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9 Beijing

베이징 식도락 여행 - 둘째 날 / 190801

lsgwin 2019. 9. 2. 00:44

베이징에 와서 만리장성 안 보고 가는 사람은 없겠지?

한국에서는 만리장성이라고 주로 불리지만, 중국에서는 그냥 장성(长城)이라고만 부른다

그 길고 거대한 성벽을 전부 개방할 수는 없으니 띄엄띄엄 일부 구간만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적지이기 때문에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5년 전 여행에서는 교통이 살짝 불편한 대신 비교적 사람이 적은 모전욕(慕田峪) 장성을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일반적인 코스인 팔달령(八达岭) 장성으로 가 보기로 했다

가장 교통편이 자주 다니고 가까운 만큼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치일 각오는 하고 가야 하는 곳이다...

 

(예전 모전욕 여행기 : https://dentravel.tistory.com/87?category=585104)

 

지하철 지수이탄(积水潭)역 A 출구로 나가면 팔달령으로 갈 수 있는 877번 버스 안내판이 보인다

 

그럭저럭 안내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중간중간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그런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다

누가 뭐라하든 표지판만 보고 씩씩하게 10분 남짓 걸어가면 덕승문(德胜门) 버스정류장이 나오는데

거기서 877번 타는 곳을 잘 찾아서 타면 된다

 

팔달령은 중국어로 "빠다링", 877은 "빠치치"

열심히 외우면서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별 일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별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두 명이라 하니까 자리 있다고 타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한 자리만 남아있고 만석인 상황

안내원에게 살짝 짜증을 냈더니 전혀 당황하지 않고 운전석 문 앞의 보조의자를 펼쳐주고 여기 앉으라 한다;;

그래도 예전 모전욕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라도 앉아서 가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877번은 워낙 자주 다니기 때문에, 좀 복잡하다 싶으면 다음 차를 기다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

*그냥 앉아 있으면 안내원이 돌아다니며 12위안짜리 표를 끊어주는데, 이카통 카드를 찍고 타면 6위안 쯤 한다

  ...이렇게만 알고 탔다가 깜빡하고 내릴 때는 안 찍었더니 다음 날 6위안 정도가 카드에서 이유없이 빠져나가 있었다

 무임승차 한 적도 없는데 뭘까 생각해보니 아마 그게 이유가 아니었을지... 내릴 때도 잊지말고 카드를 찍도록 하자

 

이건 뭐 의자에 앉은 건지 계단에 앉은 건지...

그래도 막히지 않으면 한 시간 약간 더 걸리는 정도라서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

 

 

 

사람들 많을까봐 일찍 출발한답시고 아침 8시쯤 버스를 탔는데 이미 인산인해더라

 

877번 버스 안내원이 버스에서 한 시간 내내 떠들면서 가이드처럼 설명도 해 주고,

버스에서 내리면 매표소까지 안내해 주면서 표 사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물론 중국어로)

길이 뻔하긴 하지만 이 매표소가 나올 때 까지 안내원을 잘 따라다니는 것이 좋다 (이유는 밑에 *부분 참고...)

 

입장료는 40위안인데 이것만 끊으면 걸어서 장성에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 무언가를 타고 올라가는데, 슬라이딩 카와 케이블카 중 하나를 골라서 가면 된다

슬라이딩 카는 여기서 바로 표를 구입할 수 있고 케이블카는 20분 가량 더 걸어가야 표를 살 수 있다

날이 덥기도 하고, 슬라이딩 카가 좀 더 신선한 방법이어서 120위안 내고 티켓 구입

 

*슬라이딩 카는 현금으로 티켓을 살 수 있는데, 장성 입장권은 알리페이 같은 중국 전자결제 시스템으로만 구입이 된다!

