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Europe

32일차, 센텐드레 / 130514

lsgwin 2014. 1. 7. 22:01

어젯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실로 아름다웠지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추위에 벌벌 떨었던 탓인지 아침부터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괜히 챙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타이레놀을 한 알 억지로 삼키고 겨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다페스트 근교에 위치한 센텐드레(Szentendre)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열차로 45분 정도 소요

 

교회 건물이 여지껏 보던 것과는 달리 아담한 사이즈...

 

'작다' '아담하다' '한가하다' '여유롭다'

자연스럽게 이런 표현들이 떠오른다

 

강이라 하기엔 좀 작은... 시냇물에 가까운 물줄기를 바라보며

오늘은 모처럼 여유롭고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저조한 컨디션으로 인해 늦게 출발한 탓에,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Palapa라는 멕시칸 레스토랑을 찾아두었기에 돌격~

 

오죽 상태가 별로였으면 맥주 대신 콜라를 시켰을꼬!

 

따뜻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콘 스프를 시켜서 일단 흡입

감기엔 역시 따뜻한 게 최고다

 

메인 메뉴는 파히타(Fajita)라는 멕시코 전통 요리를 선택

고기와 야채를 볶아서 또띠아에 싸 먹는 간단한 음식

맛있긴 한데... 야채가 큼직큼직하고 양도 많아서 결국 다 먹진 못했다

음식보다는 멕시칸 컨셉의 인테리어가 아주 인상적인 식당이었다

 

 

 

센텐드레의 중앙 광장(Fő tér)

 

광장 중앙에 놓여 있는 Pestis kereszt라는 십자가

과거 전염병이 돌았을 때 이 마을은 피해를 입지 않아서 그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1763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바로 그 옆에는 이 동네에서 그나마 큰 교회에 속하는 블라고베스텐슈카 교회(Blagovestenszka templom)가 있다

세르비아 정교회의 예배당이라고 한다

 

작은 골목길 여기저기에 아담한 상점들이 늘어서있는 풍경

재미있기도 하고, 약간 심심하기도 하다

 

생각없이 걷다 보니 강이 하나 보인다

알고보니 여기도 도나우 강에서 이어지는 물줄기 중 하나였

그나저나 여기도 공사중이네 ㅠㅠ

 

공사판 앞에서 셀카 한 장~

그래도 날씨는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지붕 모양이 요상한 것이... 마치 두 눈이 달린 것처럼 생겼다

처음 보고 괜히 섬뜩했다는...;;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라서 여기저기 그냥 걷는다

 

엥? 여기도 고추를 말려서 먹나보네...

아, 그래서 헝가리식 스프 요리에서 얼큰한 국물 맛이 나나보다

 

색감이 참 예쁜 골목길이었다

 

언덕 위에 올라가면 전망이 좀 트인 곳이 있지 않을까 해서 올라가보았다

 

올라갔더니 왠 교회가 하나 있네?

성 요한 교회(Keresztelő Szent János plébániatemplom)라고 한다

 

잠시 안에 들어가보았다

 

오랜만에 방명록도 하나 남겨보고...

 

나름 높이 올라왔는데 기대와는 달리 약간 조촐하다

 

딱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느낌은 나지 않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고양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도망가기는 커녕, 쳐다보며 포즈까지 잡고 있네...

하여간 고양이는 참 묘한 동물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던 중...

심심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좀 무거워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바로 옆 벤치로 이동한다;;;

역시나 좀 무거우셨던 모양 ㅋㅋ

 

짧은 센텐드레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그래도 이왕 온 김에 냇물가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사람 하나 없이 평온한 곳이어서 그런지

아침부터 좋지 않았던 몸 상태가 서서히 회복되는 느낌이다

 

조금 회복되고 나니

다시 왁자지껄한 곳에 가고 싶어졌다

센텐드레는 여기까지, 이제 다시 부다페스트로 돌아간다

 

 

 

다시 부다페스트

요커이 모르(Jókai Mór)라는 헝가리 소설가의 동상인데, 영어식으로 읽었다가는 좀 난감할 듯;;

 

테러 하우스(Terror Háza Múzeum)라는 전시관의 외벽

나치에 의해, 2차대전에 의해, 공산당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을 추모하는 곳인 모양이다

굳이 전시관 내부 관람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건물 밖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니 또 약간은 우울해진다

헝가리라는 나라도 비극과 아픔의 역사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

 

여기에 사는 현지 사람들도 걸어가다가 한 번씩 보면서 지난 역사의 비극을 잠시 되짚어보기도 하고 그렇겠지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돌아보다가

소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Rustico라는 곳에 들어갔다

 

점심때 못 마신 맥주를 이제야 한 잔!

 

헝가리식 생선 스프가 자꾸 생각이 나서 결국 다시 먹었다

묘하게 매운탕 맛이 난단 말이지...

 

나중에 유럽 다른 국가에서 헝가리식 음식 파는 곳을 찾아봐도 이렇게 얼큰한 국물을 내어주는 곳은 없었다오직 헝가리 본토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국인 특화 음식!헝가리에 여행갈 기회가 있다면 꼭 굴라쉬나 피쉬 스프를 먹어보라고 100번 강추하고 싶다^^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날이기에 조금만 더 둘러본다

눈 앞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은 중앙 시장(Központi Vásárcsarnok)

시간이 많지 않아 굳이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부다페스트에는 세체니 다리 외에도 다른 다리들이 많이 있는데

이 녹색 철교는 자유의 다리(Szabadság híd)

 

제가 한 번 건너보겠습니다

 

다리의 구조를 적절히 이용하는 사람들의 지혜(?)

 

저 위에 시타델라 요새가 보인다

 

이제 다리를 다 건너온 모양이군

이쪽 길을 따라서 다시 쭉 걸어간다

 

등 뒤로 자유의 다리가 살짝 보인다

 

세체니 다리와 자유의 다리 사이에 있는 하얀색의 예쁜 다리는 에르제베트 다리(Erzsébet híd)

저기까진 못 걸어가겠다...

 

부다페스트 어디든 간에 걷다 보면 결국엔 이 익숙한 풍경을 보게 된다

무거운 몸을 끌고 다니느라 다소 힘들었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과연 3일이나 있을만한 곳인지 긴가민가했던 부다페스트라는 도시에서의 여행도 이제 끝나간다

 

아쉬움은 이렇게 푸는 걸로...;;;

 

숙소에 돌아갈 시간

지하철을 타야 되는데, 부다페스트 지하철에는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찍어 보았다

음...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느낌이 훨씬 더 빠르다 (중간에 들어간 'ㅆㅂ'은 무시하길 바람...)

* 단, 이 느낌은 1호선에서만 느낄 수 있다. 2,3호선은 나름 신식이라서 다소 평범(?)하다

 

지하철 도착

헝가리는 유럽에서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지하철 운행이 시작된 곳이라, 이 점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섬이니까 유럽 '대륙' 중에선 가장 오래된 지하철이라고 홍보하기까지 하는 판이니...^^

 

상당히 객차가 낡은 느낌이고, 승차감도 덜컹거림이 심해서 별로고, 바퀴와 레일 사이의 끽끽거리는 마찰음도 영 거슬린다

'유럽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을 탄다'라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헝가리에서의 짧았던 3일

이렇게 느낌있는 곳일 줄 알았더라면, 부다페스트만 갈 것이 아니라 헝가리 여기저기 가 보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제와 남는다

하지만 이 3일이 나에게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그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아쉬움이 그래도 남는다면, 뭐...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 부다페스트에 다시 올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단언컨대, 부다페스트는 유럽 여행자에게 최고의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