 벽은 통째로 공사중이었다...
뭐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어서 이만 내려가기로 했다
성에서 내려와서...
오늘은 더 이상 계획된 일정이 없음을 깨닫고 자유를 만끽해본다
저런 물 색깔은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닐텐데
어쩜 저런 색깔이 나올까...
베른에 이어 여기에서도 곰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네 주인은 어디 간 거니? ^^
캬... 풍경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운 곳
약간 목이 늘어난 티를 입으니, 얼굴이 꽤나 많이 탔다는 게 느껴진다... ㅠㅠ
태양이 시종일관 내리쬐는 크로아티아에 있다가 왔으니 그렇지 않았겠는가...하는 변명을 굳이 해 본다
툰 성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툰 여행은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툰 기차역의 모습
하지만 나는 기차 대신 페리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갔다
1등석 패스의 위엄으로 여객선조차 1등석으로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라켄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치즈 퐁듀를 먹어보고 싶어서 Bebbis라는 레스토랑을 방문하였다
한국인 후기를 보면 너무 짜다, 느끼하다, 입맛에 안 맞는다 등의 평이 많은데
그걸 보고 확신했다. "한국인이 맛 없다고 하는 걸 보니 이거 정말 맛있겠다!!!"
정 to the 답
어쩜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구수하고 진해서 내 입맛에 잘 맞는 치즈 퐁듀였다^^
바닥까지 쓱싹 긁어서 맛있게 먹었다~
저녁식사 후, 갑자기 날씨가 을씨년스러워졌다
이틀간의 좋은 날씨는 내겐 사치였던 모양이다
"내일은...알지? ㅋㅋㅋ" 하고 하늘이 나를 골려먹는 듯한 느낌?
인터라켄 카지노
사행성 오락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왔다면 들어갔을 거 같은데
다행히 이번 여행은 혼자라서 그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인도 꽤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행운'이 쓰여 있었다
오늘은 슈퍼에서 Quöllfrisch라는 스위스 맥주를 하나 구입했다
맛이 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