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Europe

59일차, 로마 / 130610

lsgwin 2014. 4. 16. 21:01

로마는 참 볼 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그러면서도 좁은 범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들이 많아서 돌아다니는 데에 큰 불편함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로마에서 머무른 5일 중 바티칸 투어에 하루, 남부 투어에 하루를 쓰다 보니 로마 시내 관광은 3일 뿐이었는데

남부 투어는 빼고 로마에서 4일을 보내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긴 했다

 

어쨌거나, 오늘은 로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기에 꼭 가 보고 싶은 곳들로 선별해서 알찬 일정을 짜 보았다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이라는 곳을 우선 방문하였다

로마의 휴일에 나와서 유명해진 진실의 입이 바로 이 성당 한 구석에 놓여있기 때문!

 

진실의 입(La Bocca della Verità)

여기에 왔다면 누구나 예외없이 해 보는 짓이 있는데...

 

입 안에 손모가지 집어넣고 짤리나 안 짤리나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렇게 멀쩡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걸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여기서 사진 찍으려면 0.50유로를 내야 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사실 입장료 명목으로 몇 유로 정도 받아도 할 말 없는 유명한 곳이라 이 정도면 헐값이지 싶다

 

성당 자체는 매우 작고 아담한 느낌

 

성당 앞에는 아주 역동적인 모습의 분수대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이제 '캄피돌리오 광장(Plazza del Campidoglio)'으로 간다

 

카피톨리노 언덕 위에 세워진 이 광장과 주위 건물들은 모두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것!

중앙에 위치한 세나토리오 궁전은 시청사로 사용되는 건물이고, 양쪽에는 누오보 궁전과 콘세르바토리 궁전이 있다

이 양쪽의 건물은 평행하게 위치한 것이 아니라 살짝 안쪽으로 수렴하는 각도로 배치되어 있다

이것 또한 미켈란젤로가 의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정확한 의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멋있는 걸 보면...

 

항상 따라하고 싶어진다

 

계단 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광장의 모습

안쪽으로 수렴하는 건물의 배치, 가운데 위치한 기마상, 바닥에 그려진 문양, 이 모든 것들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긴 하겠지

허나 그런 건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평범하지 않고 독창적인 설계라는 느낌이 들어서 왠지 정감이 가는 공간이었다

 

광장에서 내려가는 길

이 계단까지 미켈란젤로가 만든 것은 아니겠지 설마?

 

이탈리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 또 하나는 역시 커피~

명품 커피라는 칭송이 자자한 타짜도로라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한국에서는 거의 아메리카노로 먹는 편인데 묘하게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라떼를 먹었던 것 같다

아무튼 커피 맛은 상당히 좋다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의미를 가진, 로마의 판테온(Pantheon)

 

일단 판테온 앞 광장에 있는 분수대와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눈길을 끈다

물론 오벨리스크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

 

분수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신전 정면의 모습

본디 판테온은 기원전 27년 아그리파에 의해 건축된 것이었는데, 화재를 입고 125년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와보았다

 

건축적인 면에서 판테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돔 형태의 지붕이다

로마에서 돔 구조를 가진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하는데, 요즘처럼 철근을 써서 강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던 고대 시절에 이처럼 거대한 돔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완벽에 가까운 놀라운 설계와 그것을 실현해낸 기술력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꼭대기가 뻥 뚫려있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바로 이 곳에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는 점이다

비토리오 엠마누엘 2세, 움베르토 1세 같은 국왕의 무덤도 있지만 왕을 능가하는 인지도를 자랑하는 라파엘로의 위엄!

 

여기에 그의 무덤이 있다...

 

그 위에는 라파엘로의 흉상이 놓여 있다

바티칸 투어에서 가이드가 해 준 이야기가 기억이 나는데,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외모적 특징을 비교하면서 한 이야기가

"미켈란젤로는 무척 고집스러운 성격에 집안 형편도 어려웠고 얼굴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추남형이었는데 오래 살기까지 했다

반면 라파엘로는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미소년 이미지의 잘 생긴 얼굴까지 덤으로 얻었는데 단명하고 말았다" 하고 설명해 주었다

 

그걸 참고해본다면 이게 라파엘로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판테온에서 나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던 도중 어떤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로마를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 한가운데에 콩알만한 섬이 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티베리나 섬'이라는 이름의 섬인데 딱히 유명한 동네는 아닌 것 같다

 

로마에서 만난 다소 이색적인 모습이라 간단히 사진을 남겨본다

 

아무튼, 꽤 오랜 시간을 걸어 도착한 이 곳은 '쟈니콜로 언덕'

가리발디 조각상이 눈 앞에 보인다면 언덕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뜻이다

 

가리발디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잠시 감상~

 

쟈니콜로 언덕 정상에 위치한 가리발디 광장

꽤 높이가 있는 언덕이기 때문에 로마 시내 전망을 보기에 좋은 곳이라고 해서 와 보았다

 

어째 좀 오래 걸리더라니...

