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3 Aomori

셋째 날 : 참치의 마을 오마 / 230803

lsgwin 2023. 9. 15. 08:05

나는 대체로 여행의 컨셉을 잡고 거기에 극단적으로 맞춰서 계획을 짜는 편이다

당초에는 네부타 마츠리에 맞추어 아오모리현 여행을 하려 했으나, 부득이하게 해저터널을 타면서까지 현을 잠시 벗어나 홋카이도에 하루 머물게 된 이유가 있었으니!

 

언제였던가, 티비 채널 여기저기 돌려보다가 일본 다큐를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보았던 참치를 외줄낚시로 낚는 오마(大間)라는 마을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오모리현의 관광지를 찾다 보니 바로 그 '오마'라는 이름이 나오더라

그리하여 아오모리시에서 하루 다녀오면 되겠지... 싶었는데 이게 동선이 만만치가 않다

도끼 모양으로 희한한 지형이라 말만 같은 현이지, 기차-기차-버스 순으로 갈아타야 하고 4시간 정도 걸린다더라

 

어떻게든 가고 싶은데... 하며 검색해보니 하코다테에서 페리를 타면 1시간 30분이면 바로 간다고 한다

(말로 설명하니 복잡해서 구글맵을 첨부해 보았다)

 

그리하여, 이왕 가는 거 하코다테 구경 잠시 하고 다음날 페리를 타고 오마에 도착한 후

돌아갈 때는 얼마나 고생스럽게 가나 체험하기 위해 육로 교통을 이용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제부터 오늘 여행 이야기.

하코다테에서 묵었던 센추리 마리나의 조식이 아주 유명하다고 하여 이용해 보았다

 

6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소 좁긴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메뉴 구성을 갖추고 있다

 

셀프로 만들어 먹는 시오라멘도 시도해 보았는데... 이건 그냥 그랬다

 

일식 중식 양식 다양하게 먹을 수 있었고 퀄리티도 상당히 우수했다

 

자리에 놓인 안내문을 보니 카시와나베(かしわ鍋)라는 걸 따로 주문할 수 있나보다

 

부탁했더니 바로 이렇게 냄비에 담아서 끓여먹을 수 있게 준비해준다

상당히 맛있어서 이게 뭔가 찾아봤더니 닭고기를 사용한 나베 요리라고 한다

 

사실 후기에서 다들 언급하길래 놀라진 않았지만, 조식에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찍진 않았지만 "모닝 스파클링"이라고 크게 써붙인 걸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아주 살짝 한 잔만 맛보고 조식을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 조식 부페를 만족스럽게 먹은 적이 평생에 2~3번 정도로 손에 꼽힐 정도인데

음... 여기는 역대급 조식으로 기억될 것 같다

 

 

 

조식을 배터지게 먹고 이제 오마로 가는 페리를 타러 간다

호텔 근처에서 페리 터미널로 가는 셔틀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기가 하코다테 페리터미널(函館フェリーターミナル)

홈페이지 https://www.tsugarukaikyo.co.jp/ 에서 하코다테-오마 간 페리를 예약할 수 있다

 

요렇게 생긴 배를 타고 90분 정도 타고 간다

 

차량을 태울 수도 있는 꽤 큰 배였다

 

배에 탄 후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객실로 이동

 

운임 체계는 퍼스트 시트 / 캐주얼 시트/ 스탠다드 순인데

1등석에 해당하는 퍼스트 시트(ファーストシート)를 미리 예매해 두었다

운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런지 퍼스트와 캐주얼은 금방 매진되는 것 같다

 

스탠다드 석도 잠깐 구경해 보았는데

예전에 제주도 배 타고 가던 시절 생각이 나더라

 

배 안에서 맥주도 팔던데...

진짜 먹고 싶은데... 잠시만 쉴께요

 

배 안에 비치된 오마 관련 팜플렛을 살짝 읽어보았다

 

일본어를 제대로 읽을 줄은 몰라서 구글 번역을 돌려보니

2019년에 278킬로짜리 참치가 3억 3360만엔에 팔렸다고 한다

찾아보니 새해 첫 참치 경매라는 의미부여까지 곁들여 그렇게 되었다고...

