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난다
도착하자마자 다저스타디움으로 가서 야구를 볼 예정이다
어제 찾아본 두 군데 카페 중 오늘은 Lofty라는 곳으로 가 보았다
힐끔 보니 여기가 손님은 더 많았다
오늘도 카푸치노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커피는 여기도 맛있게 잘 뽑아준다
하지만 역시나 빵은 전혀 이탈리아스럽지 않다
꾸덕꾸덕한 고칼로리 조식, 그래도 맛은 있다 ㅎㅎ
기차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아서 역 근처 구경을 좀 했다
저기 보이는 거대한 배가 바로 USS 미드웨이 박물관(USS Midway Museum)인데,
1945년 만들어진 항공모함으로 현재는 퇴역하고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말 거대하고 볼거리도 많다는데, 이렇게 겉으로만 훑어보는 게 좀 아쉽다
어디서 정말 많이 본 그 작품, Embracing Peace
2차대전 종전 후 찍힌 두 남녀가 키스하는 유명한 사진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샌디에이고의 명물인데 떠나기 전에 잠깐이라도 보고 가서 다행이다
지도로 대충 보고 역 근처인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걸어서 15분 정도는 걸린다
사진만 뚝딱 찍고 캐리어를 끌면서 열심히 달려 기차를 타러 갔다
샌디에이고의 산타페 역(Santa Fe Depot)
미국 기차역은 하나같이 참 멋지단 말이야...
내부 분위기도 옛스럽고 우아하다
LA까지 2시간 50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도 편하게 가기 위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했다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눈에 잘 안 띄어서 물어보니 윗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이용 방식은 세인트루이스-시카고에서와 마찬가지로 빈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와서 확인하고 자리에 표시를 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 구간은 비즈니스 클래스도 2-2 배열이긴 한데, 그래도 앞뒤 간격이 넓고 좌석도 푹신해서 아주 편했다
간식과 음료를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도 커피는 밍밍하니 별로 맛은 없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노선이기 때문에 진행방향 왼쪽에 앉으면 창 밖으로 바다를 보면서 갈 수 있다
LA에 도착하기 전, 애너하임(Anaheim) 역 바로 근처에 에인절스 홈 구장이 보인다
사실 그래서 예전 이름은 애너하임 에인절스였다
곧 다시 올께, 오늘은 다저스 봐야 되거든
내리면서 보니 아래층엔 1-2배열 객실도 있었는데, 여긴 추가적인 티켓을 끊어야 되나보다
경치도 즐기고, 공짜 커피도 마시면서 편히 쉬다보니 금방 LA에 도착했다
의외로 예정 시각에 거의 딱 맞춰서 도착하는 점도 아주 좋았다
암트랙은 지연이 흔하다는 소문이 있긴 한데, 단거리 노선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다
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다저스타디움까지는 무료 왕복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가 매우 불편한 구장이라, 뚜벅이 여행자에겐 이 서비스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여기도 역시나 역 내부가 아주 멋있게 꾸며져있다
서쪽 방향 출구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잠깐 걸어가면 우버 타는 곳이 나온다
일단 짐을 풀어놓기 위해 숙소로 이동했다
숱하게 여행을 다녀봤지만 LA처럼 숙소 위치 정하기 애매한 도시가 없었다...
여행할만한 장소가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대중교통도 효율적이지 않은데다 치안이 좋은 편도 아니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코리아타운의 한인민박으로 결정했다
민박사이트 민다(Minda)에서 후기가 많으면서 괜찮았던 힐링게스트하우스에서 3일간 묵었는데
화장실 딸린 개인실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주일 동안 있어도 될 만큼 수건을 넉넉하게 제공해서 아주 편했다 ㅎㅎ
이제 점심만 간단히 먹고 바로 야구장으로 가야겠다
나는 외국에서 절대로 한식 안 먹고 현지 음식 먹는 걸 원칙으로 한다
그 나라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즐기는 게 여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A의 코리아타운이라면, 한식을 현지식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이 곳에서 파는 한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북창동순두부(BCD Tofu House) 본점에 방문했다
메뉴가 정말 다양한데, 오리지널 순두부로 선택했다
메뉴에 막걸리가 있는게 신기해서 시켜보니 한국에서와 똑같은 막걸리가 나온다!