전망이 어느 정도 보이긴 하지만 너무 멀리 보인다;;

 

시력이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로마의 특징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카메라 줌을 바짝 땡겨보니 저 멀리 베네치아 광장이 보이는 것 같긴 하다

아무튼 너무 멀어...

 

여긴 굳이 전망을 보러 올라가기보다는, 혼잡한 로마 관광지에서 잠시 벗어나 맑은 공기라도 마시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이름이 매우 복잡한 성당인데,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 연작'이라는 유명한 작품이 걸려 있는 곳이다

 

성당에 들어서니 이렇다

 

꽤 유명한 그림인지 여기 주변에 방문객들이 모여 있었다

3개의 이어진 주제를 표현한 성 마태오 연작으로, 좌측부터 '성 마태오의 간택', '성 마태오와 천사', '성 마태오의 순교'가 되겠다

 

 

종교엔 문외한이라 그 숨겨진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참 잘 그린 그림이구나'하는 단순한 감상 또한 무의미한 것은 아니리라

 

점심식사는 어김없이 맥주 한 잔과 함께

 

해물이 듬뿍 들어간 피자를 맛보았다

이탈리아 피자는,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황당할 정도로 맛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탈리아 맥주 브랜드인 나스트로 아주로 생맥주도 꽤 괜찮았다

 

피자만 원없이 먹어도 이탈리아 여행은 본전은 뽑는 셈이라고 본다

 

 

 

포폴로 광장에서 찍었던 사진이 뭔가 구도 면에서 좀 아쉬워서 다시 찍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나도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게 여행이다

 

마지막 목적지인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

여기도 이름 한 번 되게 복잡한데... 여기에는 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상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상이라는 피에타, 다비드상, 그리고 바로 이 모세상

 

좀 더 자세히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들은 한결같이 정교함의 끝을 달리는 듯 하다

굳이 이 작품 하나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생소한 성당을 찾아오게 만드는 힘,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이 갖는 효과일 것이다

 

이제 로마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역사 책, TV, 영화 같은 데에서만 보던 도시를 짧은 기간이나마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던 도시, 로마!

마음에 쏙 드는 도시를 떠나야 할 때면 응당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다음에 만나게 될 도시는 어떤 곳일지 상상해보는 설레임이 있기에 그 동안 아쉬움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남은 곳은 최종 목적지인 베네치아 뿐...

로마를 떠나야 한다는 건 이제 곧 이탈리아를 떠난다는 거고, 그것은 아름다웠던 두 달간의 유럽 여행을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아쉽다'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힘든 묘한 감정 상태에 빠진 것 같다

뭐 하여간 베네치아로 이동하긴 해야 하니 기차역으로 떠나야겠다

 

이탈리아 철도 하면 당연히 Trenitalia가 떠오르겠지만,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italo라는 사철을 발견하게 되어 이용해 보았다

아무래도 후발주자이다 보니 약간 더 저렴한 요금이 가장 큰 장점이고, 열차도 신형이라 깔끔하고 쾌적하다

유럽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간혹 이렇게 찾아온다

 

3시간 20분 가량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에 도착~

 

점심에 이어 저녁도 피자~

늦은 시간이고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숙소 근처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실패 확률이 가장 낮은 메뉴 선택이 아닐까 싶다

 

어제 남부투어에서 사온 레몬으로 만든 전통주 Limoncello를 시음해보았다

(한 병 통째로 마시는 것도 시음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은 달달하긴 한데 34도짜리 술이라 상당히 독하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다 마신 후에 개운하게 취한 상태로 잠에 들었다

 

유럽 땅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딱 이틀 하고도 반나절

'정말 원없이 제대로 여행 한 번 하고 돌아가자!'하는 마음가짐으로 내일부터 베네치아 일정을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