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먹는 호텔 조식!
앞서 말했듯 30달러를 호텔에서 써야 하기 때문에 35달러짜리 조식 부페를 선택했다
거기에 택스와 팁이 따로 붙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30달러 이상을 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강매(?)당한 느낌이긴 하지만 조식이 깔끔하게 잘 나오긴 해서, 역시 미국은 돈을 쓰면 잘 해주는구나 하고 느꼈다
쥬스와 커피 한 잔씩 달라고 했더니 커피는 주전자채로 놓고 갔다 ㅎㅎ
이거면 오늘 카페인 할당량은 채우고도 남으니 커피 한 잔 값은 아낀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크기도 작은 편이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뚜벅이 스타일로 여행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탈 것 종류도 다양해서 재미있긴 한데 이름이 약간 헷갈릴 수도 있다
이번에 이용한 건 스트리트카(Streetcar)였는데, 보통 트램이라고 부르는 작은 노면전차를 말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상당히 귀엽다
랩핑된 색깔이 다양해서 보는 재미도 있는 교통수단!
알카트라즈 섬(Alcatraz Island)으로 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피어 33에 있는 페리 터미널로 이동했다
인기 시간대에는 페리 티켓이 매진되기 때문에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예약 사이트 : https://www.cityexperiences.com/san-francisco/city-cruises/alcatraz/tour-options/)
출발 45분 전까지 오라고 안내 메일이 오긴 하는데, 티켓은 QR로 보내주기 때문에 20~30분 전에만 도착해도 충분할 것이다
미리 도착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딱히 할 건 없었다
가장 일찍 출발하는 8:40 페리에 탑승했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San Francisco – Oakland Bay Bridge), 줄여서 베이 브리지라고도 불리는 금문교보다 훨씬 긴 다리다
이름처럼 두 도시를 이어주는 다리인데... 바다 건너 오클랜드는 미국에서 막장 치안으로 손꼽히는 동네라 여행자들이 굳이 갈 이유는 없는 곳이다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오클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떠났고, MLB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도 작년을 마지막으로 떠났기 때문에 더더욱 갈 이유가 사라졌다
최악의 구장으로 손꼽히던 오클랜드 콜리세움이었지만 막상 팀이 없어져서 못 가게 되니 아쉽긴 하다
2028년부터 라스베가스 신구장에서 새롭게 출발한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가 보고 싶다
(이 다리를 보고 야구부터 떠올리다니???)
페리 진행 방향으로 오른편에 베이 브리지, 왼편에는 금문교를 볼 수 있다
어제는 저 다리가 그렇게 커 보였는데, 베이 브리지를 보고 나니 아담해 보인다
15분 정도면 알카트라즈 섬에 도착한다
한때 가장 악명높은 감옥이었던 알카트라즈 연방 교도소가 있던 곳이다
바다 한가운데 있다 보니 탈옥이 불가능한 곳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3명이 탈옥에 성공한 사건은 있었지만 그 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바다에 빠져 죽지 않았겠나... 추측된다고 한다
웬 인디언들이 낙서를 해 놓은 흔적이 보이는데...
1963년 감옥이 폐쇄된 이후, 1969년 Indians of All Tribes라는 원주민 운동가들이 이 섬을 점령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인들이 가져간 땅 안 쓸거면 원주민한테 반환해라... 그런 취지였다고 하는데
점령 상태는 19개월간 지속되다가 정부에 의해 결국 해산되었다
현재는 골든 게이트 국립 휴양지(Golden Gate National Recreation Area)의 일부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다
섬 전체적으로 가볍게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돌아가는 페리가 그렇게 자주 있는 건 아니라서 감안하고 돌아다니는 게 좋다
알카트라즈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샌프란시스코 유명 관광지라서 그냥 와 봤는데, 이 섬의 특징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수많은 바다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Alcatraz라는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 Isla de los Alcatraces(펠리컨의 섬)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예전부터 많은 새들이 사는 섬으로 알려진 모양이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서부갈매기(Western Gull)
캐나다 구스(Canada Goose)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동물, 특히 새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물탱크에도 원주민 점거 시절 낙서가 남아 있다
이제부터 실제 감옥이었던 Cellhouse 건물로 들어간다
"법을 어기면 감옥에 가고, 감옥의 법을 어기면 알카트라즈로 간다"라는 문구가 씌여 있다
그만큼 범죄자 중에서도 급이 다른(?) 자들이 감금되는 곳으로 악명높은 곳이었다
한국어가 포함된 무료 오디오가이드를 나눠주니 알차게 관람할 수 있다
샤워 시설이라고 하는데, 딱 봐도 정말 열악해 보인다
방 크기가 이 정도, 제소자 인권 같은 게 없던 시절이라 정말 열악하다
한국어 가이드가 알아듣기 편하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건 좋은데, 말이 느려서 약간 답답했다 ㅎㅎ
실제 수감자들의 나레이션이 곁들여져서 더욱 생생한... 오디오가이드였다
작은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기도 했다고...