프린팅만 영어로 했을 뿐 우리나라에서 먹는 국순당 막걸리와 똑같다
무려 13달러짜리 막걸리... 골드 막걸리도 아니고 이건 플래티넘 막걸리다
사전정보 없이 즉흥적인 호기심에 방문했는데 반찬 구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반찬 다양하게 깔아주는 식당 찾아보기 힘든데, 심지어 생선구이에 날계란까지!
펄펄 끓는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계란 넣어서 후후 불어먹으니 아주 맛있다
한국에서 팔아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음식 맛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돌솥밥에 누룽지 물 부어주는 센스까지!
반찬도 하나하나 맛있고 김치도 제대로 한국 맛이 나서 막걸리와의 조화도 환상적이었다
요즘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져서 더욱 그렇겠지만, 한국인과 현지인 손님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찾아올 정도로 외국인도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몸소 체험한 즐거운 식사였다
식사 후 우버를 타고 다저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아직 경기 시작까지 3시간도 더 남았는데 경기장 주변 교통체증이 장난 아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오타니 버블헤드 데이여서 더욱 그랬겠지만, 기본적으로 다저스타디움이 차를 끌고올 수 밖에 없는 곳이라 그렇기도 하다
1962년 개장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Los Angeles Dodgers)의 홈 구장 다저스타디움(Dodger Stadium)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구장이다 (1등과 2등이 넘사벽이긴 하지만)
다저스타디움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어디냐고 물으면 이 표지판을 떠올리는 사람이 꽤 많을 텐데, 이렇게 직접 와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다저스는 원래 브루클린을 연고지로 하여 애틀란틱스(Atlantics)라는 팀명으로 1883년에 창단되었다
먼저 창단된 자이언츠, 그리고 1903년 양키스가 창단된 이후 뉴욕에는 3팀이 존재했는데 (양키스, 자이언츠, 다저스)
양키스가 점점 뉴욕의 1인자 자리를 공고히 했고, 다저스는 새로운 돔구장을 지으려다 시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불만을 갖게 된다
결국 1958년, 다저스는 괜히 옆집 자이언츠까지 꼬셔서 함께 서부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고 다저스는 로스앤젤레스, 자이언츠는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우버 기사가 하차 전용 스팟까지 안 가고 유턴해서 도중에 세워줬는데,
그러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벌써부터 입구 주변이 복잡하다
경기장 주변 대중교통이 빈약한 대신 주차장은 아마 MLB 구장 중 가장 넓을 것이다
벌써부터 주차장이 꽉꽉 차 있다
오타니 버블헤드 데이여서 일찍부터 줄을 섰는데, 생각보다 일찍 게이트가 열려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장했다
작년 기사로는 오타니 버블헤드 받으려고 7시간부터 줄을 섰다... 그런 말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ㅎㅎ
받을 사람들은 작년에 다 받아서 그런가?
새로운 경기장을 둘러보는 즐거운 시간!