 "난 그런거 없는데..."하며 아까 그 버스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자기한테 현금을 주면 대신 입장권 구입을 도와준다더라

 일단 슬라이딩 카를 타고 올라간 다음에 거기 있는 매표소에서 여권만 보여주면 입장권을 줄 것이라 한다

 여기까지 구글 번역기와 바디 랭귀지를 총동원한 아주 처절한 대화였다...ㅎㅎ

 

슬라이딩 카와 장성 입장권을 모두 무사히 구입했다면 일단 사람들 따라서 쭉 올라가면 된다

 

난데없이 곰들이 몇 마리 있다

 

 

 

아무리 곰 구경이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여기 온 본래 목적을 잊지는 말자

슬라이딩카는 중국어로 화처(滑车)이니 타는 곳을 놓치면 쓸데없이 많이 걸어 올라갔다가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이거 타는 줄도 상당히 길다

 

드디어 탑승

 

끽끽거리며 올라가는 소리도 그렇고, 뭔가 덜컹거리는 느낌도 그렇고

안전장치를 채워놓긴 했는데 살짝 힘을 줘 보니 매가리없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월미도 바이킹이 무서운 이유와 비슷한 이유로 괜히 무서운 느낌이 드는 놀이기구(?)였다

 

쓸데없는 걱정이 무색해지게 아무 일 없이 장성 입구에 도착하였다

오른쪽 매표소에서 여권을 보여주면 아까 구입한 티켓을 받을 수 있다

그걸 가지고 왼쪽 입구로 들어가면 됨!

 

이제 막 발을 디뎠을 뿐인데, 장성 중 팔달령을 선택할 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 현실로 눈 앞에 다가오기 시작한다

 

저기서 사진을 많이들 찍던데...

 

얼마나 길었길래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난다

 

사실 그보다는 베이징 인구가 2천만, 중국 인구가 14억이라는 사실이 더 실감나는 순간이긴 하다...

 

어이쿠야...

 

 

그래도, 멀찌감치 보이는 이런 광경을 보니 내가 또 장성에 오긴 했구나 하고 살짝 웃음이 머금어진다

 

중국 여행을 앞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현지화 패션!

 

인증샷 한 장 찍을 틈을 찾기도 어려울 만큼 사람이 많다

 

아무리 봐도 이 셔츠는 오성홍기의 그 색깔을 그대로 갖다붙인 느낌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성벽을 따라 계속 걸어가본다

 

중간중간 보이는 각 망루마다 고유번호가 붙어있다

슬라이딩 카에서 내리는 지점이 북4루이고, 보통 북8루까지는 올라가는 모양인데

북7루에 케이블카 내리는 곳이 있어서 7~8루 사이는 인파가 절정을 이루는데다가 가장 가파른 코스이기도 하다

 

장성 구경, 사람 구경 원 없이 했으니 이제 내려가보자

저런 곳은 개방되지 않은 구간인지 사람도 없고 참 한적해보인다

'이번에도 모전욕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하긴 했지만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장성을 직접 밟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날이 더워져서 별 기대 없이 집어든 아이스크림인데 상당히 맛있다 ㅎㅎ

 

왕복 티켓을 샀으니 내려갈 때도 슬라이딩 카 탑승

 

소시지처럼 줄줄이 타고 내려간다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안감에 덧붙여서

은근히 내려가면서 가속이 붙기 때문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 이걸 스릴이라 해야 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내려와서 처음에 왔던 매표소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877번 버스는 매표소 바로 옆에서 타면 된다

 

 

 

한국에 있는 일부 중국요리집에서 만두국과 비슷한 훈둔국이라는 것을 파는데

현지에서 그 훈둔을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중국식 물만두를 파는 훈툰허우(馄饨侯)

체인점이라 베이징 여기저기에 있는데 우리는 고루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갔다

 

아무리 봐도 대륙 깔맞춤 제대로 하고 왔다

 

다시 말하지만 '순생'이 붙은 맥주는 정말 밍밍하다

 

맑은 국물 하나, 빨간 국물 하나 주문했다

보기완 다르게 별로 맵지 않고 고수가 듬뿍 들어가서 좋았다 ㅎㅎ

 

피가 두꺼운 만두를 추가해서 먹었는데 이건 별로...

