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9 Hiroshima & Kitakyushu

히로시마 / 190204

lsgwin 2019. 3. 14. 23:43

궂은 날씨로 인해 밥만 먹다가 끝났던 어제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히로시마의 몇몇 역사적 장소들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히로시마 성 찾아가는 길!

 

일본의 사적으로 지정된 히로시마 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보좌 역할을 했던 모오리 테루모토에 의해 1589년 지어졌다

1945년 히로시마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 성은 복원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성 전부가 완전히 재건된 것이 아니라, 천수각과 니노마루 정도만 복원되어 있고 나머지 성터는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성터만 뎅그러니 놓여 있으니 둘러보는데 좀 심심한 감이 있다

 

복원된 천수각이라도 올라가보도록 하자.. 입장료를 370엔 받는다

 

 

 

 

여느 일본 성 천수각에나 있을 법한 흔한 전시물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망도 뭔가 평범하고 밋밋하다

 

천수각 구경은 간단하게 종료.

 

 

혼마루가 있던 장소도 이렇게 황량한 공터로만 남아 있었다

 

히로시마 고코쿠진자(広島護國神社), 우리말로 호국신사에 해당하는 어떤 신사도 있더라

이름부터가 좀 께림직한데, 나중에 찾아보니 세계대전 당시 참전했던 일본 군인들을 추모하는 곳인 모양이다

굳이 들어가보지 않아서 다행이군...

 

성을 둘러싼 인공 해자를 배를 타고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다는데, 겨울철이라 그런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유독 앙상해보이는 나무가 두어개 보이는데,

 

원자폭탄에 피폭된 나무라고 한다... ㄷㄷㄷ

 

니노마루도 복원되어 있다

이 곳은 무료로 입장 가능!

 

 

니노마루도 일본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니노마루 내부는 복원 과정에 대한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대부분이 흔적만 남아서 멋스러운 느낌은 별로 없지만, 이 도시의 역사를 담은 곳이니 가볍게 둘러볼 만한 곳!

 

성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어떤 공원

 

'花の精', 꽃의 요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각상

 

오랜 역사를 가진 유적을 원자폭탄 하나에 날려먹었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지다가도

그런 곳에 호국신사를 떠억 하니 놔둔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에는 치가 떨리기도 한다

 

이제 그럼 본격적인 핵폭탄 여행(?)을 떠나보자~

 

 

 

구글 맵을 보고 원폭돔을 찾아가던 중에 '爆心地'라는 곳이 근처에 있길래 찾아가보았다

막상 가 보니 별다른 건 없고 작은 안내판 하나만 놓여 있더라

 

이 자리에 있던 시마병원 상공 600m에서 원자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적한 어느 거리일 뿐...

 

폭탄 투하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이걸 유적이라 해야 할지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시에 상업전시관이었던 이 곳은 원폭돔(原爆ドーム)이라는 이름과 함께 히로시마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히로시마 전역이 쑥대밭이 되어버린 와중에도 원폭돔 건물은 이 정도로 버텨냈다고 한다

 

너무나 황량하다

 

전쟁 시러시러.... 핵 시러시러...

 

이 건물에 대해서만큼은 여러 언어로 번역된 안내판이 있어서 도움이 좀 되었다

 

원폭돔을 마주보고 강 건너편으로 평화기념공원(平和記念公園)이 조성되어 있다

 

원폭으로 죽은 아이들을 위로하는 原爆の子の像, 원폭 아이의 상

 

그 주위에는 어린 학생들이 만든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늘어놓았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돌로 만들어진 어떤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딱 원폭돔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설계된 모습

 

원자폭탄 투하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広島平和記念資料館)으로 가면 된다

일본이라면 왠지 자국민들의 피해만 강조하며 피해자 코스프레 느낌이 나는 장소가 아닐까 걱정을 하며 들어갔는데,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전쟁과 원폭 피해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하면서 여러가지 사진과 자료들을 전시해두어서 매우 유익한 곳이었다

 

지금은 본관이 리뉴얼중이라 동관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여 좀 아쉬웠다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어버린 원폭,

그래서인지 히로시마에서는 유독 '평화'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실 자업자득이라고 보는 게 맞긴 한데... 어쨌거나 원자폭탄을 민간인 살상 목적으로 투하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중앙정부의 태도는 같은 전범국이면서 과거의 역사를 꾸준히 반성하는 독일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정작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히로시마는 묵묵히 원폭의 악몽에서 깨어나 평화를 염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은 역사에 관해서만큼은 입 좀 닫았으면 좋겠다...ㅎㅎ

 

평화의 문(平和の門)

 

전쟁 없는 평화, 히로시마의 꿈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