LA 다저스는 최근 2번의 우승을 추가하면서 통산 8회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분위기로 보면 늘 꽃길만 걸어온 팀 같지만, 14회의 준우승으로 양키스와 함께 공동 최다 준우승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특히 다저스와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서 12번이나 만났고, 그 중 8번은 양키스의 승리였다
양키스의 27회 우승에 가장 큰 조력자였던 셈이다
그토록 다저스에게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팀을 작년에 꺾었으니, 팬들은 무척이나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버블헤드 컬렉션이 먼저 눈에 띈다
나도 차곡차곡 모으고 있긴 하지만 아직 손에 꼽는 정도인데, 이건 많아도 너무 많다
언젠가 이 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더 많은 버블헤드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외야 광장 쪽으로 가면 볼거리들이 많다
다저스의 명물 다저독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작년 우승 트로피 모형을 부지런히 준비해두었다
이번 우승 뿐 아니라 8개의 기념반지 모형이 경기장 곳곳에 놓여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의 강자답게 수많은 레전드들이 있지만, 동상이 단 2개뿐인 건 의외다
그 중 하나는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 최초의 흑인 선수이자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이미 여러 번 이야기한 선수다
다만 오래 활약을 이어가진 못하고 10년간 브루클린 다저스에서만 뛰고 은퇴했다
선수의 인종에 대한 다저스의 선구자적 면모는 이후 동양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실질적인' 일본인 최초 메이저리거 노모 히데오를 영입하기도 한다
(실질적이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짧은 활약으로 잊혀졌을 뿐 최초의 일본인으로 무라카미 마사노리라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선수는 다저스 최고의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Sandy Koufax)
이 선수도 딱 12년 다저스에서만 뛰었는데 아직까지 최고로 칭송받는다
주요 경력으로 사이영 3회, MVP 1회, 월드시리즈 우승 3회 및 월드시리즈 MVP 2회 등이 있다
짧지만 굵게 남긴 임팩트, 특히 큰 경기에 강한 면모가 이 선수를 더욱 위대하게 여기는 요소였던 것 같다
뜬금없이 피파 클럽월드컵을 홍보하는 중이다
다저스의 옛 명감독 토미 라소다(Tommy Lasorda)의 대형 버블헤드
20년간 지휘봉을 잡으면서 2회 우승을 기록하여, 감독으로 영구결번이 되었다
"내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라는 말을 삼성 라이온즈에서 많이 하는데, 사실 이 분이 원조다
팀의 영구결번들을 따로 모아둔 공간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 12명 뿐!
양키스엔 영구결번이 넘쳐나서 이상한 오해를 했었는데, 대부분 팀들의 영구결번이 10명 안팎인 걸 보니 메이저리그 영구결번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가보다
60년 넘게 다저스의 중계를 맡았던 두 사람에게도, 등번호는 없지만 영구결번에 준하여 대우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 구단주 월터 오말리(Walter O'Malley)
재키 로빈슨을 데뷔시키고, 다저스의 LA 이전을 추진했으며 현 다저스타디움 건립에도 기여했다
다만 브루클린 다저스의 팬들에게는 팀을 들고 튄 천하의 역적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당시에 브루클린에서는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고 한다
"한 브루클린 팬이 히틀러, 스탈린, 오말리와 함께 감방에 갇혔는데, 그에게 실탄 2발을 준다면 누구를 쏠까?"
"오말리에게 2발"
우승의 주역들, 그리고 커쇼(?)
비록 작년 우승에 딱히 기여한 바는 없지만, 평생을 다저스에 바친 정신적 지주로써의 역할은 간과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2020년 맹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모습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간신히 반전시킨 가을 약자의 이미지는 2023년 포스트시즌 대참사로 인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렸다...)
유독 아시아 선수들이 많았던 팀, 특히 일본인 선수는 정말 많았고 지금도 많다
또 한 명의 짧고 굵은 커리어의 레전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Fernando Valenzuela)
1980년 데뷔하여, 아직 신인왕 자격을 가진 1981년에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함께 수상하는 대활약을 한다
그 해에 다저스는 숙적 양키스를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그야말로 겹경사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았던 투구이닝, 그리고 몸에 무리가 간다고 알려진 스크류볼을 던졌던 탓에 전성기가 일찍 저물고 말았다
그는 2024년 월드시리즈 개막 3일 전에 사망했고, 다저스는 그가 신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양키스를 물리쳤다
여러 레전드들의 기억들로 얽혀있는 4개의 우승 반지를 더 찾아냈다
알고보니 보물찾기하는 재미가 있는 구장이다!
