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경치 좋은 곳으로 꼽히는 아란 제도(Aran Islands)
오늘은 아란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이니시모어(Inishmore, 아일랜드어 Inis Mór)로 가는 일일 투어를 떠난다
전형적인 호스텔 스타일의 조식
어디 카페에 들어가서 이 정도로만 먹으려고 해도 이 동네에선 만원 가량은 나오기 때문에, 조식이 포함된 호스텔을 이용하면 경비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골웨이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저 문의 이름이 Browne Doorway인 모양
이 주변 광장이 Eyre Square라고 하는 골웨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니시모어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50분 정도 갔다가 페리로 갈아타서 다시 5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날씨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페리를 타고 이니시모어에 가는 중
이니시모어는 상당히 큰 섬이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무언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딱 두가지다
자전거를 타든지, 미니버스라고 불리는 봉고차(?)를 타든지...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 가려면 자전거가 좋고, 기사 아저씨가 데려다주는 대로 편하게 다니고 싶으면 미니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자전거를 못 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ㅎㅎㅎ
면적은 제법 넓은 섬이지만 인구는 800명 가량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사람 사는 집이 상당히 띄엄띄엄 있는 편이다
사람의 흔적이 많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느껴져, 평화로운 느낌의 섬이었다
이니시모어 최고의 명물, 던 앵구스(Dún Aengus)에 도착하자 미니버스가 잠시 멈춰선다
이거 하나 보려고 미니버스를 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장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구경할 시간을 2시간 가까이 준다
대충 기념품 같은 걸 파는 곳이 있다
안내소가 있는데 예상치 못한 한국어 안내문을 발견했다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없어서 어떤 여행객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저기 꼭대기에 보이는 곳이 던 앵구스
무려 20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절벽 끝에 위치한 돌 요새이다
올라가는 길에 바라보는 풍경도 참 멋지다
소박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할까...
던 앵구스에 도착했다
아침엔 비가 좀 오더니 이번엔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분다
아일랜드 쪽으로 넘어온 이후로는 날씨 운이 시종일관 좋지 않은 것 같다;;
2000년 전에 이런 섬에서 이 꼭대기까지 돌을 가져와서 요새를 쌓았다는 사실이 참 경이롭다
안전장치라고 하기엔 뭔가 어설픈...
어우... 까마득한 절벽이다
예쁘게 잘 가꾸어진 자연의 모습도 멋있지만 (ex. 스위스)
뭔가 거칠고 투박한 이런 느낌의 자연이 주는 감동이 또 있다
은근히 한국인 만나기 힘든 아일랜드에서 우연히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 사진을 하나 부탁했다
알고보니 나와 같은 호스텔에서 묵었던 분... 호스텔에서 나를 봤는데 여기서 만나니 반갑다고 하시더라
도전적인 셀카를 찍고 싶었는데... 너무 무서웠다
참 황량하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긴 한데
이게 참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Do not climb..." 민폐를 끼치는 사람은 세계 어딜 가나 있는 법
돌로만 만든 요새인데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걸 보면 그 시절에도 견고하게 쌓아올리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던 모양이다
절벽 근처로만 가도 다리가 후들거리던데, 참 용감한 사람들 많다
강풍을 온 몸으로 버텨가면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충분히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하산(?)
돌아오는 길도 참 평화롭고 맘에 든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자전거 주차장이 입구 쪽에 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여기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감자 그라탕과 샐러드
관광지 식당이라 별 기대는 안 했는데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다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기타 자잘한 관광지들을 둘러본다
여기는 Seven Churches라고 하는 곳
7개인지 세어보고 싶은 생각은 굳이 들지 않더라
길바닥에 소가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는, 여기는 이니시모어
기사 아저씨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해 준 것 같긴 한데, 딱히 인상적인 곳은 없더라
던 앵구스를 이미 본 마당에 다른 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
3시간 가량의 미니버스 투어는 끝이 나고
돌아가는 페리 탈 때까지 여기저기 정처없이 돌아다녀 보았다
어딜 가나 참 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Dún Dúchathair라는 세 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고 해서 여기를 마지막 목적지로 결정~
생각보다 꽤 걸어가야 했다
한참 동안을 계속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들어왔는데 여길 가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안내판으로는 방향이 맞긴 한데, 긴가민가 하던 중 이제 다 온 건가 하는 느낌이 슬슬 든다
여기인가보다
눈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
눈으로 보기엔 시원하고 좋은데
몸은 시원하다 못해 얼어죽을 지경
추워서 곧바로 내려갔다
도무지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조금 무서웠던 것도 살짝 있다;;
적은 수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 사는 곳이긴 하니 갖출 건 제법 갖추고 있다
우체국도 있고,
은행도 있다
Ti Joe Watty라는 펍도 있다
들어가봐야지
아일랜드산 라거 맥주 Harp
아주 지극히 평범한 라거 스타일 맥주였다
살짝 출출해서인지 맛있게 느껴지긴 했던...
슈퍼까지 있으니 그럭저럭 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다 있다고 봐도 되겠지
추위와 강풍에 맞서 싸우느라 피곤한 여행이었지만 느낌은 참 좋았던, 이니시모어에서의 짧은 하루를 마쳤다
다시 페리와 버스를 타고 골웨이로 돌아간다
저녁은 McDonagh's라는 곳에서 먹었다
테이크아웃 스타일로 피쉬 앤 칩스 등을 파는 코너가 있고, 해물 요리 위주의 레스토랑 좌석이 다른 쪽에 갖춰져 있는 형태의 식당이었다
참 맛있게 먹었던 chowder를 여기에서도 주문
여기도 진짜 맛있다! chowder는 진리인가보다
메인 디쉬로 해물 플래터를 주문했는데, 이건 뭐 야채가 반이잖아;;
먹을만 하긴 했는데 뭔가 좀 아쉬웠다
이제 호스텔로 돌아와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시청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바르셀로나가 3:1로 유벤투스를 꺾고 우승
아까 던 앵구스에서 만났던 한국인을 다시 만나서 잠시 외출을 했다
사실 초면인 사람과 뭘 하겠나, 술이나 마셔야지 ㅎㅎㅎ
Tig cóilí라는 유명한 펍으로 들어갔다
기네스 잔에 주긴 했지만 내가 고른 맥주는 Galway Hooker
페일 에일 계열인데 향이 제법 개성있고 좋았다
나의 추천이 살짝 무색하게, 동행인 입맛엔 썩 별로였던 모양이지만 에일이 원래 호불호가 강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
영국이나 아일랜드나 펍에 모여서 정신없이 떠드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
밤에도 수고하시는(?) 거리의 악사들을 잠시 구경하다가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