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Japan

1. 공항에서 / 130222

lsgwin 2013. 3. 3. 17:37

일본으로 떠나는 날

 

지방 거주자들은 일본 가는 것보다 인천공항 가는 게 더 힘들다!

김제에서 용산까지 KTX -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지하철 -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공항철도

게다가 사실 지하철 서울역과 공항철도 서울역은 같은 역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멀다

이래저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3시간 30분 가량 걸려서 공항에 도착

 

도착해서 시간이 남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가만있자?'

 

내가 니가타에 왜 가지?

내일 소시 콘서트 보러가는거잖아.

그렇지, 근데 소시는 언제 일본에 가지?

(...폭풍검색질 결과 아직 한국에 있는 모양)

그럼 얘들도 오늘 가야 되잖아?

그렇네.

니가타에 가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에 한 편 운항하는 대한항공 인천-니가타 노선 뿐...

 

'그럼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ㄷㄷㄷ

 

탑승 시작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전혀 별다른 일이 없길래

내가 헛된 꿈을 꾸었나보다...하고 비행기 타러 줄을 서는데

 

난데없이 제시카 등장;;;;;;;;;;

'으읭?'

수영 서현 효연 티파니 줄줄이 등장

 

인천공항엔 그런 곳이 별로 없는데

묘하게 탑승 게이트에서 항공기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곳이 걸렸다

딱 앉아있는데 바로 앞에 아까 그 소녀들이 줄줄줄 탑승

어이쿠, 나는 지금 수영이랑 마주보며 가고 있다

 

비행기에 타니 이건 뭐

소녀들이 비즈니스석 9석에 떡!하니 앉아있는......

특히 태연님은 이미 아주 후리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꿈도 이렇게 허황되게는 못 꿀텐데 ㅠㅠㅠㅠㅠㅠ

 

내 자리가 비즈니스 바로 뒤쪽 통로석이라

고개만 빼꼼 내밀면 소녀들(특히 태연님) 뒤통수가 살랑살랑 보이는데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ㅠㅠㅠㅠㅠㅠ

 

니가타에 도착해서는 서현이 뒤의 줄서서 입국수속하고

나와보니 소녀들은 수하물 기다리는 중

꿈은 아직도 깰 생각을 안한다

 

다른 승객들도 다들 수하물 기다리느라 나가질 않는다

짐 안맡긴 사람은 나밖에 없나

눈치 좀 보다가 혼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소시 보러 기다리고 있는 일본 팬들이 쫙 깔려있네???

 

 

성질 급한 서너명의 팬들이 우와~ 하다가 나를 보고 0.5초만에 에이~로 바뀌는 묘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쓱 나가는 모습 잠깐 보겠다고 저렇게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코앞에서 몇번씩이나 소시를 봤다는 사실을 가만 생각해보니

 

'역시 돈지랄을 하는 자에게 행운이 따르는구나'라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사진 하나 못찍고

싸인 하나 못받고

인사 한 번 못했지만

평생 간직할만한 추억거리가 생겼으니 그거면 됐다

(물론 미련이 남는건 사실이지만;;)

 

 

 

숙소는 우리 나라에도 몇 군데 들어와 있는 저가호텔 체인 '토요코인'을 선택했다

1박에 4200엔씩 이틀을 묵었는데, 방 청소를 생략하면 300엔 할인해주는 옵션이 있어서 2박 총 8100엔(조식 포함)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라고 쳐도 이 정도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기분좋은 상황에서 술을 마신 적은 처음이지 않을까

맥주에 꿀을 탔나...싶을 정도로 술이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