캘리포니아 주에만 5개의 팀이 있는데 (한 팀은 곧 떠나겠지만)
가장 캘리포니아스러운 경관을 지닌 구장임에 틀림없다
이번에는 사이영상 수상자 기념구를 가지고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흑인 선수에게 리그가 개방된 이후, 최초의 흑인 에이스였던 돈 뉴컴
쿠팩스와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돈 드라이스데일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어서 쉽게 찾았는데, 다저스 역대 사이영상 수상자가 8명이니 아직 5개가 남았다
역대 골드글러브 수상자들도 기록되어 있는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는 다르게 좀 많다
다저스타디움은 정원 56,000명으로 현재 메이저리그 구장 중 가장 수용 규모가 크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모습 또한 훨씬 압도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어김없이 파는 다저독!
사실 경기장 어디에서나 팔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사서 먹으면 된다
아, 이렇게나 까마득하게 깊고 웅장한 야구장은 처음이다
층마다 좌석 색깔이 알록달록 다른 게 특징인데, 캘리포니아의 태양을 상징하는 노란색, 해변의 진흙을 상징하는 황토색, 나무와 산을 상징하는 블루그린, 해변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각각 사용했다고 한다
일단 배가 고프니 다저독을 먹어야겠다
정말 경기장 아무데서나 팔기 때문에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줄도 금방 빠진다
다저독 별로라는 후기도 좀 있던데, 난 아주 맛있었다
토핑을 알아서 넣어먹어야 하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면 몰라도... 이게 맛없을 수가 없는데 희한하다
맛있는 냄새 때문에 혹해서 시킨 갈릭 프라이도 상당히 괜찮았다
콜라 컵 하나에도 우승뽕이 가득 담겨 있다
일반 컵과 우승 기념컵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게 아주 약간 더 비싸긴 했다
오타니 버블헤드 데이라고 오늘따라 티켓 값이 비싸서, 이 정도 자리도 100달러가 넘었다
2024년 우승기를 국기 옆에 걸어놓은 모습
2020년에 우승을 했는데도 단축 시즌이라고 무시당했는데, 이젠 정말 흠잡을데 없는 우승팀이 되었다
아직도 보물찾기할 게 남았나... 한 번만 더 돌아본다
올스타 출전선수 정도는 넘쳐나기 때문에 깨알같이 대충 적어놓았다
힙한 벽화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발렌수엘라의 유니폼, 아무래도 작년에 사망한 게 감정적으로 좀 찡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
정체모를 두 개의 대형 버블헤드, 귀여워서 아이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국뽕 강제주입! 진로 소주바가 야구장에 있다
웬만한 볼거리는 다 본 것 같으니 이제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기다린다
(자세한 구장 내 볼거리 정보는 구단 홈페이지 참조 : https://www.mlb.com/dodgers/ballpark/attractions)
오늘 상대팀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투타 전력이 상당히 강력한 팀인데 의외로 초반 연패를 당하며 헤매고 있다
전승팀과 전패팀의 맞대결!
12명의 영구결번이 좌익수 방면에 걸려 있다
아까 나처럼 다저스타디움 꼭대기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꼭 한 번 Top Deck에 올라가보길 바란다
TV 중계에서 자주 보던 Estrel"LA" Jalisco 간판
알고보니 맥주 광고였다
멕시코 맥주인데, 좀 밍밍하다
오늘 받은 오타니 MVP 기념 버블헤드
4만명에게 주니까 웬만하면 받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찍 경기장에 가게 된다
작년 서울시리즈에 맞춰서 직구로 구입한 티셔츠인데, 하루 차이로 늦게 도착해서 못 입고 간 비운의 셔츠로 남을 뻔 했으나!
이렇게 진짜 다저스의 홈에 오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의 선발 투수 스넬...
샌디에이고에서 보가츠 믿지 말라고 했듯이 다저스는 스넬 믿으면 안 된다...
(개인적인 견해이고, 반쯤은 농담입니다)
사이영 2번 받은 투수가 이렇게 불안한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잘 좀 해봐 스넬...
