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5 Taiwan

넷째 날 & 다섯째 날 : 고궁박물원, 단수이 / 150423~24

lsgwin 2015. 5. 13. 20:40

사실상의 여행 마지막 날...

첫 코스는 대만 최대의 박물관인 '고궁박물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라고 가이드북에 쓰여있긴 한데 썩 믿음이 가진 않는다)

 

베이징에서도 박물관을 가긴 했는데

정작 중국의 중요한 유물들은 오히려 여기 고궁박물원에 더 많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박물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눈으로만 열심히 보다가 나왔다

아시아 최대라느니, 어마어마한 유물들이 많아서 하루종일 봐도 모자라다느니, 하는 평들이 있긴 한데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랬는지 개인적인 느낌으로 썩 인상적인 박물관은 아니었다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단수이(淡水)'에 도착한다

그냥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었던 이 곳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게 되면서 일약 인기 여행지가 되었다

 

꼬맹이들 단체로 소풍이라도 온 모양... 

 

배가 고프니 일단 점심부터 먹는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우선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

 

홍합 요리, 굴 튀김, 볶음밥,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나물, 이렇게 네 가지를 주문하였다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다 맛있는지...^^

특히나 볶음밥은 정말 제대로 볶음밥이었다! (뭔소리여 이게) 

 

 

 

 

 

식사 후 일단 이리저리 단수이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덥고 지쳐서 어떤 카페에 들어가 시원해보이는 무언가를 시켰다

정작 저 중에 반이 생크림이었다는 건 함정.

 

개운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입이 약간 텁텁해진 상태로, 우리는 그냥 가던 곳이나 계속 가기로 했다

 

'담강고급중학'이라고 쓰여진 이 학교는 바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된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High School로 번역된 걸 보면 이게 우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듯

 

들어가보면 그냥...학교다

실제로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고, 그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이 학교를 자연스레 활보하고 있었다

아무리 영화 촬영지여도 그렇지 학교 내부를 이렇게 자유롭게 개방해도 되는가 싶긴 한데...

뭐 그거야 생각의 차이에 불과한 거겠지

 

사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아서 그다지 감흥이 없긴 했다

'그냥 학교네 뭐...' 하고 돌아다니긴 했는데...

 

그래도 학교 치고는 꽤 예쁘게 잘 만들어진 곳이라는 느낌은 좀 들었다

 

 

건물들도 일반적인 투박한 학교 건물이 아닌, 뭔가 외국 학교 느낌이랄까? (외국 맞잖아 근데)

학교 안에 저런 나무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 좁은 통로가 영화에서 중요한 씬의 배경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를 안 봤으니 알 턱이 있나 

 

영화를 안 봤으니 아무 감흥이 없는 상태로 이 학교를 둘러본 소감은 사실 딱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남녀공학이라, 부럽네..." 

 

이제 '홍마오청(红毛城)'으로 간다 

 

이름으로 풀이해보면 '머리가 빨간 놈들의 성'이 되겠다, 즉 서양인이란 얘기지

처음에는 스페인인들이 대만을 점령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처음 이름은 스페인식인 Fort San Domingo)

그러다가 네덜란드로 넘어가기도 하고,

나중에는 영국 영사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뭔가 역사가 복잡한 건물이 되겠다

 

그런 배경지식은 지금 인터넷 검색하면서 알게 된 거고, 여기서는 그냥 인증샷이나 하나 박으려는 생각 뿐이었다

준비해온 썬글라스를 한 번 써먹긴 해야겠는데...하는 생각도 약간 있었던 것 같다

 

건물 안에서 바라본 단수이의 풍경은 이런 식이었다

 

호기롭게 폼 잡고 걸터앉아보는 임대만

나중에 관리인 아줌마한테 "돈두댓!" 얻어듣고 쏘리쏘리 연발한 건 함정.

 

단수이에서 볼 만한 곳은 다 본 거 같으니, 이제 여기에서 잠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빠리(八里)'라는 섬으로 들어간다

 

여기에도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이 자꾸 후각을 어지럽힌다

 

결국 무언가를 사 먹게 된다

 

일단 꼬치구이를 맛있게 냠냠 

 

오징어튀김까지 구입

 

하트라니... 친절도 하셔라 ㄷㄷㄷ

 

하트 같은 건 개나 줘 버리고, 오징어나 맛있게 집어먹으면 그만이다

 

 

 

개판이네 개판이여 

 

사실 이젠 완전히 체력이 소진된 상태라서, 어딜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여기저기 어슬렁거렸던 것 같다 

 

왜 굳이 인도네시아 발리하고 헷갈리게 저렇게 표기했는지 모르겠다

헷갈리라고 일부러 그런 걸까? 

 

짧은 빠리 구경까지 마치고 다시 배를 타고 단수이로 복귀~

 

대만 밤거리의 풍경은, 이제 좀 익숙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딜 가나 비슷한 느낌이 든다 

 

대만에 가면 거의 무조건 사 오게 된다는 명물 과자 '펑리수'

시식도 해 보고 선물용으로 몇 개 구입해 보았다 

 

 

 

단수이 관광을 마치고 타이베이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에 그럴싸한 야경을 보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남자 둘이서 대관람차 타기;; 

 

혼자 대관람차 타기 vs 남자 둘이 대관람차 타기

뭐가 더 민망할까... 둘 다 해본 입장에서 뭘 골라야 할지 애매하다 

 

어쨌거나, 대관람차를 타면서 위치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 야경을 지켜보는 건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저 멀리에 보이는, 카메라 줌을 억지로 땡겨야 겨우 이 정도 보일 정도의 위치에, 대만의 최고층 건물인 '101 빌딩'이 보인다 

저길 안 가본 게 약간 아쉽긴 한데, 뭐 갔어도 그렇게 기억에 많이 남진 않았을거 같기도 하다

 

여기까지, 대만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귀국하는 날

낮 시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해야 해서 아침에 약간 시간이 남았다

뭘 할까 하다가 아직 먹어보지 않은 망고빙수나 먹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런 류의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박박 긁어먹었다 

 

돌이켜보면 대만에서 음식으로 실망한 적은 없어서 참 다행이었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또 다른 펑리수 가게에서 선물용 펑리수도 더 구입하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간다

단 네 정거장이면 공항에 도착하는, 정말 놀랍도록 도심과 가까이에 위치한 송산 공항으로 향하면서,

잠시 짧았던 4박 5일간의 여행을 돌이켜본다

 

지금껏 다녀온 여행 중 가장 준비없이 떠난 여행이기도 하고

가장 촉박하게 항공권을 구입한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딱히 여길 가야 하는 목적이 불분명했고, 기대감도 그리 크진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막상 가서 보니

중화문화권이긴 하지만 경제적인 수준이 높다 보니 베이징에서 느꼈던 멘붕스러운 상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고

가장 우려했던 음식 면에서 오히려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어마어마한 자연 환경이 있다거나, 유구한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은 아니지만

그리 크지 않은 섬 안에서 나름대로 이런저런 모습들을 여행지로 잘 꾸며놓은 느낌,

그런 모습들로 인해 이번 대만 여행에서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여행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