 

배가 커서 그런지 전혀 멀미나 불편함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오마 페리터미널 안에 있는 참치 모형 ㅎㅎ

 

우리나라로 치면 해남 땅끝 정도의 입지와 인프라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버스가 있긴 하지만 하루 5회 정도만 운행하기 때문에 계획을 짜기가 무척 어려웠다

 

음... 선유도에서 살던 시절 생각도 나고

정말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그리 나쁘진 않았다

 

가뭄에 단비처럼 페리터미널 근처에 딱 한 군데 렌트카 업체가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오릭스 렌트카(オリックスレンタカー 大間フェリー埠頭店)에서 오늘 하루 이용할 경차를 수령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경차로도 충분하고, 여기에서도 경차만 취급하고, 거리에서도 거의 경차만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귀여운 붕붕이를 몰고 오마의 참치를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이름이 무척 어려운 魚喰いの大間んぞく라는 작은 식당

타베로그 평점이 높은 곳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가게 분위기가 정말 재미있다

 

오마의 참치 낚시 사진도 다양하게 있어서 구경해 보았다

 

근데 막상 이 촌동네조차 오타니에 미쳐 있더라 ㅎㅎ

너무나 당연하게 에인절스 경기를 틀어주는 모습!

 

3색 마구로사시미 정식(3色マグロ刺身定食)

거기에 우니까지 추가해서 먹었다

 

사실 아직 참치 제철은 아니라고 들어서 기대와 걱정이 섞인 마음으로 처음 맛을 보았는데

오... 여태껏 먹어보지 못한 참치 맛이었다

해동된 참치가 아닌, 정말 바다에서 잡아온 참치의 맛이란 이런 거구나!

마치 우수한 돼지나 소고기에서 기분좋은 육향이 느껴지듯 참치의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맛

우니도 상당히 맛있었는데 지금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이 참치 한 접시의 감동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봄철에 가게 되면 오마 참치 개시도 안할 시점이라 다른 지역 참치나 냉동 참치를 준다고 하던데,

혹시나 해서 계산하면서 "오늘 나온 게 오마산 참치인가요?" 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감동의 참치 식사를 마치고 잠시 오마 마을을 둘러본다

 

여기는 오마 관광안내소

눈에 잘 띄진 않는데, 저기 T라고 쓰인 빨간 동그라미가 버스정류장 표시이다

 

이건 특산물 파는 가게

 

오마 최북단에 위치한 오마자키(大間崎)

*崎 : 우리말로 '곶'에 해당

 

이 동네의 유일한 랜드마크, 참치 석상

여길 돌아다니고 있으니 왠지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도 들고... 괜히 기분이 들뜨게 된다

 

아오모리의 최북단이니 당연히 혼슈의 최북단이기도 하다

그렇게 적어놓은 비석도 놓여 있다

 

 

'혼슈최북단 오마자키'

 

저 녹색 건물도 민박이자 유명한 참치 식당이었는데

만약에 첫 식당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가려고 했던 곳이지만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다^^

 

 

 

랜드마크에서 사진 좀 찍어보려는데... 셀카로는 여엉 각이 안 나온다

 

지나가던 일본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아저씨 렌즈를 카메라로 가리셨어요...

 

그래도 찍어주셨는데 미안해서 잠시 그 분 떠나길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는데

저기요... 구도가 삐딱하잖아요...

뭐 그래서 멋진 사진을 얻진 못했다

그래도 즐겁다, 이 참치의 본고장에서 직접 참치를 맛보고 이 곳을 걸어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 다시 렌트카를 몰고 근처 풍경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

 

 

 

일단 사이무라(佐井村)라는 마을로 이동해서 배를 타고 가게 된다

 

이런 작은 배를 타고 30분 가량 이동해서,

 

호토케가우라()라는 곳에 도착했다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 작용에 의해 웅장하면서 기이한 형태의 절벽이 형성된 곳이다

 

배 타고 30분 - 관광 30분 - 돌아가는 배 30분

이렇게 짜여진 스케쥴대로 티켓을 팔기 때문에 여기서 딱 30분만 머무르게 된다

사실 둘러보기 충분한 시간이라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

 

멋진 풍경임에는 틀림없는데...

