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Europe

Epilogue

lsgwin 2014. 4. 30. 22:47

두 달간의 여정을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해보려 했는데

워낙 사진 수가 많다보니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이미 일 년 전 일이 되어버려서 상당 부분은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나름대로 꼼꼼하게 메모를 해 놓은 덕에 하루하루 어딜 가서 뭘 보고 뭘 먹었는지 대략적인 정리는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유럽 어디가 제일 좋냐?"

"전부, 다!"

여행 다녀온 후 숱하게 받은 이 질문에 나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해왔다

 

그렇긴 해도 각 여행지마다 좋았던 이유는 각기 다르기 때문에, 내가 느낀 국가별 특징이나 장단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체코>

- 맥주 하면 보통 독일을 떠올리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체코 맥주가 더 만족스러웠다

- 유명세를 타면서 많이 변질되긴 했지만, 그래도 프라하는 여전히 동유럽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이다

 

<슬로바키아>

- 딱 하루 브라티슬라바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지만 확실하다. 여긴 정말 대박이다!

 

<오스트리아>

- 독일어권 국가들(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철도 시스템이 매우 편리하게 잘 갖추어져 있다

- 한 도시에 3일 이상 머물러도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곳은 유럽에서도 그리 많진 않은데, 빈은 그 중 한 곳이었다

- 오스트리아 빵집 체인 Anker에서 먹은 빵들은 모두 맛있었다 (파리바게뜨는 그저 밀가루 덩어리일 뿐이었음을 느꼈다)

 

<독일>

- 깔끔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시민 의식이 매우 선진적이다(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곳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 "독일인은 맨날 맥주에 소시지만 먹는다"라는 말은 한 치의 과장도 없는 사실이었다

   : 다만, 이것만 먹어도 되겠다고 느낄만큼 맥주와 소시지 자체는 엄청나다

- 한국인은 대부분 바이에른 지방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 여행의 핵심은 바이에른보단 옛 동독 지역이라고 본다

   : 그 말이 그 말이긴 한데, 구 동독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인이 적다는 것이다

 

<폴란드>

-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혼자 밤에 돌아다니다 보면 말을 거는 사람이 유독 폴란드에서는 많았다

  : 잠깐 이야기 좀 하자는 둥, 같이 술이나 마시자는 둥, 돈 좀 꿔달라는 둥;;

- 여기선 진짜 한국인 만나기 힘들다. 즉, 환상적인 여행지이다!

- 정말 영어 안 통하는 동네;;

 

<헝가리>

- 부다페스트는 스톡홀름과 더불어 지금까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기억되리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크로아티아>

- '꽃보다 누나' 방영되기 전에 다녀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솔직히 여긴 좀 거품이다. 무슨 얘기냐면, 100점을 기대했는데 90점밖에 안 나와서 살짝 실망한 정도의 느낌?

  정말 좋은 곳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 2013년 7월부로 유로화가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기존 쿠나를 사용하는 게 더 편하다고는 하던데...

 

<슬로베니아>

- 구 유고슬라비아, 발칸반도 국가라는 출신 성분(?)을 애써 지우려는 인상이 강했던 곳

  : 자연 환경 아름답고, 사람 적어서 평화롭고, 이런 걸로 어필하는 걸 보니....

    아마 이 나라의 목표는 '스위스의 하위호환 버전' 정도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인 모양이다

- 근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난 류블랴나가 그렇게 맘에 들더라

 

<리히텐슈타인>

- 이런 나라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될까

 

<스위스>

- 숨이 멎을만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곳. 즉, 스위스 여행은 날씨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 여긴 5월에도 춥다. 웬만하면 여름에 가야 되려나?

- 물가 비싼거야 뭐 굳이 말 안해도...

 

<이탈리아>

- 왜 여기서 먹은 피자와 젤라또는 하나같이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 '소매치기의 본산'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난 동전 하나조차 털린 적이 없다. 내가 유럽에 대해서는 보통 베테랑이 아닌지라...

  다만 여기서 만난 한국인들 대부분이 소매치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주의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특히 로마)

- 교통질서 정말 개판. 웬만하면 이탈리아에서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이더라도 그냥 길을 건너라.

  어차피 파란불에도 차들은 그냥 씽씽 지나가니까;;

- 허나, 이런 단점들을 상쇄시키고도 충분할 만큼 이탈리아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여행지였다

 

 

 

 

 

 

* 마무리하며...

이 정도면 충분한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8천장이 넘는 사진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언제가 될 지는 몰라도, 내가 유럽에 다시 오긴 올 것 같다는, 아무 이유는 없지만 어떤 확신과도 같은 그런 생각.

 

가까운 아시아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있고

굳이 먼 데서 찾자면 미국, 캐나다, 또는 중남미 쪽으로 갈 수도 있다

"왜 하필 유럽인가?"

 

두 달이나 다녀왔는데도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른 곳이 아니라 꼭 유럽이어야 하는 이유...'

그걸 깨닫기 위해, 나는 언젠가 반드시 유럽으로 돌아갈 것이다

 

 

 

얼핏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더 이상 유럽 여행에 미련을 갖지 않으려면 적어도 6달 정도는 더 다녀와야 될 것 같다