여기서까지 야구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네;;
작은 쪽문으로 사람들이 드나들길래 한 번 가보았다
오...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검은 새들이 가마우지(Cormorant)같긴 한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다시 감옥으로 돌아와서, 역대 유명 수감자들의 이름 중에 단연 알 카포네(Al Capone)가 눈에 띈다
3층까지 있는 감옥 중에 현재는 1층만 개방되어 있다
수감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아무런 조명이 없는 이런 방에 가뒀다고 한다
체험해볼 수도 있는데,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서 그렇지 정말 캄캄하다
하루만 여기 있어도 정신이 혼미해지지 않았을까...
여기는 과거 도서관이었던 공간
음악, 미술 등 나름대로 취미 생활을 즐긴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면회 공간도 열악하게나마 만들어져 있었다
1962년 3명의 수감자들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람 머리 모형을 만들어 이불을 덮어놓고 굴을 파서 탈출했다고 하는데, 그 후 행적이 발견되지 않아 바다에 빠져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의 현장을 재현해놓은 모습
오디오가이드에 따르면 저 가짜 머리를 처음 발견한 교도관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다른 교도관에게는 저거 확인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식당 공간을 둘러본다
조리실은 무기를 구하기 쉬운 곳이라 보안에 각별히 신경썼다고 한다
메뉴로만 봐도 상당히 부실해보인다
알카트라즈 교도소는 1934년에 설립된 이후 1963년에 폐쇄되었다
엄벌주의보다 교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섬에 만든 감옥을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옥 건물을 빠져나와보니 바로 앞에 높은 등대가 우뚝 서 있다
교도소장이 거주하던 곳이라고 하는데, 교도소 바로 근처에 있는 게 특징이다
1970년에 화재가 나서 지금은 뼈대만 남아 있다
베이 브리지와 함께 펼쳐진 전망이 제법 멋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에 잠길 위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눈백로(Snowy Egret)를 발견했다
갈매기는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ㅎㅎ
경치 좋은 곳에 사는구나~
이렇게 많은 새들이 사는 곳이니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주 거대하게... 남는다
과거에 Parade Ground였던 공간이 지금은 바다새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교도관들과 가족들의 사교 공간이었던 Officer's Club
여기도 뼈대만 남아 있고, 이제는 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감옥 구경 왔다가 이렇게 새들을 가까이에서 많이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새들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흔적을 남기는구나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갈 시간
선착장 바로 앞에 있던 이 건물은 교도관들의 거주 공간이었다고 한다
감옥은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새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아주 즐거운 여행지였다
피어 33으로 돌아와서, 우선 스트리트카를 탄 다음
환승해서 메트로(Metro)를 탈 기회도 한 번 생겼다
서울 1호선처럼 지하와 지상을 넘나드는 평범한 경전철이었다
일요일 낮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중이다
다시 찾아온 오라클 파크!
어제 버블헤드 줄 서느라 보지 못한 구장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팀 최고의 레전드 윌리 메이스는 동상 뿐 아니라 동판도 따로 만들어주었다
윌리 맥코비도 함께.
그 외에도 구장 한쪽 벽을 따라 수많은 선수들의 동판이 걸려 있는데...
샌프란시스코로 이전한지 50주년 되는 해에 만든 Wall of Fame이라는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절 역사만 다루다보니 1958년 이후의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선수들부터 예전 선수들 순서로 이동하면서 찾아보았다
2010년대 3회 우승에 기여한 핵심 불펜 4인방이 Core Four라는 별명으로 함께 이 곳에 입성했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포지션이지만 이렇게 존중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최고의 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의 리더 역할을 했던 헌터 펜스
브라이언 윌슨, 맷 케인 등 추억의 선수들과 함께
비록 흑역사로 남았지만 자이언츠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배리 본즈도 포함되어 있다
롭 넨, 제이슨 슈미트 등 왕년에 잘 나갔던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선수 시절은 아주 강력했던 맷동님... 기아에선 왜 그러셨어요
배리 본즈의 아버지 바비 본즈도 걸려 있다
샌프란시스코 초창기의 에이스들, 게일로드 페리와 후안 마리샬
이렇게 옛 시절 선수들까지 보고 나면 Wall of Fame이 끝난다
게일로드 페리는 사이영 2회 수상에 노히터 경기도 1차례 달성한 투수였다
다만 이물질을 사용하는 부정 투구의 달인으로도 유명했다고...
초창기의 강타자였던 올랜도 세페다의 동상도 있다
오늘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아 외야 뒷편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이게 야구장 가는 길이라니, 두 번째 오는데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다른 방향 게이트 앞에는 후안 마리샬의 동상이 있다
뉴욕 시절을 포함한 8회 우승과 그 밖의 타이틀 목록이 기록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닥에 팀의 역사적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의외의 한국인도 몇 명 만나볼 수 있다...