피가 얇은 훈툰이 이 집 전문인가보다

 

저 뒤로 보이는 게 바로 고루(鼓樓), 옛날에 북을 쳐서 시각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너무 덥고 장성 다녀오느라 힘들어서 그냥 그렇구나...하고 쓱 훑어보기만 하고 일단 호텔에 와서 휴식을 취했다

 

 

 

체력을 회복한 후에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이번 메뉴는 훠궈!

지난 여행에서 하이디라오에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체인점인 샤부샤부(呷哺呷哺)를 선택했다

꽤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찾아가기 편한 곳으로 아무데나 가면 될 듯

 

마치 일본 음식점처럼 혼자 먹을 수 있는 바 형태의 좌석도 있고, 여럿이 먹는 테이블석도 있다

혼밥석(?)이 남아돌긴 했지만 테이블에 앉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가 착석할 수 있었다

 

지점마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영어 메뉴가 있는 곳도 있고 그림 메뉴가 있는 곳도 하는 모양이다

기본적으로는 김밥천국처럼 종이에 원하는 메뉴를 체크해서 주문하는 방식인데, 당연히 중국어로만 쓰여있다

한국 블로그 검색 및 구글 번역을 이용해서 실수없이 주문할 필요가 있다

 

양고기, 소고기, 그리고 각종 야채까지 푸짐하게 주문~

이제 중국의 맛에 적응이 다 된 건지 마라탕도 전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훠궈^^

 

 

 

짧은 밤거리 산책, 베이징의 번화가 싼리툰(三里屯)

 

화려한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 싼리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건물은...

이 시국에 썩 적합하지는 않은 유X클로 간판이 유독 돋보이는 타이쿠리(太古里)라는 쇼핑몰이다

 

타이쿠리 앞 횡단보도의 인파 역시 장난이 아니다

빨간 불에도 사람들이 무작정 건너고, 녹색 불에도 차가 멈출 생각을 않는 와중에 누구 하나 다치는 일이 없으니

그거 참 황당하고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 곳에 나름 핫한 루프탑 바가 있다고 한다

Topwin Center(通盈中心)라는 쇼핑몰 5층으로 가면 The Roof라는 간판이 보인다

막상 들어가면 마치 클럽같은 분위기에 당황하게 되는데, 루프탑 가고 싶다고 하면 올라가는 계단으로 안내해준다

 

제법 세련된 분위기~

 

 

베이징의 밤하늘은 미세미세... 미세먼지로 가득한 뿌연 하늘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하려 하는데, 테이블에 앉으려면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고 한다
(위스키 한 병 쯤은 주문해야 나올 법한 금액...)

가볍게 음료 한 잔씩만 마실 생각이어서 바 좌석으로 슬그머니 이동...

 

좀 좌충우돌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잠시 음료 한 잔과 함께 고된 하루를 되돌아본다

 

그래... 칵테일도 술이었어...

 

 

이제 호텔로 돌아가서 마무리해야지

 

...마무리는 무슨.

오늘의 이과두주! 홍성과 함께 유명한 이과두주 브랜드인 우란산(牛栏山) 되시겠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먹는 이과두주이긴 하지만 약간 고급스러운 패키징과 함께 특별판으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있다

'우란산 백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살짝 고급스러워 보이는 42%짜리를 하나 구입했다

 

상자를 열면 이런 귀여운 녀석이 떡 하고 등장!

홍성 이과두주는 맑고 청량한 느낌이 특징이라면 우란산은 약간 개성있는 향이 가미되어 있다

아주 고가의 바이주에서 느껴지는 장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개성있는 술이라 생각된다

...물론 워낙 독한 술이라 두어잔 들어가다 보면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죄다 날아가버리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