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9 Beijing

베이징 식도락 여행 - 넷째 날 / 190803

lsgwin 2019. 10. 7. 01:20

페닌슐라 호텔의 조식을 알아보자

 

...뭐지 이게 다야?

 

180위안이면 최상급 호텔임을 감안할 때 비싼 가격은 아니긴 한데...

 

차라리 제대로 가격 받고 완벽한 퀄리티의 조식을 제공해주는게 낫지 않을까 아쉽긴 하다

 

호텔 수영장 가는 길

그래도 여름 여행인데 물놀이 좀 해 볼 까 했는데...

 

...이건 물놀이가 아니라 수영 강습을 받아야 할 분위기다

(수영장에서 사진을 찍지 못해서...

출처는 페닌슐라 베이징 공홈 https://www.peninsula.com/en/beijing/5-star-luxury-hotel-wangfujing)

 

부대시설은 썩 만족스럽진 않은 걸로 마무리하고, 오늘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애초에 계획했던 베이징 여행의 컨셉은 'Old & New', 오래된 수도로써의 베이징과 현대적인 베이징을 비교하는 것...

이었는데 현실은 이과두주만 비교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어쨌거나... Old한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전에 봤다는 이유로 대충) 봤으니 오늘은 New에 해당하는 여행을 해 본다

 

몇 년 전에 작고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고 하는 왕징 소호(望京SOHO) 건물

한국의 동대문 DDP를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길쭉한 돌멩이 같이 생긴 건물이 3동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태

꽤나 높은 건물이라서 근처에서는 제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

 

같은 건축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DDP를 거니는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도 같다

 

와이프님 인증샷 찍어줄려고 했는데 구도 잡기가 쉽지가 않다

 

어라 난 잘 찍어줬네

 

아...이렇게 하면 잘 나오는구나

 

실제 건물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실제 건물을 이렇게 찍으려면 드론이라도 날려야 할 판

 

간판 앞에서 인증샷 하나 찍고!

 

한참 멀리 걸어서 나와야 이 정도로 건물이 한 눈에 보이게 된다

 

다시 인증샷 타임~

 

사이좋게 하나씩 인증샷을 찍어주는 모습

 

 

 

재미있는(?) 점심을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왕징이 베이징의 한인촌이라 그런지 이 지역에 평양 옥류관의 분점이 있다고 해서 찾아와 보았다

 

널찍하고 쾌적한 분위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어... 잠시 한국에 돌아온 기분이다

그냥 '금수강산'이란 한국말이 보인 탓이겠지만...

 

합법적으로(?) 대동강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이지 않을까...

이걸 팔길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주문했다

 

와 진짜 평양에서 만들었네 이거

 

이북식 김치를 일단 주문했다

남부지방 김치가 각종 젓갈에 절여져서 짭짤한 맛이 나는 반면 이북의 김치는 정말 심심하고 담백하다

 

이 곳에 온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진짜 평양냉면!

서울에서 먹던 평양냉면과는 영 느낌이 다르다

양념장을 올려서 주다니! 순 메밀면이 뚝뚝 끊어지기는 커녕 찰기가 넘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이북 말투를 쓰는 종업원이 식초를 넣어서 먹으라고 직접 설명해주는 점이었다

도대체 내가 그 동안 서울에서 먹은 평양냉면은 무엇이었는가...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평양냉면이란 것이 오랜 옛 기억에 의존해서 그런지, 수십년의 세월 동안 평양도 많이 변했는지,

그 동안 먹어왔던 냉면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 일견 재밌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그랬다

 

진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밥 다 먹었으니 다시 여행하자

 

 

 

베이징의 현대적 건축물을 하나 더 보러 간다

베이징의 상업업무지구인 CBD 지역

 

흔히 생각하는 베이징의 이미지와는 다른, 마치 여의도나 역삼동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상당히 많은 고층 빌딩이 줄줄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딱 눈에 띄는 희한한 건물 하나.

 

묘하면서 무서운 구조의 건물...

 

베이징 방송사 CCTV의 신사옥(中央电视台总部大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발맞추어 현대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지 이런 빌딩을 건설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하도 커서... 제대로 보려면 사거리 대각선 방향에 있는 쇼핑몰의 테라스에서 보는 게 좋다고 한다

쇼핑몰 이름은 China World Mall(国贸商城)

 

다른 건물들도 예사롭진 않지만,

 

일단 CCTV의 이 건물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길 건너서 보니 이 정도로 보이긴 하는데, 쇼핑몰에 올라가서 보면 어떨까

 

오... 시야를 가리는 것들이 좀 사라지니 더 잘 보인다

 

하지만 테라스의 난간이 꽤 높으니 카메라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서 사진을 찍도록 하자!

...와이프는 셀카봉에 꽂아서 쉽게 사진을 찍더라

다들 셀카봉을 구입하도록 하자;;

 

옛 감성의 사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찍어본 사진

 

쇼핑몰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간식 타임~

 

 

예전과는 다르게 여행하면서 뭐 하나 보고 나면 힘들어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야만 하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ㅠㅠ

 

 

 

이제 저녁 먹으러 가는 길

베이징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전통적인 가옥 양식이 보존된 좁은 골목길을 후통(胡同)이라고 하는데

스차하이의 후통 쪽에 위치한 식당에 찾아가는 중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15분 가량 걸어서 가는 길인데

8월의 베이징 여행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한적함'이라는 기분이 잠시 생겨났다

 

어쩌다 차가 한 대 씩 지나가는 정도...