행크 아론의 755홈런을 넘어 역대 1위로 올라선 본즈의 756번째 홈런
그 이전, 베이브 루스의 714호를 경신하는 홈런은 김병현 선수에게서 때려냈다
단일 시즌 홈런 기록을 경신한 2001년
기존 기록인 70호를 넘어서는 71호와 72호는 박찬호 선수에게서 친 홈런이었다
이 구장의 개장 첫 경기였던 2000년 4월 11일, 상대팀 선발이었던 박찬호는 이 경기의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남의 집 잔치를 망친 대가를 1년만에 치른 건가 싶기도 하다 ㅎㅎ
샌프란시스코 이전 후 첫 번째 우승이라 더욱 뜻깊은 2010년의 월드시리즈 우승
그 이후 퐁당퐁당 3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금 강팀의 이미지를 회복하게 된다
한 시절을 풍미한 마무리 롭 넨의 300세이브 기록
맷 케인의 퍼펙트 게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영웅, 보스턴에서는 역적 산도발의 월드시리즈 1경기 3홈런
2번째 노히터를 달성한 팀 린스컴
이런 옛 선수들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3번의 우승 이후 약간의 하향세를 겪다가 2021시즌 107승을 거두며 다저스를 제치고 오랜만에 지구 1위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우승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치기 힘들다는 스플래시 히트 100호는 2023년에서야 달성되었다
여러가지 기록들을 재미있게 보고 나서 이제 경기장에 입장한다
오늘은 외야석을 예매해서 그 근처 마리나 게이트로 입장했다
올 시즌 주말 홈경기에는 정후 크루(Jung Hoo Crew)라는 응원존이 외야석 142구역에서 운영된다!
이 특별 티켓을 예매한 사람은 티셔츠를 받을 수 있다
어디서 받나 한참 찾았는데 좌석 아래에 있는 저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정후 크루 티켓을 제시해야 티셔츠를 받을 수 있다
(예매 사이트 : https://www.mlb.com/giants/tickets/jung-hoo-crew)
셔츠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외야석을 팔기 위한 상술같긴 하지만 최근 맹활약 중인 이정후를 위해 그 상술에 넘어가게 되었다
이정후 화이팅!
자리 구하기 힘든 한국시리즈 제외하고 외야석에 가 본 적이 없는데...
역시나 스크린도 잘 안 보이고 경기는 더욱 안 보이고 영 불편하다
대형 코카콜라와 글러브가 잘 보인다는 장점 정도?
대형 스크린 보기가 어려우니 저런 작은 전광판에 의존하게 된다
싱커 101마일을 찍는 조던 힉스... 하지만 믿음이 안 간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외야석에 가 보겠나 싶긴 한데...
경기가 잘 안 보이니 집중하기 어렵고 어수선하다
이정후 뿐 아니라 상대팀 중견수 훌리오 로드리게스도 잘 보이는 자리였다
맥주나 한 잔 마셔야겠다~
버드 같은거 마시느니 IPA가 나을 것 같아 시에라 네바다 맥주 파는 곳으로 갔다
맥주 자체는 쌉싸름한 IPA의 풍미가 제법 괜찮긴 했는데, 대낮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맥주가 잘 들어가는 날씨는 아니었다
끼니도 때워야 하니 핫도그도 함께~
문제는 먹거리 파는 곳과 거리도 멀고 이동 통로가 너무 좁아서... 뭐 하나 사러 가면 30분씩 걸렸다
이정후 존이라 한국인들이 많은 구역이었고, 이정후 응원에도 다들 진심이었다
발을 구르며 열심히 외치는 정! 후! 리!
경기는 9회초에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9회말로 접어드는데...
윌머 플로레스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자이언츠가 승리를 거둔다!
자리 자체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재미있게 응원을 하다보니 이런 흥미로운 경기도 보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낮경기가 끝나고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저녁 먹기 전 기라델리 초콜릿 익스피리언스(Ghirardelli Chocolate Experience) 가게에 들렀다
초콜릿 가게가 작은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사실 야구장에서부터 목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걸 느꼈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원래 차가운 음료를 먹고 싶었지만 대신 핫초코를 먹었다
개인적으로 기라델리가 그렇게 훌륭한 초콜릿이라 생각하진 않아서, 물론 달달하고 맛있긴 하지만 깊은 초콜릿 맛은 느끼지 못했다
한 잔 마시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다
미리 예약해둔 Scoma's라는 해산물 전문 식당
전통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식전빵 주는 레스토랑에 오랜만에 온 느낌이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이탈리아풍이 가미된 해산물 스튜 치오피노(Cioppino)가 유명하다고 한다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있고 국물도 토마토 베이스에 해물맛이 우러나와 진하고 맛있었다
52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 치고 양이 많지 않아 아쉬웠지만, 지금 컨디션에 딱 알맞은 보양식 느낌으로 아주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