오늘의 주인공(스포?) 오타니의 첫 타석
기대가 컸지만 땅볼로 물러난다
오래된 구장 티가 나는 게, 스크린이 요즘 신식 구장들에 비해 좀 작다
육각형 모양인것도 딱히 장점이 보이진 않는데, 이 형태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외야 담장 양 쪽에 타 구장 소식 알려주는 전광판 정도만 있고... 전반적으로 스크린이 좀 단촐하다
햇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듯 보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쌀쌀한 날씨였다
이번 여행 내내 야구장 날씨는 그런 식이었다
스넬은 차곡차곡 실점을 쌓아가는 중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스넬... 잘 좀 해봐... (결국 4볼넷 5실점으로 아주 스넬스러운 경기를 했다)
커크 깁슨의 재림, 희대의 명장면을 만들어낸 프리먼의 끝내기 홈런을 재현한 버블헤드
정말 탐나는 버블헤드인데 일정이 안 맞아서 아쉽다
WBC 한국 대표로 익숙한 에드먼의 투런 홈런!
야금야금 추격을 시작하는 다저스
2024 World Champions를 전광판에 때려박으며 자신감을 뿜어내는 다저스, 과연 오늘은?
해가 저물어가는 다저스타디움의 풍경이 너무 멋지다
원정팀 불펜이 잘 보이는 자리였다
다저스 불펜은 좌익수 근처여서 여기선 좀 멀었다
잠시 지지부진한 경기 흐름이 이어지고, 어느덧 완전히 밤이 되었다
8회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맥스 먼시의 동점 2루타가 터지면서, 경기는 갑자기 묘하게 흘러간다
오늘 그럭저럭 단타 2개를 친 오타니, 동점 9회말에 끝내기 찬스가 찾아온다
나를 위한 이벤트가 준비된 날에 모두의 기대를 안고 결정적인 순간 나타나 끝내기 홈런을 친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 보았겠지, 하지만 그걸 실제로 해 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렇고 말고...
(소음 주의)
기어코 그걸 해내는 미친 인간 오타니!
아니 뭐 홈런을 칠 수도 있지, 그런데 어떻게 9회말 동점 상황에 딱 맞춰서 치는 건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쓰레기를 열심히 주워서?
덕분에 잊지 못할 경기를 보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다저스타디움에서 끝까지 경기를 봤다면 최대한 빨리 뛰어나가는 게 좋다
경기장에 우버 픽업 존이 있긴 한데, 5만명이 동시에 퇴장하는 상황에서 우버를 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기가 일방적으로 흐르면 7~8회쯤 나갈 생각도 했었는데 이런 경기 와중에 도저히 도중에 나갈 수가 없었다 ㅎㅎ
이럴 때는 유니언 스테이션까지 보내주는 무료 셔틀을 이용하고 역에서 우버를 잡는게 더 용이하다
나가는 길에 아까 못 찾은 5개의 사이영상 기념구를 발견했다
열심히 뛰어가면서도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두었다
발렌수엘라, RIP.
오렐 허샤이저는 훌륭한 투수였지만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한 번은 탔던 모양이다
한 때 철벽 마무리였던 가니에, 55세이브 무블론 시즌에 구원 투수로는 드물게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 후 약물 복용이 밝혀져 큰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던 선수...
말이 필요없는 리빙 레전드, 사이영 3회에 빛나는 커쇼
막판에 이렇게 보물찾기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나머지 우승반지 3개는 못 찾긴 했지만...
열심히 뛰어서 셔틀 타는 곳에 도착했다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아서, 이번 버스는 보내고 다음 차를 기다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뭐 오늘 안에는 가겠지 하며 기다렸는데, 다음 버스가 40분 뒤에 도착했다...
경기 직후의 다저스타디움 교통 상황은 정말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유니언 스테이션까지만 도착하면 그 뒤로는 수월하게 우버 잡아서 갈 수 있다
숙소 도착해서 오타니 버블헤드를 확인해보았다
하나도 안 닮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