이곳이 스차하이인 만큼 해가 저물고 나면 이런 한적함도 사라지겠지

 

예전 여행에서는 밤에 잠시 들른 정도라서, 이렇게 훤한 스차하이는 또 새롭다

 

어떤 공원에 들어가보니 새가 지저귀고,

 

길거리에서는 개들이... 어...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저 호수 건너편까지 가면 예전에 내가 갔던 화려하고 정신사나운 스차하이의 번화가가 나타날텐데

아마도 해가 지고 나서야 그런 모습이 보일 것 같다

 

어쨌거나 호객행위가 난무하는 그 스차하이의 기억보다는 이런 평화롭고 유유자적한 느낌이 더 맘에 든다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 봅시다

 

 

 

New 컨셉 좀 해 봤으니 다시 Old로 돌아와서,

수백년 간 수도 역할을 한 도시이니만큼 왕실이나 고위 관료들이 즐기는 고급 음식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왕실의 요리는 궁정채(宮廷菜), 관료들의 요리는 관부채(官府菜)라고 불린다

지금도 관부채의 요리법을 고수하며 어느 정도의 창작과 퓨전을 곁들였다고 하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이름하야 려가채(厉家菜, 리자차이), 려씨 집안의 음식이란 뜻이다

 

간체자가 아닌 번체자로 또박또박 적힌 려.가.채.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중국의 고급 요리는 샥스핀, 해삼, 제비집스프라고 하길래

일단 샥스핀이 포함된 메뉴 하나 선택

 

제비집스프는 더 비싼 메뉴를 뒤져야 나온다...

 

모든 메뉴에는 이 구성의 전채와 후식이 포함되어 있다

도대체 2868위안을 내면 뭐가 나오는 것일까...

뭐 980+1398위안도 만만치 않긴 하다

 

예약은 도저히 중국어로 할 자신이 없어서 호텔 컨시어지에 부탁해두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세계적인 명사들도 찾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Small dishes에 해당하는 전채요리들이 일단 나온다

 

서양식 코스요리처럼 하나하나 먹고 다음 요리를 주는 건 아니고, 일단 잔뜩 깔아놓고 나오는대로 계속 옆에 꽂아준다

 

의외로 저 네모난 튀김이 기가 막혔다

기본적인 이 식당의 컨셉은 '자연주의', 센 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데 고기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말 그대로 사기다 이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감탄과 경악의 눈빛을 교환하며,

일견 평범해보이는 음식들이 혀 위에 올려지기만 하면 펼쳐지는 예술의 작두를 타기 시작한다

'새우가 왜 이런 맛이 나지?'

 

전복과 아스파라거스

 

샥스핀 스프... 정말 기가 막히다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라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야채만 볶아줘도 맛있다

아니, 맛있다는 말보다 더 나은 표현을 알지 못 하기 떄문에 이 곳에 죄송할 지경이다

 

여기서도 해삼이 나오는 걸 보니 해삼도 고급 요리이긴 한가보다

 

배추 위에 돼지고기, 아 몰라 다 베스트였는데 이게 일단 베스트

 

이게 제비집스프!

...사실 최고급 중국요리라길래 먹었는데 뭔 맛인진 모르겠다

 

가지볶음도 가히 뭐 신의 경지

 

생선 바르는 게 귀찮아서 안 먹는 성격인데

...그래서 생선은 와이프님이 발라주셨다

 

마지막 메인 요리는 베이징 덕

음... 이건 유명 베이징 덕 전문점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껍질은 눅눅하고 살코기는 퍽퍽하고...

 

슬슬 식사의 마무리... 개운한 완탕 스프가 나온다

 

 

 

이 정도가 디저트... 요리들의 수준에 비해 디저트가 좀 아쉽긴 하다

 

도대체 우리가 맛에 취한 건지 어마어마한 가격에 취한 건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음식에 집중하게 되는 엄청난 수준의 요리였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쉬운 점이라면

베이징 덕에서 시작되는 실망감이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점,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제공된 요리를 우리가 다 먹든가 말든가

나오는대로 계속 요리를 순서도 없이 대강 놓아주는 점?

 

그래도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에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높은 사람에게 이렇게 요리를 대접했겠구나... 하고 즐겁게 즐기고 왔다

 

 

 

마지막 날인데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경산공원에 가서 자금성의 야경을 보러 갔다

(헛수고하지 않도록 : 자금성은 밤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

 

가로등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스마트폰 후라쉬(?)를 비추면서 올라갔는데

 

뭐 보이는 게 없다...

해 질 녘의 야경을 보는 거지 해가 진 후엔 뭐가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깨닫는다

 

내일 귀국해야 하는데 이과두주는 좀 무리인가 싶어서...

가볍게 맥주로 이 밤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