작년에 뉴질랜드에서 보았던 커시드럴 코브와 비슷한 느낌이 약간 든다

 

거기서도 이런 잘록하고 길쭉한 바위가 있었던 것 같기도...

 

 

정말 멋있긴 한데,

어린 시절 제주도에서 본 주상절리가 더 멋있지 않았나... 내 느낌으론 그렇다

 

 

 

 

 

 

상당히 멋있고, 날씨까지 맑아서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이었는데

이상하게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하도 그간 여행을 많이 다녔던 탓인가

아니... 아직 난 평생 할 여행의 반도 못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 곳에선 이런저런 잡념이 들어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와서 보니 그냥 피곤했던 것 같다...^^

 

렌트카를 딱 5시간 빌렸는데 아직 시간이 남았다

날은 상당히 덥고, 더 이상 이 동네에서 할 게 없는 상황

뭐라도 좀 해볼까 하고 머리를 굴리다가 에어컨 쐬고 싶어서 동네 마트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해산물 코너가 아주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시샤모 구워먹고 싶은데... 물고기도 맛있어 보이고...

 

참치도 팔길래 먹어볼까 했는데...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기도 했고, 여기서 파는 참치의 퀄리티가 어떨지 예상하기 어려워서 포기

 

멍게... 저것도 맛있어보인다

 

결국 마트에서 산 건 이 정도의 안전빵 간식 몇 가지 뿐... ㅎㅎ

 

이제 렌트카를 반납한 후

아까 언급했던 하루에 5대쯤 온다는 그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

이제부터 버스와 기차를 타고 4시간 정도 이동하게 된다

 

그래도 페리터미널 앞 정류장에는 커다란 표지판이 놓여 있다

 

이건 뭐 그냥 흔한 시내버스의 모습...

이걸 타고 90분 가량 일단 시모키타(下北) 역으로 이동한다

이것부터 쉬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종점에서 내리면 되니 멍때리고 있으면 도착하긴 한다

* 이 동네 버스는 스이카 안 먹힌다. 현금만 받는다

 

아주 작고 귀여운 시모키타역

 

선로 딱 하나만 있는 작은 역이다

 

열차도 딱 한 칸 짜리 귀여운 열차!

내부는 지하철처럼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진 형태의 좌석이라 그리 편하진 않았고, 이걸로 1시간 40분 정도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하치노헤(八戸)라는 낯선 도시

축제가 시작되는 8월 2일부터는 아오모리 시내 뿐 아니라 근교 호텔 예약이 완벽하게 매진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칸센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이동하기로 계획하였다

(심지어 하치노헤 호텔들도 가성비 좋은 곳은 6개월 전부터 매진된 상태였다)

 

마침 그런 목적에 부합하게도 하치노헤 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는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JR East Hotel Mets Hachnohe(JR東日本ホテルメッツ 八戸)라는 아주 이름이 긴 호텔...

 

전형적인 일본 비즈니스 호텔의 모습이고 가격도 2박에 17,800엔으로 저렴했다

콘서트 취켓팅하듯 간신히 구한 곳인데 아주 만족!

