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2 Australia

120929 Melbourne(3)

lsgwin 2012. 10. 18. 22:34

멜버른 마지막 날

단데농이라는 산동네 마을에 가서 증기기관차 '퍼핑빌리(Puffing Billy)'를 타고 오기로 한다

 

우선 기차를 타고 한 시간 가량을 가야 한다

 

막간을 이용해 현지 신문도 읽어봐야지...

하여간 기차를 타고 내리면 이런 표지판이 보이는데

 

그리 멀지는 않지만 슬슬 걷는게 힘들고 귀찮아지는 시점이다

 

바로 이것이 퍼핑빌리라는 기관차

이런 식으로 뻥 뚫려있는 객차를 타고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뚫려있다는게 문제가 되는데, 이 날 날씨가 무척 추웠기 때문이다

이틀 전만 해도 20도를 웃돌 정도로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날씨였는데

이날은 6~7도 정도인데다 바람도 거세고

잠시 후엔 소나기까지 쏟아지는 아주 조....ㅎ지 않은 날씨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퍼핑빌리는 출발~

 

약간만 지나면 이런 목재 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리고 퍼핑빌리를 타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룰...같은 게 있는데

 

이렇게 옆으로 걸터앉아서 다리를 밖으로 빼 놓고 타라는 얘기를 어디서 줏어듣고 온 터였다

추워서인지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았지만

 

시도해봤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칙칙폭폭

정말 적절한 의성어인거 같다

요즘 기차에서는 들을 수 없는 그 소리를 듣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되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옛날식으로 석탄을 때서 움직이는 기관차라서 달리다 보면 석탄가루가 자꾸 얼굴로 날아들게 된다

 

열심히 달리는 도중에 찍은 짤막한 영상

 

종점까지는 두시간이 걸린다는데 그렇게까지 탈 생각은 없었기에

30분 정도 가다 보면 나오는 첫번째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래도 인증샷 하나 정도는 찍어줘야지

 

그런데 막상 내려보니

 

...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양들이 한가롭게 풀이나 뜯어먹고 있는 한가로운 산동네의 모습

여유롭고 좋긴 하지만 이런건 10분만 보다보면 심심해지기 마련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고...

돌아가는 편은 2시간 후에나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까지;;

 

그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녀보니 주택이 몇 개 있었다

말 그대로 전원주택인 셈인데

노후에 이런 데 와서 살면 좋을까 안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좋고 안좋고 간에 그럴 돈은 평생 일해봤자 절대 못 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이런 나무는 베어내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겠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그렇게 추위에 떨며 산 속을 떠돌다가 다시 퍼핑빌리를 타고 돌아갔다

 

멜버른에 돌아오니 4시쯤 되었다

생각해보니 점심을 안 먹었네?

먹어야지

 

좀 난데없긴 하지만 그리스 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왼쪽은 케밥과 유사한 '수블라키'이고 오른쪽은 고기와 야채를 어영부영 버무려 위에 치즈를 얹은 '무사카'라는 음식인데

나는 이런 것도 그럭저럭 먹는 편이지만 친구는 별로 맛이 없었던 모양

 

상당히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창문도 없는 열차를 탔던 데다가 배가 좀 채워지고 나니

이불덮고 한숨 자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눈을 잠시 붙이고 일어나보니 밤이 되었다

아니 7시쯤이니 밤이랄거까진 없지만 해가 완전히 저물었으니 밤이지 뭐

무슨 소리여 밤이란거여 아니란거여

 

 

 

밤에 보는 플린더스 스테이션의 모습

 

멜버른을 가로지르는 야라 강(Yarra River) 주변의 모습

 

이렇게 보니 꽤 멋있는 곳 같기도 하다

 

3일간의 멜버른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

호주다운 모습보다는 현대화된 고층 건물이 즐비한 흔한 도시의 모습에 가까웠지만

그렇기에 멜버른이라는 곳은

외국 여행지가 아니라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흔해빠진익숙한 느낌이었다

 

좋았다는 건지 별로였다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