 

 

 

그래도 오늘은 뭘 타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서 다리는 쌩쌩한 느낌

밤이 되니 배도 고프고 근질근질해져서 하치노헤라는 곳 구경도 할 겸 짧은 외출을 다녀보았다

이 도시도 신칸센이 다니는 하치노헤(八戸) 역과 번화가가 위치한 혼하치노헤(本八戸) 역 사이를 기차로 이동하는 구조였다 (약 9분 소요)

 

여기도 축제 중... 이 시기 일본은 죄다 축제인건가

 

거리에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도 꽤나 북적거려서 제법 축제 분위기가 난다

생전 처음 듣는 도시 이름이라 아주 작을 줄 알았는데, 아오모리 현 내에서는 2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아오모리시 약 26만, 하치노헤시 약 21만)

 

뭔진 모르겠지만 하치노헤의 핫플 아닐까

 

여기는 포장마차 컨셉의 가게들이 이어져 있는 골목, 미로쿠요코초(みろく横丁)

일본 도시들의 구시가지 번화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조의 모습이다

 

그 중에 하치노헤 특산물 중 하나인 고등어를 전문으로 하는 사바노에키(サバの駅)라는 가게에 입장

* サバ : 고등어, 駅 : 역, 그러니까 '고등어 역'이라는 재미있는 뜻을 가진 가게 이름이다

 

이 지역 사케를 마시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지!

하치노헤의 사케 무츠핫센(陸奥八仙)을 먹어본다

약간 달달하면서 향긋한 느낌... 목넘김도 부드러워서 만족스러웠다

 

기본 반찬으로 이거 하나 나오는데 이게 상당히 알차고 맛있다

 

일단 3가지 맛으로 절인 고등어(시메사바/쇼유맛/미소맛)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두툼하고 싱싱한 고등어... 너무 맛있다

 

이건 그냥 고등어 사시미

내가 정말 먹고 싶었던 건 이거였는데 마찬가지로 두툼하게 썰어줘서 맛이 아주 깊고 진하다

 

안주도 할 겸 해서 시켜본 하치노헤 향토요리 센베이지루(せんべい汁)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센베'라고 부르던 바로 그건데... 그런 형태의 과자를 국물에 넣으면 흐물흐물해질테니

여기서는 국물에 넣기 위해 약간 수제비 느낌으로 떡지게 반죽을 해서 넣는다

식감이 쫀득쫀득한게 재미있고 국물 맛도 아주 개운하다 좋은 안주였다

 

두번째로 주문한 사케는 덴슈(田酒)

이건 아오모리산 사케인데,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한 사케여서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처음 먹어본다

역시나 맛있었고, 두 번째 잔이라 그런지 맛이 좀 은은하게 느껴져서 정확한 표현은 어려울 것 같다

(뭐... 기억 안 난다고 하자...)

 

잔에서 넘쳐 아래 받침에 흐르도록 따라주는 게 일본식 주도라고 하는데...

그 받침이 넘치기 직전까지 따라주는 특급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내 바로 앞에 멍게가 놓여 있었는데 그게 참 크고 실해 보이더라

 

바로 주문해서 먹었다

아주 신선하고 맛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니 이런 티켓을 기념품으로 준다

'고등어 역'이라는 컨셉에 아주 충실한 모습이랄까...

 

2차도 가자!

아지노멘쇼(のめん匠)라는 라멘 가게였다

 

오토코야마...? 이건 홋카이도 술 아닌가 의아해해면서 주문을 일단 했는데

자세히 보니 무츠오토코야마(陸奥男山)였다...

'무츠'라는 게 이 지방의 옛 지명이라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하와이인줄 알았는데 부곡하와이인 느낌?

어쨌든 이 동네 사케인 건 맞고, 맛을 보았는데 좀 평범했다

(물론 3번째 사케이니 점점 미각이 사라지고 기억도 희미해진다는 건 고려해야겠지만.)

 

미니사이즈 라멘을 팔아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치노헤 라멘'이라고 해서 아오모리와 따로 분류를 하기도 하던데 사실 여기도 니보시 국물이고 거의 비슷하다

아오모리의 맑은 니보시 라멘과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고 실제 맛도 그랬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자

말 그대로 역에 붙어있는 호텔이었군.

 

호텔 맞은편에 편의점이 있길래 안 들르긴 아쉬워서(???) 살짝 집어왔다

드디어 내일 네부타 마츠리를 보러 가는데 미리 정보도 좀 살펴보고 하다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